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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사례 ② 서천군 화양면 ‘달고개모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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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사례 ② 서천군 화양면 ‘달고개모시마을’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4.07.21 16:38
  • 호수 10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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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농촌의 ‘6차 산업’ 어떤 길을 가야 하나?②
모시마을은 지난 2005년 ‘서천 어메니티 마을’ 선정과 함께 지원금 1억 원으로 시작했다. 이어 2006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 모시떡, 모시공예, 천연염색, 농촌체험 등 기반을 조성했다.
특히 2011년부터 산학협력을 통해 모시송편과 가래떡을 생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이 일과 주민들의 너나 없는 소통 관계의 중심에 ‘월전리영농조합법인’이 있다.
주민들 가운데 약 80% 정도가 영농조합에 출자한 조합원이면서 모시송편을 직접 생산하는 일꾼이다. 나머지 20%는 직접 참여가 어려운 고령층 노인들이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주민이다.

농업과 농촌의 미래 개척 방향이 많이 변했다. 1970년대의 식량증산정책에서 80~90년대의 경쟁력 강화정책 등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어 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 서민을 위한 농산물 가격통제정책을 유지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농업과 농촌은 공동화와 피폐화를 피할 수 없었다.
6차 산업은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으나, 역대 정권마다 강조하는 내용과 목표가 달라 혼선을 빚어왔다.
과정이 어떠했든 현재 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농업과 농식품 제조업, 관광문화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의 융·복합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바뀌어 왔고, 6차 산업에 대한 강조도 증가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현장 농업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생산만도 힘든데 가공해 판매까지 하고, 거기다 관광산업으로 연결하라니,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농업인이 6차 산업 영역에 진입하기 위한 절차의 까다로움은 좌절로 이어지기 일쑤다. 농사일은 기본이고 공장을 만든 후에 가공, 판매, 마케팅, 관광영역으로 확대해야 하니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6차 산업은 현재 국내에서 몇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농가주도형이 있고, 마을기업이나 체험마을 형태의 마을주도형, 그리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법인주도형, 지자체단위로 꾸려지는 지역단위주도형 등이 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1차+2차+3차=6차 산업, 혹은 1차×2차×3차=6차 산업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한, 주민주도형 혹은 주민과 전문가의 결합 등 공동체적 성격을 띠어야 성공으로 가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1, 2, 3차 산업 각 영역의 전문성이 합쳐져서 상호 시너지를 도출하는 것이 6차 산업 성공의 전제조건이라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현재의 역량으로 6차 산업 실천이 가능한가? 또 앞선 성공 사례들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이번 기획취재의 배경이다.

[글 싣는 순서]
1. 충남사례①  청양 ‘칠갑산 무지개’
2. 충남사례② 서천 모시마을, 서산 생강한과
3. 경기도 남양주, 여주, 양평의 6차 산업
4. 전북 진안, 전남 나주·장흥의 6차 산업
5. 경북 영주시 ‘미소머금고’의 사례
6. 청양지역 6차 산업의 성공 가능성

마을주도 6차 산업 ‘월산리영농조합’
충남 서천군 화양면 화한로 496(월산2리) 달고개 모시마을(추진위원장 양만규, 사무장 양생규). 가까이 보이는 제방을 넘으면 하류의 드넓은 품을 가진 금강을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우리 고유의 공동체문화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인정이 넘치고 대화가 넘친다. 흔히 하는 표현대로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고무신이 몇 켤레인지 다 안다’고 할 만큼 이웃 사이가 돈독하다.

모시마을은 지난 2005년 ‘서천 어메니티 마을’ 선정과 함께 지원금 1억 원으로 시작했다. 이어 2006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 모시떡, 모시공예, 천연염색, 농촌체험 등 기반을 조성했다.
특히 2011년부터 산학협력을 통해 모시송편과 가래떡을 생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이 일과 주민들의 너나 없는 소통 관계의 중심에 ‘월전리영농조합법인’이 있다.
주민들 가운데 약 80% 정도가 영농조합에 출자한 조합원이면서 모시송편을 직접 생산하는 일꾼이다. 나머지 20%는 직접 참여가 어려운 고령층 노인들이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주민이다.

