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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가 이렇게 이뤄지는 구나”, 역사의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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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가 이렇게 이뤄지는 구나”, 역사의 현장에
  • 청양신문
  • 승인 2000.06.19 00:00
  • 호수 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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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벽을 넘어
평양에서의 50여시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13~15일 평양에서 이뤄졌다.
새역사의 지평을 여는 만남에 자민련 정당대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완구 국회의원을 16일 만났다.
미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이 의원으로부터 북녘에서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낀 점 등을 듣는다. -<편집자주>-

-역사의 현장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 그 자체다. 한장의 정지된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정상회담이 아니라 가족끼리의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북한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기 바란다.
△백령도 근처 상공에서 우리측 요원이 건네준 태극마크 뱃지를 달면서 “정말 대한민국 대표로 방북하는구나”라는 실감이 왔다. 비행기가 평양 상공에 들어선 후 내려다 본 북녘은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고, 산이 잘 개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듣던대로 산에는 나무가 많지 않았다.
공항 환영식 후 주암산 초대소로 향하는 연도에는 수십만의 인파가 나와 꽃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차중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비록 동원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개심을 느낄 수는 없었으며 순박했다.
“저들도 한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건물들의 외곽에는 ‘강성대국’ 등의 구호가 붙어 있는게 눈에 띄었고 거리에는 상점이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아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암산 초대소에서의 점심은 포식을 했다. 식사는 후식을 포함해 모두 13종류로 ‘가물치 문어회’, ‘맑은 국’, ‘설기떡’, ‘온반’, ‘깨즙을 친 닭고기’ 등이었다. 우리의 음식이 단 맛이라면 북한은 담백하다는 느낌이 컸다. 전통음식의 색채를 강하게 풍긴 것도 한 특징이었다. 식당의 차림표가 인쇄물이 아닌 손으로 쓴 것이라는게 독특했다.
식당 종업원, 안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북한주민들은 사상과 이념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안내원에게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이데올로기와 사상 얘기를 하는 까닭이 뭐냐”고 물으니, “사상과 이념이 모든 것에 선행한다”고 대답했다.
음식, 공연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주는 순수함과 민족주체를 강조하는 그들의 양면성에 감명받았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시인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어렵긴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
고위층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하는데 비해 안내원들은 통상 교육받은데로만 얘기한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15일 백화원 영빈관 오찬장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술을 받았으나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현철해 육군대장 등 북측사람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서울공항에 도착해서야 술에서 깼다.
“새 역사가 이렇게 이뤄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역사의 현장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이렇게 돌아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와 앞으로 남북관계의 전망은?
△회담에서 합의된 5개항은 성명이 아니라 선언이다. 선언은 실천적 의지를 담는 것이다.
서로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가자는 것이다. 북한은 준비된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생산적인 방향의 변화다.
남북관계는 논리와 논쟁보다는 한국 특유의 정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감성적이고 성급한 접근은 안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안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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