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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농촌의 ‘6차 산업’ 어떤 길을 가야 하나?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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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농촌의 ‘6차 산업’ 어떤 길을 가야 하나?⑥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4.08.25 17:23
  • 호수 10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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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시도 사례④ 전남 나주시 화탑한우마을
[글 싣는 순서]
1.충남사례① 청양 ‘칠갑산 무지개’
2.충남사례② 서천 모시마을
3.타 시도 사례① 경기도 남양주 ‘대가’
4.타 시도 사례② 장흥군의 6차 산업
5.타 시도 사례③ 진안군 와룡마을
6.타 시도 사례④ 나주시 화탑마을

농업과 농촌의 미래 개척 방향이 많이 변했다. 1970년대의 식량증산정책에서 80~90년대의 경쟁력 강화정책 등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어 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 서민을 위한 농산물 가격통제정책을 유지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농업과 농촌은 공동화와 피폐화를 피할 수 없었다.
6차 산업은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으나, 역대 정권마다 강조하는 내용과 목표가 달라 혼선을 빚어왔다.
과정이 어떠했든 현재 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농업과 농식품 제조업, 관광문화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의 융·복합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바뀌어 왔고, 6차 산업에 대한 강조도 증가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현장 농업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생산만도 힘든데 가공해 판매까지 하고, 거기다 관광산업으로 연결하라니,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농업인이 6차 산업 영역에 진입하기 위한 절차의 까다로움은 좌절로 이어지기 일쑤다. 농사일은 기본이고 공장을 만든 후에 가공, 판매, 마케팅, 관광영역으로 확대해야 하니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6차 산업은 현재 국내에서 몇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농가주도형이 있고, 마을기업이나 체험마을 형태의 마을주도형, 그리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법인주도형, 지자체단위로 꾸려지는 지역단위주도형 등이 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1차+2차+3차=6차 산업, 혹은 1차×2차×3차=6차 산업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한, 주민주도형 혹은 주민과 전문가의 결합 등 공동체적 성격을 띠어야 성공으로 가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1, 2, 3차 산업 각 영역의 전문성이 합쳐져서 상호 시너지를 도출하는 것이 6차 산업 성공의 전제조건이라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현재의 역량으로 6차 산업 실천이 가능한가? 또 앞선 성공 사례들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이번 기획취재의 배경이다.

[글 싣는 순서]
1.충남사례① 청양 ‘칠갑산 무지개’
2.충남사례② 서천 모시마을
3.타 시도 사례① 경기도 남양주 ‘대가’
4.타 시도 사례② 장흥군의 6차 산업
5.타 시도 사례③ 진안군 와룡마을
6.타 시도 사례④ 나주시 화탑마을
7.타 시도 사례 ⑤ 경북 영주시 ‘미소머금고’
8.청양지역 6차 산업의 성공 가능성

평범한 마을의 경쟁력 ‘공동참여’
전남 나주시 세지면 송제리 화탑마을은 ‘미래 농촌의 전형’으로 제시되는 마을이다. 그 만큼 이 마을을 찾아 성공비결을 배워 가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모범사례로 소개한 마을이기도 하다.

화탑마을은 농촌의 생산성과 관광산업, 선진 유통구조를 행복하게 결합시킨 사례이다. 화탑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이 생산한 청정 암소한우를 직접 판매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한우 구매를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제공할 구경꺼리와 체험꺼리도 준비해 놓았다.

한우 외에 친환경농산물 직판장까지 운영하고 있는 화탑마을의 연매출은 13억 원(2013년)에 이르며, 연간 약 4만5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이 마을은 본래 특별한 자원이 없었다. 마을 진입로 가에 있는 5층 석탑을 빼면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평범하다.

과연 무엇이 이 마을로 하여금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선진마을이 되게 한 것일까.
답은 주민화합과 적극적인 참여에서 찾을 수 있다. 주민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꾸며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 나섰다.

화탑마을의 출발은 지난 2007년 나주시의 ‘친환경 나주배 테마마을 조성사업’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1차 시범사업마을로 지정된 화탑마을 주민들은 시 보조금 4억 원에 자신들의 출자금을 보태 ‘화탑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화탑영농조합은 사업 초기 유기농 배와 쌀로 승부를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사업추진이 뜻대로 되지 않아 유기농 한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방법은 중간유통단계를 뺀 직거래 형태를 갖추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유통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만큼 가격을 내리기로 하고 마을 한가운데에 직판장을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최고 품질의 한우’를 목표로 유기농 암소 한우만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호응은 오래 걸리지 않아 다가왔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고, ‘화탑한우마을’이라는 이름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각종 농산물까지 취급하는 형태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도 한우 직판장에 손님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관광·체험마을로의 변신을 도모했다. 2012년 6월에는 전남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했다.

▲ 화탑마을은 암소한우 직판장을 통해 연 1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전체 수익금의 5%를 마을기금으로 적립, 주민복지를 위해 쓰고 있다.

진짜 목표는 잘사는 공동체 형성
지난 2012년 화탑마을 주민들은 한우 직판장에서 번 수익금과 농촌체험사업으로 수확한 농산물 등 약 7000만 원어치를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했다. 5년째 수익을 나눈 것이고, 직판장 운영의 진짜 목적인 주민복지 향상에 투자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도 돋보인다. 주민 14명이 한우 직판장에서 일하고, 체험학습장인 고구마 밭, 비닐하우스 9900m²(약 3000평)도 주민들이 함께 가꾼다. 주민 전체가 수익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나누는 농촌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해마다 매출의 5%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한다. 2012년 6000만 원에 이어 2013년 6월에는 8600만 원으로 늘었다. 마을기금은 주민화합을 우선으로 주민복지사업에 쓴다.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2주에 한 번씩 마을포럼을 운영한다. 추진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화탑마을의 조직은 크게 마을총회와 화탑영농조합법인으로 구분된다. 영농조합이 추진사업에 관한 의견을 내놓으면 마을총회에서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이는 사람이 바뀌어도 사업운영 방법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또한 매입, 매출 내역 등 회계 관리, 수익 분배 등과 같은 경영이 투명하고 체계화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화탑마을 한우 직판장이 큰 성과를 거둔 근본 이유는 엄격한 품질관리 때문이다. 주민들이 기르고 있는 암소한우 600마리로 직판장을 꾸리고 있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는 10km 이내 인근지역의 한우를 구입하기도 한다. 근거리 구매의 이유는 사육환경을 직접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 사육, 도축, 유통, 정형 등의 과정에는 관련분야 전문인력을 투입한다. 양질의 고기를 꾸준히 공급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시대 흐름에 맞춰 온라인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우 직판장 개설 1년 만에 매출 23억 원을 달성했지만, 이후 우후죽순처럼 동종업계가 생기다보니 매출감소로 이어졌고, 자구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을 홈페이지만 운영하다 1년 전부터 페이스북 등 SNS(사회적 관계망)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화탑마을은 또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중장기발전계획을 갖고 있다. ‘4S’로 불리는 이 계획은 각기 미소(Smile), 원활(Smooth), 현명(Smart), 공부(Study)를 뜻한다. 주민들이 행복하게 웃고, 동물복지와 식물복지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소통이 활발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마을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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