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엘리엇은 그의 장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궁핍과 대 혼란을 그렇게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도 4년마다 돌아오는 4월은 ‘배신의 계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방선거가 시작되는 4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 아니라 선거 결과 그 부작용으로 마을과 지역에까지 분열과 대립을 야기해 이웃 간에도 보이지 않는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등 절망과 배신이 시작되는 계절이라는 것입니다.
지식 없는 열정은 무모하며, 열정 없는 지식은 무미하다고 합니다. 기초나 광역을 불문하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가장 먼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정무직공무원에 나아가려는 목적이 단지 자기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닌지? 지역사회를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복지 증진을 위한 나만의 획기적인 비전은 있는지? 또한 모든 주민들을 내 부모, 내 형제, 내 자식처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지? 등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 “예”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 있다면 그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입후보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를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탐욕은 지혜로운 판단을 흐리게 하며, 집착은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하여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낙마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재·보궐선거에 주민들이 부담한 거액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여 왔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주역’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도덕성에 비해 너무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거나 너무 큰일을 도모하려 하면 반드시 큰 화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꾸라’고 가르치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새삼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