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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임용만/정산면 서정리 미화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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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임용만/정산면 서정리 미화세탁소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5.08.24 15:29
  • 호수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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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청소한 지 10년 됐슈

2005년이었습니다. 정산면사무소 이모 계장님이 찾아와서 “시장 공중화장실 청소하던 분이 그만둔다는데 지인들 중에서 청소할만한 사람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하더군요. 몇몇 분들을 알아봤지만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어요. 며칠 동안 공중화장실 청소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계장님에게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럼 사람 구할 때까지 당분간 임형이 맡아주면 고맙겠다”면서 제게 부탁을 하더군요. 그렇게 청소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이제는 직업 아닌 직업이 되었지요.

청소를 위해 제가 일어나는 시간은 겨울에 새벽 5시, 여름에는 새벽 4시 30분입니다. 겨울에는 추위에 움츠리고 여름에는 땀으로 멱을 감을 정도로 힘이 듭니다. 하지만 청소에는 휴일이 없어요. 밥 먹지 않는 날이 없는 것처럼 그래요. 설날이나 추석에도, 심지어 환갑날에도 청소를 계속했어요. 몸이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지 않는 이상 매일 청소를 했습니다. 오늘 대충 하면 내일은 더 힘드니까 한결같은 마음으로 즐겁게 해왔습니다.

주변 분들은 “자네가 화장실 청소까지 할 줄은 몰랐네.” “깔끔쟁이가 청소를 하니까 광이 나네.” “전등 좀 더 밝게 켜라. 네 돈 들어가는 거 아니잖아.” “어디 가서 화장실 청소 한다고 하지 말아. 깔보여.” 참 말들도 많이 합니다.

청소생활 10년,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이었어요. 시장 아래쪽 A단지 여자화장실 청소를 위해 들어갔는데, 화장실 문 아래로 긴 머리카락이 보이더라고요. 순간 소름이 끼치며 오싹해지더군요. 정신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뭔 일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쪽으로 잠긴 문을 기구로 열어보니 여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다급하게 화장실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여러 번 전화번호를 눌러도 연결이 안 되더군요. 그 사이 화장실 주위로 몇몇 분들이 모여 들었고요. 다시 경찰에 연락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제야 제가 지역번호를 누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경찰이죠? 여기 시장 공중화장실인데요. 여자가 쓰러져 있는데 죽은 것 같아요.” “119에 신고 하셨나요?” “아뇨. 아직.” “빨리 119에 신고하세요.” “알았습니다.”
잠시 후 구급차가 도착하고 경찰도 왔습니다. 구급대원이 여자의 머리를 돌려보니 다행히 죽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굴을 보니 인근 주민이었어요. 그 여자는 구급차에 실렸고, 경찰은 여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병원 이송을 재촉했습니다. 후에 확인해보니 여자가 술에 취해 잠든 것뿐이라고 하면서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사정해서 집 근처에 내려 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난 7월 1일,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 7층 컨벤션홀에서 전국 화장실 관리자들을 표창하고 위로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는 정산면 사회계장님의 추천으로 관리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속으로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또 지역주민과 외지 손님들이 “화장실이 깨끗하다”며 칭찬하실 때마다 쑥스럽고 부담스럽지만, 자부심도 많이 느낍니다. 아직은 몸이 건강한 만큼 어렵더라도 모든 분들이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마음으로 청소를 계속하겠습니다.

이용하시는 분들도 다음 분이 쾌적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중질서를 잘 지켜주시기를 바라며, 청소하는 분을 보게 되면 “수고한다”는 격려 한 마디 해주시기를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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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2015-08-26 11:06:53
임용만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님이 있어 대한민국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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