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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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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4.11.10 16:52
  • 호수 10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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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김현식 / 공주여고 교사

아무리 시골집이라지만 2000만 원짜리 집이 어디 쉽게 구해지겠는가?
저자 오미숙은 3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집을 구하러 다녔다. 처음부터 이런 집을 사려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서울에서 가깝고 마당이 있는 집을 원했는데, 강원도나 경기도에서 그런 집은 기본 수억 원부터 10억 원을 호가했다. 그 돈이면 서울에서도 주택을 살 수 있었다. 저자는 생각을 바꿔 서울 근교를 벗어나 충청 지역을 물색하던 중 서천 시골마을에 집을 샀다.
대지 301㎡(100평), 건물 66.11㎡(22평)인 아담한 시골집이었다. 가격은 2천 5백 만 원, 대청마루, 대들보가 있는 남향집이었다. 더군다나 기차역에서 10분 거리이고 전라도 경계에 있어 사계절 지역축제가 풍성한 것도 매력적이었다. 거저 얻은 거나 다름없는 집이었다.

10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 모든 걸 새로 갈아야 했다. 저자의 말대로 집을 산 것이 아니라 땅과 함께 집의 뼈대를 산 것이다. 이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저자는 얼마든지 고치면서 살 생각이었다.
문제는 시공 업자를 찾는 일이었다. 현지의 시공업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원하는 기간에 공사를 끝내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시공팀과 공사를 시작했다. 여관비, 식사비는 들여야 했지만 공사비를 절약하면서 속 썩지 않고 공사를 끝내지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5천만 원이 들어간 공사였다.

서울서 내려온 여자가 직접 집을 고친다는 소문이 돌자 동네 사람들이 어떤 꼴일까 궁금해 하며 구경을 왔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지을 것이지, 왜 애써서 황토벽이며 대들보, 대청마루를 살리는지 모르겠다며 어르신들이 지청구를 해댔다. 저자는 그저 환하게 웃으면서 ‘네!’라는 대답만 했을 뿐, 일일이 대꾸하지 않고 귀와 입을 닫고 공사를 진행했다. 어떤 사람에게 소중한 가치가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는 어리석게 보이기도 한다. 뚝심대로 집을 완성하자 동네 사람들의 말이 달라졌다. 잘했다, 애썼다, 잘 될 집이다라면서 덕담을 했다. 그들이 평생 지키고 살았던 옛 공간을 다시 살려 놓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집은 샛길에서 얼마 떨어진 하얀 나무 울타리 너머에 있다. 세 채가 ‘ㄷ’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앞마당은 고추를 말리거나 캐노피를 걸어 그늘을 만들도록 비워두었고, 뒷마당에는 데크를 깔고 테이블을 놓아 손님들이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했다. 방은 네 개다. 부엌과 샛문으로 연결된 안방은 서까래와 창이나 문의 기본 골조를 그대로 살려서 옛집의 중후한 정취가 배어나오도록 했다.
레이스로 장식된 방은 신혼 느낌이 나서 놀러온 친구들이 서로 자겠다고 떼쓰는 방이고, 따로 아궁이가 있는 온돌방은 친정 엄마를 위한 공간이다. 창고였던 방은 저자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는 방으로 만들어서 외국여행에서 구한 소품이나 저자의 바느질 작품들을 놓았다.

저자는 부엌을 꾸미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입식 부엌에 가마솥 아궁이를 그대로 둔 것이 인상적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사람 맞는 준비를 하면 행복을 느낀다. 씽크대는 눈에 덜 띄도록 작게 했고 벽창살을 살리느라 상부장은 달지 않았다. 혼자 사는데 6인용 엔티크 식탁을 놓았다. 화장실은 별채에 있어서 때마다 신발을 신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저자의 면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서울에 살지만 시골태생이다. 어릴 적 뛰놀던 마을 골목을 떠올리기도 하며 할머니에 물려받은 반짇고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주부이다. 근교의 집을 마다하고 서천 시골집을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집짓기뿐만 아니라, 이 책에 40대 여성의 미적 감수성을 고스란히 쏟아냈다. 집을 고르고 계약하고 공사하는 과정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공간 구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평면도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없어서 한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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