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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홍주·당진·태안 공동기획 - 뭉쳐야 산다 ‘사회적협동조합’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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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홍주·당진·태안 공동기획 - 뭉쳐야 산다 ‘사회적협동조합’⑥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5.09.21 09:18
  • 호수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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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위협하는 복병은 신자유주의”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봇물 터지듯 많은 협동조합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70여 년 전,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아 폭리를 취하던 영국의 공장주와 상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이들이 모여 찾은 대안이 협동조합이었다. 1파운드씩 출자해 함께 가게를 열고, 식료품을 공동구입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던 것이 바로 오늘날 소비자 협동조합의 효시라 한다. 이익 창출 기업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자발성·자율성이 기본이 되는 조직 특성상 외부 지원이나 특혜를 바라서도 안 된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의와 목적을 고스란히 지켜내기에 버거워 보인다.

현재 충청남도에만 240여개의 협동조합이 등록돼 있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 참고). 지금도 각 지역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나 협동조합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만나보면, 정부나 자치단체의 혹시 있을지 모를 금전적 지원에 관심이 더 많다. 그도 아니면 돈 잘 버는 사업하나 동업한다 생각하는 눈치다.

이와 같은 지역·사회적 배경에 따라 우리 연합기획취재팀은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협동조합’을 지역 내 아젠다로 제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협동조합을 알리고 현주소도 점검해 본다. 협동조합을 계획 중이거나 운영 중인 주민들에게 타 지역의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례를 통해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기회도 제공하고자 한다. 여섯 번째로 협동조합의 나라 인도, ‘인도 협동조합의 고민’을 소개한다.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1. 청양군내 협동조합 현황
2. 국내 사례
3. 국외 사례(3-2)
  -인도 협동조합의 고민

▲ ▲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딜리하트’. 이곳은 인도의 수·공예품을 파는 시장으로, 예술품과 공예품을 판매하는 200여개의 노점상이 자리해 있다. 입장료 20루피(한국 돈 350원 정도)를 내고 들어가야 하지만 제품이 저렴하고 독특해 관광객 대부분이 들려가는 곳이 됐다. 특히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모두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만들어 납품한 것이다. 시장 또한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며, 공예장인과 예술인들에게 직접 구매할 수도 있어 인기다.
“젊은 세대 참여 절실”
버스가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뜨겁고 눅눅한 공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8월 말 인도 뉴델리의 낮 기온은 가볍게 30도를 뛰어 넘었다.
일행이 향한 곳은 뉴델리에 있는 ‘딜리하트’다. 이곳은 인도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오전 10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특이한 것은 입구에서 입장료(성인 20루피, 어린이 10루피)를 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싼 값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기회를 줬으니 입장료정도는 내야 하지 않느냐는 거다. 역으로 시장 상인들의 상품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졌다.
시장에 들어섰다. 약 200여 개의 작은 점포 또는 노점들이 구불구불 자리 잡고 있었다. 물건 또한 다양하다. 열쇠고리 같은 간단한 기념품에서부터 그림, 옷감, 액세서리 등이 즐비하다. 이 곳이 특별한 것은 파는 물건 모두가 협동조합에서 생산된 물건이라는 점이다. 시장 운영 또한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우리 일행들은 시장 안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던 우리 일행들이 너도나도 물건 값을 흥정하느라 바빴다. 취재를 위한 방문이 절호의 쇼핑 기회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 ‘딜리하트’내에 상점들의 모습. 수공예품이 다양하다.
가격·품질 만족시키는 협동조합 시장
일행의 안내원인 써티야 씨는 “정찰제로 판매되고 있는데 협동조합에서 생산된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은 물론 가격에 대한 신뢰는 높아 보였다. 견디기 힘든 무더위에도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인도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한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인도를 두 번째 방문했다는 A씨는 코끼리 모양의 열쇠고리 수십 개와 몇 벌의 옷을 구입했다. 열쇠고리는 개당 30루피, 한국 돈으로 540원 정도다. 그는 “현지 지인의 소개로 지난 번 방문 때 이 곳에서 선물을 샀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그래서 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번 보다 값이 좀 오르긴 했지만 좋은 물건이라 믿고 샀다”며 “협동조합에서 생산해 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시장은 협동조합이 인도인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실제 인도에는 61만여 개의 협동조합에 2억 6000만여 명(전체 인구의 약 22%)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관광, 통신, 낙농 제외하면 힘들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위협하는 복병 또한 적지 않다. 세계화와 자유화 정책 때문이다. 인도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금융시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했다. 한국에서도 삼성과 엘지, 현대 등 대기업이 인도에 속속 진출해 있다.
인도전국협동조합연합(NCUI,National Cooperative Union of India) 사무실에서 만난 디니시 사무총장은 “1990년 이후 정부의 개방정책으로 외국회사가 쏟아지듯 들어왔다”며 “그 덕에 인도경제가 좋아지긴 했지만 그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에서 만든 제품들이 외국의 굴지의 회사들이 만든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며 “일부 경쟁력이 높은 관광, 통신, 낙농 등을 제외하면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국협동조합연합은 타개책으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 제품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계는 있다.
디니시 사무총장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데 자금 조달조차 쉽지 않다"며 “솔직히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 지원 줄자 어려움 겪는 곳 늘어
인도 정부의 지원감축도 협동조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는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액을 점차 줄이고 있다.
디니시 사무총장은 “정부의 지원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협동조합의 힘만으로 상황을 돌파해 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수 년 전부터 인도 협동조합들은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수가 자체 생존이 힘들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낮은 정치의식과 협동조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정치인들도 협동조합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기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시민들이 협동조합에 아무런 관심과 인식조차 없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민주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을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협동조합을 꺼리는 사회분위기다.
디니시 사무총장은 “15년 전부터 협동조합원들이 노령화가 심화되면서 신세대들의 참여가 절실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신세대들은 협동조합에 참여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기존 협동조합인들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부터 협동조합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부터 협동조합 역할 가르쳐야”
그러면서도 이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것도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제품입니다.”
디니시 사무총장은 우리 일행에게 서류철을 내보였다. 일행에게 브리핑 자료를 보기 쉽게 보관할 수 있게 건넨 천으로 만든 서류철이었다. 인도의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인들은 도심 속 시장, 사무실 책상 앞 사무용품 처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작지만 협동조합의 가치를 나누려는 사람들, 협동조합의 도움이 필요한 어렵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는 한 조합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청양신문·당진시대·홍주신문·태안신문 연합기획취재팀>

이 기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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