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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투고 - 흙을 가꾸는 진실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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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투고 - 흙을 가꾸는 진실된 마음
  • 청양신문
  • 승인 2000.03.06 00:00
  • 호수 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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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수(충청남도농업기술원 기획운영과)
흙은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대상이다.
앞으로 21세기 첨단농업시대가 온다고 해도 흙의 중요성은 더 강조될 것이다.

흙은 생명의 모체이기도 하지만 흙을 통하여 많은 먹거리를 공급받거나 공산품의 원료를 공급받고 반도체를 만드는 물질을 뽑아내는 등 다양한 이로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흙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흙을 병들게하고 오염되게 하는 등 흙을 영원한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흙은 잘만 가꾸어 나가면 인간에게 진실함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 같은 존재다.

흙은 손가락 한마디 만큼의 분량 속에, 즉 1g에 약 7~8억개의 세균이 산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하며 자연적 치유력도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땅에 떨어진 떡을 대강 털어서 먹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큰일났다거나 왜그렇게 했냐는 등의 꾸지람 보다는 “잘 털어 먹어라”고 말씀하셨고 또 그것을 먹고도 배탈이 난적이 거의 없다.

그것은 흙속에는 여러 미생물들이 상존하면서 나쁜 균들을 억제해주어서 그럴 것이다.
난 이제껏 흙과 더불어 살아 왔지만 흙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요술단지’라고 말하고 싶다.

농업인들이 잘 발효된 퇴비를 정성껏 넣어 주어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생리장해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될 때가 상존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흙을 평생두고 연구한 학자들도 “흙을 연구하고 나니 눈에 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흙의 세계가 이러할진대 우리 농업인들은 농사를 잘지은 우수농가에 견학을 가서 하는 말이 “이 작물에 영양제는 무엇을 주고 무슨 농약을 사서 주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 농가에서는 농업인이 묻는대로 농약을 사용한 것과 영양제를 준 것 등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농업인은 그것을 믿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속으로 느끼고 돌아와 나도 그 농업인처럼 했는데 안된다고 불평을 하고 교육을 불신하게 된다.

그런데 그 불만스런 농업인의 땅을 채취하여 분석해 보면 영양제나 비료, 퇴비의 과다 등으로 질소가 과잉되어 카리나 석회가 있으면서 식물이 먹을 수 없게되는 결핍현상이나 영양과잉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작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우부, 돈분, 닭똥, 영양제제 등 장사꾼이 좋다고 하던지 이웃농가나 선진농가가 “이것을 써서 많은 수확을 하였다”는 소문만 퍼지면 우후죽순처럼 너도나도 그것을 써서 돈을 벌어야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농가는 벌써 흙을 잘 가꾸어 놓고 작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토양검정을 하여 과학적으로 시비와 처방을 한 농업인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닐하우스 면적이 4만여㏊로 많은 면적이 늘어 났지만 흙을 잘 가꾸지 않아 염류장해가 온 땅이 80%정도가 된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 충남오이연구회장을 맡고 계시면서 하우스를 하시는 이일재 회장님은 낙엽과 짚을 섞어서 땅에 넣고 오이를 재배하는데 오이가 병도 잘 안걸리고 맛이 있어 공판장에서도 고품질오이로 많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낙엽퇴비로 농사짓는 것을 보면서 한번 반성해보자!
우리는 너무 쉽고 편하게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옛날 이동식하우스처럼 벼를 한번 심고 하우스재배를 해 작물이 잘 되었을 때를 생각하고 너무 거름을 많이 주며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닌지?

한번 반성해 보고 21세기는 현재보다 한단계 높은 선진기술로 가기 위해 흙을 잘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일본의 속담에 ‘상농은 흙을 가꾸고, 중농은 작물을 가꾸고, 하농은 풀(잡초)를 가꾼다’라는 말을 떠올려보면서 흙을 진실된 마음으로 가꿀 때 땀흘린 결과를 말 없이 소득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새천년에는 흙을 보살피며 가꾸고 연구하는 농업인으로 거듭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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