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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해도 연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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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해도 연수 보고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5.07.20 15:46
  • 호수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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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청양군도농교류센터사무장

1년 6개월 남짓 청양군도농교류센터 사무장으로서 농촌체험과 도농교류 관련된 일을 하면서 저 스스로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농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저 자신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농촌은 따분하고 지루한 시골 할머니 댁이고, 문화시설이 낙후된 과거에 머문 도시이지만 저에게 농촌은 엄마, 아빠가 일을 하는 직장이고, 어릴 적 친구가 있는 도시이며, 현재 제가 일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감사하게도 추천을 받아 북해도 연수를 떠나면서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평소 일본영화와 드라마를 자주 접한 저에게 일본은 낯설지 않은 나라였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역사적 사실 때문에 불편한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일본 농업의 우수성에 대해 익히 들었기에 호기심을 가득안고 연수에 참가했습니다.

1일차, ‘호쿠렌 농업협동조합’
호쿠렌 농업협동조합은 최첨단 시설을 도입한 공장으로 쌀을 연구하고, 정미하고, 생산해 내는 곳입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기계화되고 현대적인 정미시설도 신기했지만, 사무실 안에 보이는 여러 대의 밥통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의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쌀을 맛있게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게 위해 연구하고, 고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신뢰를 주며, 견학 코스를 마련하는 것 또한 정미소의 중요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곳에서 판매되는 쌀은 지역민들이 안심하고 구매한다고 합니다. 매해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오기 때문에 호기심을 유발하는 퀴즈, 지루하지 않은 안내 설명도,(버튼을 누르면 모내기부터 밥상에 쌀이 오르는 과정을 만든 모형이 음성을 내며 단계별로 움직임) 안심할 수 있는 시스템(컴퓨터에 구매한 쌀의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쌀 상태, 생산자, 사용한 농약의 종류, 생산날짜 등을 언제든 알 수 있음)등이 잘 갖춰져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민들의 땀과 노력을 잘 이해하고, 소비자에겐 신뢰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겐 쌀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우리 지역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2일차, 일본의 문화와 장인정신
일본은 ‘사람이 하는 일’을 참 소중히 생각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이나 대대로 내려온 기술 등 우리가 ‘장인정신’이라고 부르는 일을 사회 전반적으로 존중하고 가치 있게 평가합니다.
요즘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닛카 위스키’ 공장은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1943년 요이치에 지은 증류주 시설을 모태로 한 공장으로 전통적 방식을 사용한 위스키 제조과정을 볼 수 있으며, 관련 정보를 전시한 박물관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지역별로 여러 전통주가 생산되고 있지만, 기술을 받들 사람이 없거나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술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현대사회가 점점 기계화되고 획일화 돼가고 있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은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닛카의 장인정신처럼 우리 지역에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문화와 기술을 전승시킬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일차, 전원 테마파크 ‘사토랜드’
사토랜드는 연간 72만 명이 다녀가는 대표적인 농업체험교류 시설입니다. 이곳에서는 30여 가지의 작물이 재배되고 있으며, 생산되는 농산물에 따라 50여 가지의 체험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특히 직거래장터인 파머스 마켓과 작은 돈으로 농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농업대학, 밭과 농기구 대여뿐만 아니라 컨설팅까지 해주는 주말농장, 매주 열리는 강좌와 문화공연, 50개 이상의 탈거리 등은 왜 이곳에 사람들이 놀러오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 이런 넓은 농업테마파크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농업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곳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방문한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함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세대를 아울러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모습이 농촌이 가진 큰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4일차, ‘도깨비 불꽃놀이 축제’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지옥계곡에 불꽃놀이축제가 있다고 해 저녁식사 후 이동했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자발적인 마을 자원 봉사자들 덕분에 질서 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8시 30분, 신나는 북소리와 함께 시작된 축제는 소요시간 20분, 무대 참가인원은 5명으로 너무나 소박했습니다.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20회 정도 진행되는 도깨비불꽃축제는 지옥온천계곡에 사는 유키진(온천도깨비)들이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고 액운을 가져가기 위하여 분화처럼 펼쳐지는 불꽃을 사용해 진행되는 축제입니다. 여의도 불꽃놀이를 생각했기에 실망스러운 규모였지만, 축제 자체의 의미와 진행과정을 알고 나니 소박해서 더욱 멋진 축제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마을의 전설을 지키고 이어나가려는 모습과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축제이기에 소소한 감동과 더불어 축제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협동해 축제를 기쁘게 준비하고 그 행복을 관광객들과 나누려는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마을축제의 모습이 아닐까요?

일본 연수와 사소함의 중요성
일본에 도착해 4박 5일간의 일정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사소함의 중요성입니다.
어디를 가든 밝게 인사해주는 일본인들, 건물 정문에 비치돼 있던 휠체어, 엘리베이터 층수에 새겨있던 점자들, 휴지통 없이도 깨끗한 거리들, 버스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매니저들, 소규모로 소박하게 진행됐던 축제와 불꽃놀이까지. 작은 일이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큰 감동이 되어 밀려옵니다. 

연수 기간 동안 느꼈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농촌에 미래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농촌을 지키고 농업의 중요성,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일본처럼  우리 스스로가 농촌의 가치를 안다면, 청양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도시란 생각이 듭니다. 떠나지 않아도 살만한 농촌의 가능성을 느낀 소중한 연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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