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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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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①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5.10.26 14:39
  • 호수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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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야 빛나는 삶을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 출발한 슬로시티 30개국으로 확산
             [글 싣는 순서]
1.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어떻게 선정되나?

주문 후 1분이 채 안 돼 나오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럽에 상륙하자, 그 저항으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 곧 이어 음식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느리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운동이 시작된다. 바로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30개국 200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가입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11개 도시가 슬로시티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일부 지자체들은 슬로시티 가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양군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 번의 기획기사를 통해 슬로시티란 무엇이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모색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어떻게 선정되나?
2. 경북 청송군 부동·파천면 슬로시티
3. 전남 완도군 청산면 슬로시티
4. 이탈리아 국제슬로시티 사무국을 찾아서
5. 국제 슬로시티의 발상지 오르비에토
6. 지역경제와 슬로시티, 청양군은 어떻게 하나?

슬로시티 어떻게 시작됐나?
‘유유자적한 도시이자 풍요로운 마을’이란 뜻의 슬로시티의 본고장은 이탈리아다. 슬로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면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을 말한다. 지속가능한 발전, 전통문화 보존, 지역공동체 삶 등을 추구하자는 정신이 섞여 있다.

1980년대 후반 패스트푸드에 맞서 슬로푸드 운동이 탄생했고, 거기서 확대된 개념으로 슬로시티 운동이 태동했다. 이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의 시장인 ‘파울로 사투르니니’를 비롯한 4개의 작은 도시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 곳곳에 확산됐고 현재는 대한민국 11개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 200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슬로시티의 개념은 어렵지 않다. ‘느리게 먹고 느리게 살자’는 운동이 곧 슬로시티의 출발이다. 슬로시티 창안자인 파울로 사투르니니는 “우리 지역의 가치를 스스로 깨우치고 그것을 살려 나가면 느리게 살아도 지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느림’의 핵심에는 지역화·차별과·브랜드의 고급화에 있다”면서 “대량생산에 맞서 소도시가 가지는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살려 나가는 것이 핵심” 이라고 말한다.

슬로시티 발상지인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인구 1만4000명)에서도 그 시작은 쉽지 않았다. 초기엔 주민들의 반발이 강했다. 당장의 생활이 불편하고, 현대적 편리함을 추구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재는 지구촌 소도시 어디든 이 도시를 부러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도시가 자랑하는 3가지는 첫째 시민 고용율 100퍼센트, 둘째 소득 수준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점, 셋째 범죄율 최저의 행복공동체라는 점이다.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의 느림 숭배
그동안 우리나라는 빠름이 주는 편리함을 손에 넣기 위해 느림의 즐거움을 희생시키고 말았다. ‘게으른 산책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아무것도 안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고 하지만 지난 50년간 진행된 산업화로 우리나라에선 다분히 빠름이 미덕이 됐고, 여유와 게으름은 부덕이 됐다. 하지만 요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나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이 느림을 숭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왜 살고, 왜 바쁘게 일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자 이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자’는 슬로라이프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슬로라이프는 슬로푸드(음식), 슬로패션(옷), 슬로홈(주택) 등 의식주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슬로시티로 인증되는 자격요건
현재 슬로시티 가입조건은 인구가 5만 명 이하여야 한다.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을 실시해야 하며, 유기농 식품을 생산해 소비해야 한다. 또한 전통음식과 전통문화 보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티’라고 하지만 꼭 도시가 아니어도 된다. 유럽의 소도시 기준에서 5만이란 인구가 가입조건이 됐지만 한국에선 도시나 군의 동과 면단위가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평가항목은 생각보다 많다. 가입하려면 7개 분야 71개 세부 평가항목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표 참고>. 구체적 사항으로 친환경적 에너지 사용, 자전거 도로의 길이 등을 포함한 자전거의 생활화, 생태농업과 로컬푸드의 활용,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포함돼 있다.

슬로시티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국제슬로시티연맹의 실사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에선 한국슬로시티본부(2005년 창립)가 국내 실사평가를 대신하고 그 평가사항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 넘겨 인증을 받고 있다. 한 번 인증된 슬로시티는 재인증 심사를 갖는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의 재인증 심사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지 5년이 된 곳을 대상으로 1년에 2차례씩 이뤄진다. 국내 슬로시티 중 재인증에 실패한 곳은 2013년 전남 장흥이 유일하다.

한국과 외국의 슬로시티 현황
2010년 세계 20개국 135곳이던 슬로시티는 5년 만에 회원 도시가 급속도로 늘어 2015년 6월 기준 30개국 200개 도시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전남 4개 군(2007년 가입)을 시작으로, 2012년 마지막으로 가입한 영월과 제천까지 포함 11개 지역이 국내 슬로시티로 가입돼 있다<표 참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4개군(완도군·담양군·신안군·장흥군)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가 지정된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흥군이 슬로시티 재인증에 실패했다는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슬로시티의 자격요건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지자체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반대로 청송 슬로시티는 올해 6월 국제슬로시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상은 지난해 국제 총회에서 제정된 상으로 국제슬로시티 200개 도시 중 8개 도시만이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청송군은 지역주민들에게 체계적인 주민교육을 꾸준히 실시했으며, 그로 인한 슬로시티 운동에 대한 인식확산을 통해 주민역량을 강화한 기여로 수상하게 됐다.

슬로시티는 현재(올해 6월 기준) 본고장인 이탈리아가 77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폴란드(20개), 독일(12)이 뒤를 잇고 있다. 그 다음이 바로 한국(11개)이다. 도시 숫자로는 세계 4위. 이웃나라 중국(3개)과 일본(1개)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슬로시티에 대한 국내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인 셈.

슬로시티 콘텐츠와 관광산업의 고리
‘슬로시티를 만들면 당장 어떤 이득이 오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은 ‘방문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내 지자체가 슬로시티에 관심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슬로시티의 첫 번째 수해자는 지자체나 관광객이 아닌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돼야 방문객의 결핍된 마음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슬로시티의 이런 정신을 기본으로 슬로시티가 관광객 유치에 어떤 도움이 되고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관광은 무엇인지 각 지자체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슬로시티 관광은 조용히 보고, 느끼고, 좀 느리게 자연과 조화하는 사색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슬로관광을 할 때는 여행을 통해 많이 느끼면 더욱 좋다. 그곳에서의 관광객은 그냥 보고 지나치는 관찰자가 아니라 체험자에 가깝다. 그래서 슬로관광은 장기 체류 형식이어야 하고, 슬로시티엔 그런 콘텐츠와 숙박시설이 필요하다.

슬로시티 영향으로 유럽에선 슬로시티와 상관없는 지역에서도 이미 한 지역에 장기 체류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7일 동안 7개 이상의 도시를 관광하는 우리나라의 패키지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한곳에 사람을 잡아두기 위해선 매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슬로시티에서 생산된 상품(와인, 공예품 등)과 문화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면 그 감성에 소비자는 반응한다. 역사와 전통, 자연과 전설, 장인들의 공간과 주민의 삶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창의성과 콘텐츠를 통해 재발견된 상품들은 그 지역만의 소량 생산품으로 브랜드 고급화에 적합하다. 걷기 또한 슬로시티와 떼놓을 수 없다.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일었던 각 지자체의 둘레길과 탐방로 정비사업 붐은 사실 슬로시티 정신과 부합한다. 각 지점마다 걷기 여행객을 위한 콘텐츠가 있다면 슬로시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길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이진수 기자. 청양·태안·고양·한산신문 연합취재팀>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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