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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지역경제 선순환 활성화가 해답이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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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지역경제 선순환 활성화가 해답이다 ②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3.12.02 16:18
  • 호수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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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적합한 사업모델 발굴이 성공의 관건
[글 싣는 순서]
1. 지역경제 활로 찾기 어디서 시작하나
2. 지역경제 선순환의 국내 사례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내 자본순환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생활협동조합, 로컬푸드 등 사회적경제와 지역순환경제를 접목하려고 앞 다퉈 시도하고 있다. 또 국내외 성공모델을 본보기로 삼아 ‘작지만 강한’ 지역산업 육성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지역산업과 함께 하는 지역순환경제가 부익부빈익빈과 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또 침체된 지역경제를 딛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핵심 가치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의 아산 ‘제터먹이’에 이어 국내 선진사례를 3곳을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1. 지역경제 활로 찾기 어디서 시작하나
2. 지역경제 선순환의 국내 사례
3~4. 지역경제 선순환의 일본 사례
5.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한 제언

홍성 홍동면 ‘마을활력소’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은 한마디로 차별화를 이룬 마을이다. 다른 곳과 확연히 구별되는 요소를 갖고 있다.
도대체 인구 4000명 정도인 면단위에 없는 것이 없다. 연구소와 박물관이 있고 농산물가공장, 은퇴자농장, 어린이집, 농업전문학교, 도서관, 빵공장, 비누공장, 로컬푸드 매장, 마을주점, 책방, 출판사 등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천지다.
홍동마을은 많은 별칭을 갖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어떤 사람들은 ‘살아서 꿈틀거리는 마을’이라 부르고, 다른 사람들은 ‘생명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통의 다른 농촌 마을에 비해 훨씬 활기차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홍동마을은 과연 어떤 노하우를 가진 걸까. 무슨 방법으로 주민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안팎으로 처참한 농촌 현실을 넘어서고 있는 걸까. 
홍동마을 안에는 많은 시설과 기관들이 있다. 유기농 및 친환경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 좋은 마을 건설을 위해 목공예 장비를 갖추어 놓은 ‘갓골목공소’, 풀무학교 설립자인 이찬갑 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 지은 ‘밝맑도서관’이 있다. 또 ‘그물코출판사’와 ‘느티나무 헌책방’이 있고 농업교육과 생태체험을 위한 ‘환경농업교육관’도 있다.
이뿐 아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문을 연 사랑방 ‘뜰’이 있고, 논 생태교육장인 ‘논배미’,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공부하며 일하는 ‘꿈이 자라는 뜰’, ‘풀무신협’과 ‘풀무학교 전공부’, ‘갓골농업연구소’와 ‘반짇고리공방’, ‘갓골어린이집’ 등 다양한 공동체가 제각기 환한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
많은 공동체 중에 특히 돋보이는 것이 ‘마을활력소’(지역홍보관․대표 주형로)다. 홍동마을을 전국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게 하는 노하우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조정과 지원의 기능을 갖고 있다. 연대와 협력과 나눔으로 농촌공동체의 가치 향상을 추구하자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마을활력소는 ‘생각하는 농민, 더불어 사는 마을’을 모토로 시민운동가, 마을 회계, 정원 설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화와 소통 속에서 농촌 일자리 창출과 교육 등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마을활력소가 ‘중심이면서도 중심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원조직으로 존재할 때 보다 큰 가치와 추진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주형로 대표와 주민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그밖에 각각의 시설이 하는 일도 시사점이 크다.
밝맑도서관은 2007년 2층 건물로 지어져 배움의 전당이 되고 있다. 1층은 도서관으로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고, 2층에는 마을공동체 문화연구, 뻐꾸기 합창단, 상담소, 영화관람 장소 등이 있다.
그물코 출판사는 2004년에 생겼다. 1년에 10권 정도의 책을 출판하는데, 5권은 단체 회보이고 5권은 주민을 위한 책이다. 신간이나 중고서적도 갖추고 있으며 시중가보다 싸다.
풀무생협은 2006년 주민 출자로 결성되었다. 2007년부터 우리밀을 원료로 만든 통일빵을 비롯해 지역 가공품, 갓골 빵집의 제품, 반찬 등 주민들의 생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학교인 홍동마을은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와 잘사는 비법을 주민들과 마을 안에서 찾고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 본래 있던 것을 복원하면서 건강성을 회복하려 애쓰고 있다.
또한 마을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자원으로 삼고, 협력과 소통의 그물코를 함께 꿰어간다. 그 홍동마을의 중심에 마을활력소가 있다.

