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3:35 (목)
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상태바
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5.10.19 09:57
  • 호수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뜻한 악마의 유혹 속에 깃든 추억 ‘커피’

시원함이 쌀쌀함으로 다가온 계절,
따뜻하고 향기로운, 다크초콜릿과 과일의 신맛, 약간의 스모크향이나 꽃향, 텁텁한 흙내음까지, 은은하게 코끝에 걸리는 진하고 탁한 갈색의 커피가 우리를 부릅니다.

6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카파지방에서 염소를 치던 소년 칼디가 본 열매, 그가 키우던 염소들이 따 먹고 흥분하는 바람에 발견하게 된 빨간 열매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기호에 잘 맞는 ‘커피’라는 음료를 만듭니다. 

커피나무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위 25도 사이의 지역에서 잘 자랍니다. 추운 밤에 내리는 서리와 너무 높거나 낮은 기온을 싫어하며, 1년 내내 따뜻한 열대·아열대지역을 좋아합니다. 뿌리를 내린 지 2~4년이 지나면 자스민 같이 진하고 감미로운 향을 품고 있는 손톱만한 흰 꽃이 연중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꽃이 피고 난 후 6~8개월이 지나면 열매 즉 커피체리를 수확 합니다. 다양한 성분을 지닌 채 시큼하고 쌉싸래한 검붉은 색의 잘 익은 커피체리는 일일이 손으로 따며, 하나의 열매에는 2개의 씨앗이 들어있습니다.    
유기질이 풍부한 비옥토와 화산재의 영향을 받는 토양이 많은 지역, 브라질과 자메이카·콜롬비아·에티오피아 등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단맛과 과일향·꽃향·신맛이 강한 품질이 좋은 커피체리가 생산됩니다. 
 
영국에서 ‘아라비아 와인’이라 불리던 커피체리는, 에티오피아의 kaffa(힘)가 어원이며, 1650년경 체리 애호가였던 헨리 블런트 경에 의해 커피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896년 러시아로부터 들어왔으며, 고종황제는 커피를 즐겨 마셨다합니다. 당시는 커피를 서양에서 들어온 국물이라 하여 ‘양탕국’이라 불렀으며, 6·25전쟁 당시 미군의 군수보급품을 통해 들어온 인스턴트커피가 우리 입맛을 확 바꿔놓았습니다.
종교적으로 술을 멀리하는 이슬람문화는, 각성효과가 있으며 더불어 마음을 온화하게 가라앉히는 묘약이기도 한 커피를 늘 곁에 두었습니다. 옛 이슬람 승녀들에게나 구도자에게, 전쟁터에서는 군인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에 50잔 이상을 마셨던 발자크에겐, 은밀한 신의 축복이었으며 좋거나 싫거나 없어서는 안 될 유혹이었지요.    
 
묵은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시외버스터미널 뒤쪽에 있던 지하다방에서 갖은 폼을 다잡고 찍은 사진을 봅니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달착지근한 커피향이 한방재료와 섞여 나곤 했었지요. 진한 맥심커피가루 한 스푼에 설탕 7알(?), 커피 맛도 전혀 모르던 시절, 우리끼리 만든 커피 레시피였습니다.
   
노랗고 붉게 물이 든 나뭇잎이 소슬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봅니다.
산미감이 섬세하게 뇌를 자극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은근함이 절대적인, 과테말라의 고산지대인 안티구아·우에우에테낭고 지역에서 꽃 피고 열매 맺은 커피, 깊고 풍부한 맛이 혀끝을 산뜻하면서도 부드럽게 하는 매력적인 그 커피를 우아하게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김현락 재능기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