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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육성이 낙후 청양 발전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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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육성이 낙후 청양 발전의 지름길”
  • 박태신 기자
  • 승인 2009.01.02 23:32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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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철강 윤종일 회장, 사재 털어 10억 규모 ‘인당장학재단’ 설립
▲ 윤종일 회장이 부인 정진숙씨와 함께 홀인원 기념 트로피에서 금을 떼어낸 사연과 인당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로부터 나이 70을 고희(古稀)라 하고, 종심(從心)이라고도 한다. 종심은 ‘뜻대로 행하여도 도(道)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 논어에서 비롯되었다.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서울종합철강주식회사의 윤종일 회장은 목면 신흥리가 고향인 출향인이다. 윤종일 회장은 얼마 전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준 윤 회장이 골프회원권 등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잔여 재산을 처분한 것은 평소 가졌던 ‘뜻’을 실천해 옮기기로 한 때문이다.

‘인당 장학재단.’ 윤 회장의 뜻이 실천으로 승화된 산물이다.
윤 회장은 10억원을 쾌척하고 자신의 호 인당(仁堂)을 따 장학재단을 설립 중이다. 최근까지 기금 납입과 함께 이사진 구성 등 모든 절차를 마친 인당장학재단은 1월 중 출범하게 된다.
“70이면 인생을 마감할 나이입니다. 3년 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낙후된 청양에 도움 되는 일이 없나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인재가 나와야 청양이 발전한다’고 결론 내린 윤 회장은 비로소 장학재단 설립에 착수했다. ‘인재양성’에 대한 윤 회장의 생각은 단지 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망과 맞닿아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고향마을을 살리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목면의 신생아 5가구에 축하금을 전달했으며, 목면초에 온풍기를 기증했다. 특히 청양정산고에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는데, 그 과정이 도드라져 보인다.

목면 발전에도 남다른 발걸음
미국에서 3년간 산 적이 있는 윤 회장은 한인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골프실력이 탁월하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평생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홀인원을 그는 네 번이나 했을 정도다. 그 때마다 받은 감사패나 트로피에 골프공 등의 금 조형이 부착되어 있다. 윤 회장은 얼마 전 이 금을 모두 떼어냈다. 그리고 집에 있던 행운의 열쇠 등을 함께 팔아 마련한 대금 1000만원을 고향의 후배들이 공부하는 데 쓰라고 선뜻 기부했다.
윤 회장은 지난 해 8월 침체된 목면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체육발전 기금 1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30여년 전 1000만원을 쾌척해 목면체육회와 목면체육대회를 태동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청양에서도 목면이 가장 낙후돼 있다. 그럼에도 목면 주민들이 한날 한자리에 모여 더불어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고 밝혔다. 1억원 쾌척의 이유는 다름아닌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오늘 주민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갖추자는 데 있는 것이다.

고향후배 뒷받침 역할 자처
‘인재를 키워야 청양이 산다’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을 만든 동기는 무엇일까. 윤 회장은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당시 심정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고, 뼈저린 아픔으로 평생 가슴에 남았습니다.”

공부에 대한 윤 회장의 열망은 목면초 졸업(14회) 후 서당에서 5년간 수학, 훗날 한양대 산업대학원 입학으로 이어졌다. 이런 학구열은 엠아이티(MIT)를 졸업(막내)하는 등 자식들에게도 이어졌다.
윤 회장은 고향의 어린 후배들이 가난에 개의치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고 있다. 후배들을 뒷받침 하겠다는 점이 바로 인당장학재단의 태동 목적이다. 장학기금 10억원이면 연 6000만원 이상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이자 전액을 매년 청양정산고를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장학재단 사무실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는 서울종합철강에서 부담키로 했다.

“장학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전액을 청양정산고 학생들을 위해 쓸 계획입니다. 지역의 우수한 아이들이 외지로 나가는 대신 군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청양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윤 회장이 정산고에 주력하려는 이유는 청양중·고에는 이미 장학재단이 마련돼 있고, 동문 수가 많기 때문이다.
청양정산고 성태경 교장은 “인당장학재단은 윤종일 회장님이 어렵게 모은, 귀한 돈으로 설립되는 만큼 그 분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게 온전히 전달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종일 회장님의 고귀한 뜻이 아이들에게 정신적 지주, 교육적인 성장 모델이 되게 노력할 것입니다. 인당장학재단의 장학금은 유명강사를 통한 학습프로그램 제공과 장학금 지급 등에만 사용하고 일절 시설투자에는 사용치 않을 방침입니다.”(성태경 교장)
지난 달 31일 종무식에서 청양정산고는 윤종일 회장의 장학사업 1호로 윤도순(2년) 학생에게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인재양성에 여생 투자하겠다
윤종일 회장은 18세에 상경해  평생을 철강과 함께 했다. 철강회사 재직과 고철모으기 등을 통해 관련 사업에 눈을 뜬 후 당시 쌀 몇 십 가마의 종자돈으로 철강회사를 창업했다. 서울종합철강을 매출 700억 규모의 국내 굴지의 철강유통업체로 성장시킨 윤 회장은 평생의 정열을 바친 철강업계 대신 이제 고향의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남은 열정을 쏟고 있다.

누군가가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사업에 환원시키려 할 때 가족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의 가족은 달랐다. 잔여 재산을 처분해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는 윤 회장의 말에 독실한 기독교인인 부인 정진숙씨는 “어떻게 그렇게 귀한 생각을 다 하게 되었느냐”며 반겼고 운수와 용순, 두 형제는 존경스런 아버지를 꼭 껴안은 후 절까지 올렸다고 한다. “서울철강을 더욱 발전시켜 아버님의 인당장학재단을 계속 키우겠다”는 아들들의 반응에 윤종일 회장은 “눈물이 다 났다”고 전했다.

윤종일 회장은 고향의 후배들에게 “공부 잘해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고, 베푸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윤종일 회장의 호인 인당의 인은 베푼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고향발전과 인재양성을 향한 뚜렷한 목적의식과 일관된 실천을 보이고 있는, 그러면서도 한없이 소탈한 윤종일 회장이야말로 종심(從心)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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