주민역량에 맞는 사업이 성공비결 
이 마을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주민의 65%가 50세 이상이다.
하지만, 마을 리더들은 노인들이 갖고 있는 전통문화와 역량에 주목했다. 예로부터 이 지역이 한산모시의 고장이었던 만큼 주민들은 너나없이 모시 짜기와 모시떡 만들기를 할 수 있었다.
리더들은 두 가지 가운데 모시떡을 선택했다. 모시 짜기가 고령 노인들에게 벅찼기 때문이다. ‘입는 모시’에서 ‘먹는 모시’로의 대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주민들은 현재 1만6500㎡ 규모의 밭에서 모시잎을 생산하고 있다. 모시잎은 6월, 8월, 10월 3차례 수확하고 전량 모시송편과 모시떡을 만드는 데에 사용한다.
생산시설은 전통테마관 옆에 갖추어져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어느 곳보다 위생적이고 현대적이다.
모시잎 생산에서 가공, 판매에 관여하는 주민 수는 50명 가까이 된다. 최고령(85세) 참여자를 비롯해 80세 이상 노인도 4명이다. 거기에 50세 이상 참여자가 40명을 넘으니 주민 전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0~80대 노인들이 가까운 곳에 있는 생산시설로 출근, 담소 속에서 오래도록 손에 익은 모시떡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다.

“초기 공동참여 유도가 가장 힘들어”
하지만, 모시마을의 성공사례는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업 초기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소득이 발생했다면 한층 쉬웠을 텐데 맘처럼 되지 않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요. 마을기업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대출 1000만 원을 받는 등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화합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초창기 어려움을 전하는 양생규 사무장의 얼굴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 보였다. 고령의 여성 주민들과 같이 하는 모시가공사업이라는 것이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만규 위원장과 양생규 위원장이 선택한 것이 ‘입는 모시’에서 ‘먹는 모시’로의 전환이었다.
다행인 것은 모시의 고장에서 뼈가 굵은 마을 여성들을 일꾼으로 참여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한마디로 ‘모시의 대가’였다. 모시잎 생산은 물론 야무지고 아름다운 손길로 ‘지상최고의 모시송편’을 빚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보기 좋고 맛도 좋은 모시송편은 날로 인기를 더했으며, 해가 갈수록 매출 또한 늘어났다.
2012년의 매출은 2억6000만원에 달했고, 2013년에는 3억 원을 돌파했다. 출자배당은 7%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1일 평균 50만 원 정도의 인건비가 여성 일꾼들에게 돌아간다.

모시송편이 주는 갖가지 선물들
달고개 모시마을의 모시송편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참으로 여러 가지이고 의미가 깊다.
우선 모시송편은 농산물 소비라는 선물을 준다. 하루 소비량을 보면 모시잎 70kg(35만원), 쌀 240kg(50만 원), 고명 64kg(8만 원) 정도이다. 모시송편이 아니면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헐값에 팔려나갔을 품목이다.

또 모시송편은 가공과정을 통해 노령층 일자리 제공, 공동체 회복, 농가소득 증대라는 선물도 안겨 준다. 소일거리가 없는 다른 마을의 노인들에 비하면 축복에 가까운 혜택이다.
거기에다 판매 과정과 민박 서비스 등의 3차 산업을 직접 경험하면서 부가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모시송편은 현재 도로변 휴게소 60%, 온라인 10%, 공무원연수원 10%, 삽교호 관광지 2%, 기타 18%의 비중으로 소화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1일 매출액은 432만 원이었고, 이 가운데 289만 원이 순이익이었다. 매출액의 65% 넘게 순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모시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만든 수익금을 장학금 기부, 고령노인을 위한 생일잔치(월 1회), 주민화합기금 조성 등에 쓴다. 
모시마을의 성공요인을 정리하면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고 △주민역량에 맞는 사업추진 △공동체정신에 기반을 수익 분배 등을 말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현재는 모시잎이 모자라 인근 마을에서 사다 쓰고 있고, 어르신들의 연령대가 높아 걱정이에요. 다시 말해 완전한 생산자립과 귀농귀촌인력 유치가 우리 마을의 숙제입니다.”
하지만, 양생규 사무장 같은 리더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한 모시마을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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