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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사용 ‘제로’를 꿈꾸는 ‘갈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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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사용 ‘제로’를 꿈꾸는 ‘갈전마을’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3.08.12 15:16
  • 호수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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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형 주거환경 만들기 ⑥

화석연료의 고갈은 전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많은 국가와 전문가, 기업들이 대안에너지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 결과 고효율의 저에너지 방안이 속속 나타나게 되었고, 정부와 지자체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설치 시의 고비용과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노인층이 많은 농촌지역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충북발전연구원은 ‘유지관리와 비용을 고려한 농촌형 저에너지마을 조성방안’이라는 용역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 충북발전연구원은 농촌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에너지 비용이 겨울철 난방에 사용되는 현실을 감안해 패시브 주택(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 한 건축물) 설계, 지열 또는 목재팰릿 보일러 활용, 태양광 설비 이용 등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청양군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청정성을 주요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현실적으로 기름보일러 등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는 주거환경을 갖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를 소개한다. 이곳은 화석연료에너지 ‘제로’를 꿈꾸는 곳이다. 민들레공동체 혹은 민들레마을로 불리는 공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안기술센터에서는 태양열 오븐을 비롯한 조리기, 풍력발전기, 볏짚을 이용한 주택 등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하면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들을 끊임없이 개발, 보급하고 있다.

[글싣는 순서]
1. 청양지역 에너지자립 주택의 현황
2.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의 태양광·태양열사업
3. 중국에서 생산되는 태양전지 제품
4. 적정기술센터의 의미 있는 DIY 작업
5~6. 국내 저에너지시설 설치 사례
7. 에너지자립형 주택사업의 추진과 전망

▲ 황토로 지붕을 얹고 볏짚을 섞은 황토로 벽을 쌓은 패시브하우스.

에너지자립 향한 갈전마을의 꿈
갈전마을은 산청읍에서 진주방향으로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마을이다. 모두 75가구에 206명이 살고 있다.
지난 2009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갈전마을 안에는 대안기술센터, 민들레공동체, 민들레학교, 간디학교 등이 아름답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사)대안기술센터는 재생에너지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고 있으며, 민들레공동체는 귀농 및 마을 활성화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민들레학교와 간디학교는 대안 중·고등학교이다.

▲ 대안기술센터, 민들레학교 등이 있는 갈전마을 전경.

작지만 아름다운 이 마을은 타 지역 사람들이나 도시민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을 자주 만든다.
해마다 봄에 열리는 산골농장의 장미축제는 약 10만여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이 축제는 마을 홍보와 함께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대안기술센터는 이 축제 등 모든 기회를 빌어 생활 속에서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시설들을 전시하고 교육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직접 태양열 조리기, 풍력 발전기, 자전거를 이용한 전기발생시설 등을 체험하며 에너지자립 가능성을 배워 간다.
이 마을에 들어서서 우선 볼 수 있는 것은 ‘패시브하우스’(에너지 고효율 주택)이다.
패시브하우스는 공기 순환 기술, 황토와 왕겨를 이용한 축열벽,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 등으로 기존 주택 대비 냉난방 에너지가 90퍼센트 이상 절약될 정도이다.
갈전마을은 현재 공공건물인 녹색쉼터에 9킬로와트, 민들레학교에 3킬로와트, 민들레공동체에 650와트, 대안기술센터에 2킬로와트의 태양전지를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아 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태양빛 모으면 조리기구 된다
대안기술센터 강의실 앞에서는 3가지 재생에너지 장치들을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쉐플러 태양열 시스템.’ 이 시설은 시계를 활용한 태양추적시스템을 적용, 시간변화와 관계없이 빛을 한 지점으로 모아 높은 온도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다. 태양만 있으면 장치가 스스로 돌면서 훌륭한 조리기구가 된다는 것이다.
햇빛 쪽으로 반사경을 맞추면 5초도 지나지 않아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이용하면 웬만한 조리도 가능하다.
박스형 태양열 조리기도 의욕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기구이다. 이 조리기는 나무를 이용해 몸체를 만들고 거기에 추적시스템을 부착해 태양을 쫓아 돌도록 되어 있는데, 나무로 만들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쌀이나 계란 등은 2시간 만에 자동으로 조리가 가능하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밥도 타지 않고 보온까지 가능하다. 신기한 것은 계란이 노른자부터 익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계절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철 주로 사용하는 풍력발전기도 있었다.
대안기술센터에 있는 풍력발전기는 나무로 날개를 만들고 폐차장에서 자동차의 베어링을 구해 제작했다. 태풍 등 강한 바람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날개와 꼬리가 접힌다.
대안기술센터 방문객들은 자전거 페달을 돌려 직접 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자전거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돌리면 선풍기가 돌아간다. 하지만, 발전 용량이 적어 페달 돌리기를 멈추면 선풍기도 동작을 멈춘다.
갈전마을에 있는 패시브하우스는 겉에서 볼 때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지붕 위에 황토를 일정한 두께로 덮어 놓았다. 단열을 위한 것이다. 봄에서 가을까지 황토 지붕에서는 풀이 자라나 냉난방 효과를 높인다.
사무실 벽도 열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하고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큰 창을 설치했다.
또 여름철 냉방을 위해 차가운 계곡물을 끌어다 라디에이터를 돌리고 있다.

갈전마을의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미래지향형 마을 만들기’이다.
주민들 모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 속에서 저탄소 녹색마을을 육성하고, 전통과 현대와 미래를 조화시키며, 농촌문화 속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다.
이 모든 것을 재생에너지에 기반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석유나 원자력 등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단열재를 추가한 패시브솔라하우스에서 살며, 바이오디젤과 태양전지를 활용한 영농기계를 사용하는 등 자연이 디자인하는 생활환경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진수 기자 joas@cynews.co.kr

아 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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