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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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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5.08.24 15:23
  • 호수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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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바꿔치기

[사례] 을녀가 음주운전 하는 차량에 더 취한 갑남이 동승하였는데, 을녀가 대물사고를 냈습니다. 차량을 정차시키고 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남은 을녀에게 “나 때문에 음주운전을 하게 되었으니, 내가 운전했다고 말하겠다”고 한 다음, 근처에 있던 피해차량 주인에게 “내가 사고를 낸 것인데, 보험처리 해주겠다”고 하니 “당신 음주 아니냐”며 112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을녀가 갑남이 아닌 자신이 운전하였다고 하는데도 갑남은 여전히 “내가 운전하였다”고 우겨댔고, 경찰 또한 을녀를 배제한 채 갑남에게만 음주측정을 하여 그를 음주운전으로 입건했습니다. 갑남이 을녀를 위하여 한 거짓말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우선 형법 제137조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갑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이고, 수사기관에서의 참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선서를 한 증인이 허위로 공술을 한 경우에 위증죄가 성립하는 것과 달리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도록 법률상의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참고인 등의 허위진술과 증거만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것으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77. 2. 8. 선고 76도3685 판결 등) 더 나아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것은 형법 제155조에서 정하고 있는 증거위조죄도 성립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도2244 판결 등)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범인은닉죄와 친족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숨기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수단과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다만 은닉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수사기관의 발견ㆍ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범인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서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하거나 그 외 적극적인 원조 행위를 통하여 범인도피가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범인도피죄가 성립될 수 있는데,(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1016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4078 판결) 통상적으로 범인도피죄가 문제되는 사건은 범행현장을 떠난 다음 전과문제 등으로 범인 바꿔치기를 하여 진범임을 가장하여 자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건에서도 범인 바꿔치기를 했다는 점에서 보자면 범인도피죄가 성립될 소지가 많지만,(친족 또는 동거가족이라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을녀가 범행현장에 있으면서 자진하여 자신이 운전자라고 밝히기도 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①앞서 본 것처럼 수사기관의 피의자확정 및 증거수집의무에 비추어,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했더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닌 한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 점(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도5374 판결 등) ②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 내지 범인을 돕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범인도피죄로 처벌한다면 이는 일반 국민의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어떤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상당성이 있는 행위일 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 점(대법원 1995. 3. 3. 선고 93도3080 판결) 등을 감안하면 갑남은 경우에 따라 범인도피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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