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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홍주·당진·태안 공동기획 - 뭉쳐야 산다 ‘사회적협동조합’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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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홍주·당진·태안 공동기획 - 뭉쳐야 산다 ‘사회적협동조합’⑦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5.09.30 09:34
  • 호수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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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협동조합 상도4동 ‘해와 달 어린이집’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봇물 터지듯 많은 협동조합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70여 년 전,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아 폭리를 취하던 영국의 공장주와 상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이들이 모여 찾은 대안이 협동조합이었다. 1파운드씩 출자해 함께 가게를 열고, 식료품을 공동구입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던 것이 바로 오늘날 소비자 협동조합의 효시라 한다. 이익 창출 기업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자발성·자율성이 기본이 되는 조직 특성상 외부 지원이나 특혜를 바라서도 안 된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의와 목적을 고스란히 지켜내기에 버거워 보인다.

현재 충청남도에만 240여개의 협동조합이 등록돼 있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 참고). 지금도 각 지역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나 협동조합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만나보면, 정부나 자치단체의 혹시 있을지 모를 금전적 지원에 관심이 더 많다. 그도 아니면 돈 잘 버는 사업하나 동업한다 생각하는 눈치다.

이와 같은 지역·사회적 배경에 따라 우리 연합기획취재팀은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협동조합’을 지역 내 아젠다로 제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협동조합을 알리고 현주소도 점검해 본다. 협동조합을 계획 중이거나 운영 중인 주민들에게 타 지역의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례를 통해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기회도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인 ‘해와 달 어린이집’이다.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1. 청양군내 협동조합 현황
2. 국내 사례(2~4)
3. 국외 사례(5~6)
4. 국내 사례(7~8)
 -서울 동작구 상도4동 ‘해와 달 어린이집’

부모가 조합원, 운영에 직접 참여 
해와 달은 공동육아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경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공동체적 육아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부모인 조합원 개개인이 직접 참여해 조직체계와 정관·교사채용은 물론 어린이집 운영방식에 이르기 까지 원칙과 내용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곳을 말한다.

▲ 비오는 날에도 춥지 않으면 비옷입고 우산 쓰고 나들이를 나간다.
‘부모협동어린이집시설’로 분류 돼 국공립·민간 어린이집과 똑같이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지만, 일정 보육료만 내면 되는 기존 어린이집·유치원과 달리 가구당 300~800만원 정도의 출자금으로 설립돼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와 달도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특히 이곳은 처음부터 공동육아협동조합으로 운영됐다. 협동조합을 먼저 결성한 후 어린이집을 개원해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조합원은 36가구로, 이들 역시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된 후 자녀를 입원시킨 부모들이다.  자녀들이 졸업하면 조합에서 탈퇴해야하고, 출자금은 다시 반환해 갈 수 있다.
“그동안은 임의단체로 운영했었어요. 저희들이 임의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이라고 썼던 것이죠. 하지만 지난 8월 창립총회가 열렸고, 합법적인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또 그동안 조합원은 모두 부모들로 구성됐었고, 교사들은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았어요. 해와 달에도 저를 포함해 교사 19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동안은 조합원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번 총회를 계기로 교사들도 조합원 가입에 의견을 모았어요. 복지부에서는 교사가 조합원이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저희들은, 협동조합은 다중이해관계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도 당연히 조합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김기나(53)원장의 설명이다.

 

1994년 시작 현재 전국 80여 곳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1994년 신촌의 우리 어린이집에서 시작됐다. 

▲ 김기나 원장.
“1970년 대 야학운동의 주역이었던 대학생들은 우리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 시기가 아닌 좀 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유아로 내려간 것입니다. 또 야학선생이었던 대학생들이 1980년대 격동의 시기를 보내면서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생기면서 제대로 된 보육환경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돌파구가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아야하고 양질의 먹을거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시설에 갇혀 교육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제복을 입지 않고 실내화를 신지 않아도 되는 마당 있는 집·모래 놀이가 가능하고 지역에 나들이 갈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공동육아 추구내용이죠. 이것을 바탕으로 1994년 9월 우리 어린이집이 공동육아 어린이집 1호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탄생은 386세대였던 당시 학부모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후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현재 전국적으로 80여 곳으로 늘어나 있다. 해와 달도 그 중 한 곳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초·중·고등학교를 대신하는 대안학교도 나오게 된 것이다.  
 
