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인간의 삶의 변화와 함께 미디어의 형태와 역할 등도 변해왔다. 신문, 라디오, TV로 이어진 미디어 기기들의 변화는 영화관, 전화,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날이 갈수록 급격하고 다양한 변화추이를 보이고 있다. 기기의 변화와 더불어 미디어 콘텐츠와 콘텐츠의 전달 경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렇듯 미디어 자체의 변화는 매우 다양하게 진화, 확산 되어가고 있지만 미디어로부터 얻고자 하는 욕구와 미디어의 기본 장르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드 미디어인 종이신문의 미래는 어떠한가. 이미 오래전부터 종이신문의 위기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대책에 관한 논의가 미디어계 주요 과제가 되어 왔다.
지역언론은 스마트폰 시대에 매우 적합한 미디어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자기위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내가 지금 있는 곳’, 즉 내가 사는 우리 지역의 정보를 기본 데이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이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뉴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며 다양한 미디어 기기와 매체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인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지역언론은 경영난과 인력난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다양한 산업으로의 진출은 고사하고 종이신문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충남도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의 다양한 경영·취재 지원으로 신문경영이 정상화된 지역언론을 중심으로 국내 지역언론의 매체 다각화 시도에 대해 점검해보고 시대에 걸맞은 언론사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이번 연합취재를 기획했다. <편집자 말>
미국의 지역신문
미국 지역신문 시장의 트렌드(흐름)는 흡수합병과 신문의 편의점화로 가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매체의 다각화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한 네이티브 광고를 개발하고 컨퍼런스를 통해 참가비를 받으며, 아젠다를 생산하고 시민합의 및 대안을 기사화함으로써 뉴스도 만들고 수익도 올리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개별 지역신문이 선진화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기술 개발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현실 속에서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지역신문 ‘New Media’는 2013년에 설립된 회사로 93개 일간지, 256개 주간지, 103개의 쇼핑 광고지를 소유하고 있다. 총 발행부수는 2014년 기준 445만7600부이고 종업원은 6133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 독자 충성도와 인지도를 경영에 활용하는 한편 경영시스템이나 조직관리, 기술개발 등은 그룹차원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New Media는 2015년 여름 현재 미국 27개 주 지역시장에서 452개의 종이신문, 379개의 웹사이트, 360개의 모바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New Media의 경영전략은 경영난으로 매매가치가 감소한 지역신문들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후, 디자인·인쇄·배포 등을 집중화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제작비용 절감을 위해 신문지면을 표준화하고 웹사이트도 동일한 판형을 사용한다. 신문인쇄는 전국 43개의 인쇄공장에서 공동으로 하고, 배달은 외주회사에 맡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액연봉의 베테랑 기자들을 해고하고 저임금의 젊은 기자들을 고용한다. 경영개선 전망이 없는 신문들은 폐간을 해서, New Media가 소유한 매사추세츠 주 소재 100여 개 주간지 중 10여 개 주간지가 20013년에 문을 닫았다.
다수의 소규모 신문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New Media가 사용하는 방식이 ‘그룹화’이다. 지역이 인접하거나, 신문의 규모가 비슷한 신문을 동일 그룹으로 묶어 제작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미국의 지역신문 경영전략에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독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고, 두 번째는 독자와의 유대를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존재감도 알리면서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수단은 결국 디지털이다.
영국의 지역신문
영국의 전국지들은 교육·경제 등 신문이 갖고 있는 지적정보를 가공해 컨설팅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국의 Johnston Press는 미국의 New Media처럼 소도시에서 소규모 지역신문을 대량 매입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 창출을 경영전략으로 구사하는 영국신문기업이다. Johnston Press는 1767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회사로 현재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신문 계열사다. 보유신문은 일간지 13개, 유료주간지 195개, 무료주간지 40여 개에 달한다.
Johnston Press는 지역의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상품을 계속 개발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매출액 증가에도 힘썼다. 지역의 중소 사업자들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회사를 연계해주는 서비스인 Power Listings, 네이티브 광고를 지역에서 대행해주는 Voice Local, 광고 게시와 계약을 자동화시킨 Ad Perfect 등이 있다.
미국과 영국의 지역신문들이 체인화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광고주의 요구를 들어줄 기술 개발이나 디지털 마케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체인화를 통하지 않고 지역신문협회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새로운 지역신문 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에 대해서 장호순 교수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 교수는 미국에서도 1995~1996년 뉴스페이퍼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대응에 나섰지만, 실패했다고 말한다. 용지나 컴퓨터 구입 등 공동구매 등은 가능하지만, 신속·과감·위험이 따르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 조합형, 연합형 조직으로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지역신문들은 디지털 구독료의 현실화에 대부분 실패했다. 신문조직을 통합하면서 디지털 마케팅부서 또는 자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청양신문·당진시대·뉴스서천·홍주신문 공동취재팀>
이 기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 네이티브 광고란 : 광고주에 의해서 제공되는 정보로 마치 기사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된 광고. 이용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화면, 매체의 콘텐츠 노출 위치에 ‘광고’임을 표시해 콘텐츠와 유사한 형식으로 노출함으로써 광고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 노출 영역이 제한되는 모바일 광고에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