▲ 전국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것으로 평가받는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농업, 농촌, 농민을 외치는 농협이 바라봐야 할 곳은 구색이라는 미명 아래 다국적 과일과 외지 농산물이 판치는 하나로마트가 아니다. 바로 로컬푸드다.
농촌경제 활성화와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해선 더더욱 그렇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채 100평도 되지 않는 260㎡ 규모의 작은 매장에서 발생하는 하루 매출액이 3300여 만원에 이른다. 하루 이용자만 1400여명이다. 이 정도면 대형마트가 부럽지 않다.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얘기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완주지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장터다.
로컬푸드에 숨어있던 기적을 찾아낸 용진농협 이중진 상무의 말을 빌리면 “우리네 어머니들이 손수 가꾼 농산물을 전통시장에 내다 팔던 것을 로컬푸드직매장 속으로 옮겨놓은 형태”다.
하지만 농협이 지역의 농산물을 수매해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농업인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용진농협과 출하약정을 맺은 농가는 새벽 6시 30분이면 자신의 밭에서 수확한 각종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을 들고 나와 선별은 물론 포장까지 도맡아 로컬푸드직매장에 마련된 진열대에 내놓는다.
가격도 스스로 정하고, 실시간으로 로컬푸드직매장 안을 볼 수 있도록 용진농협에서 개발해 보급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재고도 직접 관리한다.
용진농협은 △완주지역 농산물 및 잔류농약검사 농산물만 취급 △신선농산물 1일 유통제(당일 재고 농업인 수거) 등 기본적인 원칙만 세우고 로컬푸드직매장 개입을 최소화한다.
또 소포장실, 잔류농약검사시설과 같은 각종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교육과 판매, 운영, 정산, 홍보 등 지원사업만 벌인다.
10% 수준의 판매수수료는 직원 인건비와 관리비 등 최소한의 경비를 제외하곤 다시 로컬푸드직매장에 재투자한다.
로컬푸드직매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의 소비자들이 몰리는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지역에서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가장 신선하고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굳이 가락동시장을 거쳐 다시 내려오는 ‘덜’ 신선하고 ‘더’ 비싼 다른 곳의 먹거리를 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고질적인 다단계 유통구조가 사라진 로컬푸드직매장에서 땀을 흘린 만큼 제값을 받는 농가들은 당연히 실질소득이 많아졌다. 또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서 지속적인 영농활동이 가능해졌다.
지역순환경제의 전진기지인 로컬푸드직매장이 활기를 띠자 지역경제 선순환은 마치 전통시장에서 얹어주는 덤처럼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3농가에서 시작된 로컬푸드직매장에는 현재 350여 농가와 20개 마을기업이 농산물과 가공품 등을 출하하고 있다. 또 500여 농가가 로컬푸드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 이중진 상무는 “신용사업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왜 농협이 힘들게 로컬푸드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바로 농협의 존립목적이기 때문이다”며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얼굴있는 먹을거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완주로컬푸드’가 헛구호가 아님을 증명한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수년째 로컬푸드의 필요성만 되뇌고 있는 농협들이 눈여겨 볼 곳이다.

▲ 임실 치즈마을에 있는 치즈 체험장 전경.

전북 임실 치즈마을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에 있는 치즈마을(http://cheese.invil.org)의 시작은 그야말로 미미했다. 1967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벨기에) 신부의 손에 의해 겨우 산양 2마리로 시작됐다. 당시 목적은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산양을 택한 것은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풀 천지여서 기르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첫 출발점에서 환경에 맞고 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은 것이지만,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거듭된 실패가 있었고 일부 주민의 반발도 있었다.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지 신부가 아니었다면 임실치즈의 성공사례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잦은 실패에 낙담하는 주민들을 본 지정환 신부는 치즈의 본 고장 유럽으로 날아가 제조 비법을 익혔다. 그 후에 치즈공장을 설립하고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치즈 등 유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3곳으로 늘었다. 그 가운데 ‘(주)숲골유가공’은 전국 최초의 목장형 유가공 공장으로서 딸기 요구르트, 복분자 요구르트, 호박 요구르트와 대표상품 모짜렐라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치즈 생산과 판매에 성공한 금성리는 2003년 농림부 선정 녹색농촌체험마을이 됐다. 그때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치즈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임으로써 또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2006년에는 마을 이름을 아예 ‘치즈마을’로 바꾸었다.
시작에서부터 46년이 흐른 지금 치즈마을은 1차 산업인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을 기반으로, 2차 산업인 치즈 제조, 3차 산업인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급속한 확산 추세에 있는 6차 산업의 모델을 남보다 앞서 정착시킨 것이다.
치즈마을에 가면, 아름다운 농촌 풍경에 포근하게 안긴 채 갖가지 체험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풍요로워지는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치즈 체험장을 비롯해 각종 교육장과 숙박동, 식당 등이 있다. 치즈, 피자, 두부 만들기, 산양과 놀기 등은 연중 체험이 가능한 상시 프로그램이고, 모내기나 벼 베기 체험 등은 계절에 맞추어 찾아가면 된다.
치즈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해마다 증가했다. 2006년엔 1만348명이 다녀가더니 2009년엔 3만4668명이 다녀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모두 7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치즈마을의 현재 매출액은 모두 17억 원에 이른다. 방문객들이 농업과 농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덤으로 자신이 만든 것을 챙겨가는 동안 올린 성과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올린 매출이 12억 원이고 치즈, 요구르트, 쌀 등 농산물 및 가공품 판매를 통해 5억 원이다.
마을 대표이면서 개인적으로 ‘치즈빌 아카데미’라는 교육농장을 운영하는 이진하 운영위원장은 치즈마을의 성장 원동력에 대해 ‘사람’ 중심의 마을 운영방침을 꼽는다.
이 위원장은 “치즈마을도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며 “고민 속에서 찾은 이유는 ‘사업 중심’으로 마을을 꾸렸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사람’을 위한 일인데 ‘사람’을 보지 않고 ‘사업’만 쳐다보았으니 실패가 당연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슬로건도 찾았다.
치즈마을에는 공동사업장과 개별사업장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공동사업장을 통해 얻는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 갖지 않고 마을발전기금으로 모두 적립하는 것이다. 개별 사업장의 경우도 매출액의 5%를 마을에 내놓는다.
이 위원장은 일반 농축협과 달리 수익을 나누지 않는 것이 마을공동체 유지의 비결이라고 전한다. “이익을 나누지 않으니 다툴 일이 없고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다”며 “그것이 올바른 방향의 사회적 경제”라고 이 위원장은 확신한다.
치즈마을은 현재 외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상당한 기부금을 내고 있다. 협력과 연대 속에서 수익을 쌓아가는 ‘자립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충남경제진흥원과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주관하여 시행,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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