‘문턱 높다, 가진 자들의…’등 질시도  
해와 달 어린이집은 2001년 개원했으며, 4세에서 7세까지 41명의 원아들을 돌보고 있다.
“해와 달에 자녀를 입원시키려면 우선 학부모들이 800만원(1명), 1000만원(2명)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물론 출자금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지하죠. 자녀가 졸업할 때는 기부금 명목의 100만원을 제외한 출자금은 반환해 가시고요. 대부분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법정보육료 보다 비쌉니다. 두 배 정도 더 낸다고 보시면 될 거에요. 일반어린이집도 법정보육료 외에 이것저것 부담 비용이 있기는 하지만요.” 김 원장의 설명이다.
▲ 국선도 하고 있는 아이들.
출자금이 있고 법정보육료 보다 비싸다는 이유 때문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뜻은 좋은데 출자금 부담 때문에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겠다, 또 가끔 ‘문턱이 높다, 가진 자들의…’ 등 질시의 눈초리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길 소망한다. 경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공동체적 육아방식을 지향하는 어린이집에서 자녀들이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교육만 빼고 조합원이 모두 한다
해와 달 교사들은 교육에만 전념한다. 물론 다른 공동육아어린이집도 이와 같다. 대신 조합원인 학부모들이 청소부터 식자재 구입 등을 모두 해 주고, 교사들이 출근하지 못할 때는 일일교사까지 해 준다. 해와 달은 지자체 지원에 매달리지 않는다. 새 시설이 필요하고 기존 시설을 보완해야한다면, 또 교육자재가 필요하면 조합원들이 토론 후 예산을 세워 구입하는 등 해결한다. 물론 다른 곳도 마찬가지고, 이것이 협동조합 장점이다.

▲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는 ‘해와 달 어린이 집’의 즐거운 점심시간.
“이렇듯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물론 있어요. 조합원들끼리도 기본적인 생각과 교육관은 같지만 가치관이 모두 같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보니 건의도 많고, 가끔 불만도 토로하십니다. 조합원들끼리도 소모임, 방모임을 자주 하다보니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꽤 있고요. 이런 부담 때문에 중간에 탈퇴하시는 분들도 있죠. 저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처음 만든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무에서 유를 창출한 것이니까요. 또 그 복은 후대에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교사 간 합의 이뤄져야
김 원장은 공동육아는 아직 인구가 적은 시골이나 국·공립이 아닌 사립은 시기상조라고 전한다. 일반 어린이집과 비교해 인원도 적고 운영 체계도 다르기 때문.
“도시에서는 곳곳에 설립해도 운영이 가능해요. 뜻을 같이 하는 학부모들만 있다면요. 또 선배들이 있어서 노하우를 물어볼 수도 있죠. 하지만 시골에서는 최소한 군립은 돼야 운영이 가능할 것 같아요. 특히 공동육아는 교사와 학부모간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공동육아에서는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들께서 공부는 왜 안 가르쳐주고 놀기만 하냐는 등 불안해하면 공동육아를 할 수 없죠. 옛날에는 공동육아시설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으니까 집에 데려가서라도 시키시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20년이 지난만큼 불안감도 떨쳐버린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합의해야 공동육아가 가능합니다.”
해와 달에서는 오후 6시 까지 종일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공부 시간은 거의 없다. 밖에 나가 마음껏 자연을 탐색하고 관찰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건물 안팎은 항상 열려 있고 실내화를 신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돼 있다. 작은 텃밭도 마련돼 있다.
특히 해와 달에는 교구가 거의 없다. 거실도 텅 비어 있다. 특징 중 하나다. 아이들이 교구를 가지고 안에서 놀지 않고 밖에 나가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기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이곳의 홍보이사인 조합원 현영은 씨는 “해와 달 조합원들은 정말 자주 만난다. 이것이 일반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또 “홍보, 제정, 시설, 교육 등 관련 일들도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살펴보도록 하고 있어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엄마들이 열심히 참여해 살림을 맡았었는데 요즘은 아빠들이 더 열심히 합니다. 물론 가치관이 달라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만 감내할 자신이 있다면 공동육아는 환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현 이사의 말이다.
해와 달 김기나 원장은 공동육아를 통해서는 교사는 물론 부모도 성장한다고 말한다. 또 이런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청양신문·당진시대·홍주신문·태안신문 연합기획취재팀>

 

이 기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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