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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나는 음식’으로 스트레스 날린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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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나는 음식’으로 스트레스 날린다 ①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4.10.13 15:12
  • 호수 10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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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고추 활용 음식 ‘추천할만한 메뉴’가 없다

현재 청양의 지역경제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외식산업 역시 전반적인 불황을 겪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반면 눈을 돌려 다른 지역을 살펴보면, 유독 매운 음식들이 그 화끈한 맛만큼이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불황일수록 사람들이 자극적인 음식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황 등 현대인의 각종 스트레스를 매운맛으로 풀고 싶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이런 분석을 갖다 대지 않더라도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것을 먹다 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흔히 매운 음식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만성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울대 약학과 서영준 교수 등에 따르면, 고추에 함유된 성분인 캡사이신을 쥐에 투여한 결과 위궤양 보호 효과가 기존 궤양치료제인 시메티딘에 버금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추와 고추장이 오히려 암 예방 및 항암효과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소비자가 맛볼 수 있는 매운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불닭에서 불버거까지 그야말로 '辛(신)바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매운 열풍이 불고 있다.

불닭의 종류도 홍초불닭, 황초불닭, 종로본초불닭, 열불닭, 신화불닭, 신화로불닭, 청양불닭, 양초화다닥, 불타는 삼국지 등 각종 프랜차이즈가 넘친다.
한 번 삶아낸 닭고기를 청양고춧가루가 섞인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후 숯불 등에 구워낸 것이 바로 불닭이다. 한입만 물어도 입안이 얼얼한 청양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를 듬뿍 넣었으니 그 맛은 안 먹어도 짐작이 가능할 정도다. 불닭 외에도 불떡볶이, 불오징어, 불닭발, 바비큐불닭, 치즈불닭 등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고추의 고장인 청양에서는 청양고추를 활용한 매운 음식이 많이 보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청양고추의 본고장으로서 아쉬운 노릇이다.
이번 취재의 기획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지역 특산물인 청양고추를 활용해 맵고 특별한 음식을 개발하고, 이를 외식산업 활성화와 접목해 지역경제를 일으키자는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청양고추 활용 음식 추천 메뉴가 없다
2. 중국 사천요리의 탄생과 성장 요건
3. 사천요리가 세계를 휘어잡은 이유
4. 춘천 닭갈비의 매력은 어디서 왔나?
5. 안동찜닭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6. 매운 음식과 청양경제의 견인 가능성

매운 음식엔 청양고추가 주인공
2012년 미국의 유명 방송사 CNN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매운 음식 5가지를 선정, 발표했다. 당시 1위를 차지한 것은 ‘매운 돈가스’였고 2위 ‘매운 짬뽕’, 3위 ‘매운 카레’, 4위 ‘매운 떡볶이’, 5위는 ‘홍초 불닭’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칼칼한 고춧가루와 매콤달콤한 고추장이 듬뿍 들어간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에 비하면 CNN의 보도는 도시 젊은층의 기호에 맞춘 조사를 기반으로 한 듯 보인다.

▲ 청양읍내의 한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고추장 불고기.’ 삼겹살 문화가 생기기 전 고추장 양념 불고기는 한국인의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던 대표 메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음식에 청양고추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적으로 매운 맛을 강조하기 위해 외국 고추를 주재료로 사용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은 이미 끝맛이 달콤한 청양고추의 매력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불닭에 대해 “정말 맵기는 한데 먹을수록 더 끌린다.” “추위와 맞장을 뜰 수 있는 음식이다.” “바늘로 혓바닥을 찌르는 듯한 맛이다.” 등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운 음식의 대표주자를 꼽으라면 중국의 ‘사천요리’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사천요리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중국인들의 주요 수입원이 된 지 오래다.
기획취재 해외 방문지로 중국 사천성을 택한 이유는 세계적으로 인정된 ‘매운 음식의 본고장’을 찾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함이다. 국내 방문지로는 서울시와 강원도, 경상북도를 선택했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이지만, 서울지역은 매운 음식의 최대 소비지역이다. 매운 음식에 대한 취재는 물론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종로구청 앞 낙지골목, 연세대학교 앞 ‘신촌(辛村)’, ‘신당동 떡볶이’ 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강원도 춘천시는 ‘닭갈비’로 유명하고, 경북 안동은 ‘안동찜닭’으로 지역경제를 부양하고 있다.

청양엔 없는 ‘청양고추’ 활용 음식
‘위키백과’에 따르면, ‘불닭’은 닭고기를 매우 맵게 요리한 한국 요리다.
한국 사회의 장기불황과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많이 찾으면서 유행한 음식으로, 이후 전반적으로 매운맛이 유행하게 되었다. 매운 고추에 있는 캡사이신이라는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인체에 자극을 주어 이로 인해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을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혈관을 확장시켜 신체 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땀 분비를 촉진 시켜주므로 다이어트(체중감량)의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불닭의 성공과 매운맛에 대한 사람들의 폭발적인 인기로 매운 닭발, 매운 갈비 등의 요리 또한 유행하여 외국계 프랜차이즈 KFC에서도 매운맛 치킨을 내 놓았다. 불닭 프랜차이즈로는 홍초불닭, 화로불닭, 신가네 불닭 등이 있다.
‘불닭’은 원래 2000년쯤 원주시 소재 B식품에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하였고, 2002년 업계 1위였던 ‘홍초불닭’도 상표등록을 하였는데, 2004년 불닭 열풍이 불자, 두 업체 사이에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2006년경 ‘홍초불닭’ 상표는 B식품의 ‘불닭’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고, 2008년 4월 ‘불닭’ 상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통명칭’이 되어 더 이상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는 특허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불닭이든 홍초불닭이든 해당 제품을 보면 역시 그 주재료는 청양고추이다. 그러나 정작 청양고추의 본고장인 청양에서는 내로라할만한 추천 음식이 부족하다.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 지경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인으로 딱히 꼬집어 말할만한 것도 신통치 않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사이 어느 결엔가 그렇게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냥 버려두기엔 ‘청양고추’가 가진 영향력이 너무 아깝다. 그 ‘브랜드 파워’를 사장시키는 것은 청양의 크나큰 손실이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1년 청양군은 2009년에 이어 국민아이디어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그 가운데 공무원들이 낸 아이디어 중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이 ‘매운 음식 특화거리’ 조성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매운 음식 특화거리는 조성되지 않았다. 군정시책에 반영조차 되지 못했다.
다만, 당시 우수작으로 뽑혔던 ‘청양밥상’ 개발사업이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극히 제한된 식당에 보급된 정도이다.

청양군에 물어도 ‘매운 음식 특화거리를 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 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특화거리’라는 개념에 걸려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거리 조성에 앞서 ‘매운 음식’ 개발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청양밥상을 만들어낼 실력이라면 ‘매운 음식’ 한두 가지 정도는 충분히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 개발에 병행해서 되살릴만한 ‘전통 음식’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 먹어본 음식을 요즘 입맛에 맞게 다시 상에 올릴 수 있다면 식당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한층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양읍내의 한 식당에 가면 전통적인 고추장 양념을 활용한 ‘고추장 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구워 먹는 ‘삼겹살 문화’가 생기기 전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이다. 당장에라도 청양의 대표 음식으로 활용 가능한 메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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