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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정산면 서정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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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정산면 서정2리
  • 김홍영 기자
  • 승인 2008.12.22 11:03
  • 호수 7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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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산 아래 최고 주거지역으로 손꼽히는 마을
▲ 한 겨울에도 손을 씻을 수 있을 만큼 차갑지 않다는 물안이 아랫 샘물.

정산면 서정2리 물안이 마을회관 앞에 공사가 한창이다. 그 위치로 보나 공사하는 모양새를 보나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길도 좁고, 땅도 좁고 차 한대 세워 놓을 만한 곳이 없었는데 이제야 주차장을 만들게 됐어요. 회관에 사람들이 모이거나 차가 많은 명절 때 주차할 곳이 없었어요.”

정산 시장을 지나 청남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서정2리는 오동산 자락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어 너른 땅이 많지 않다. 마을의 지형적 특성으로 기반시설을 만들 때 마다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 마을 공동 주차장을 만들게 되어 주차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게 되었다. 

서정2리 라상수(58)이장과 장영규(77)노인회장, 임 빈(66) 대동계장, 김풍호(74) 대동계 총무와 주민 장각준(76), 김인평씨(70)와 함께 물안이 마을회관 정자나무 아래 평상에 앉았다. 쭉 뻗은 도로 양 끝으로 왼쪽으로는 정산이, 오른쪽으로는 미당으로 넘어가는 산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비스듬한 지형에 따라 집과 농토가 들어앉아 있고, 그 사이로 좁다란 길이 나 있다.

“우리 마을이 물안이와 산정말 두 고랑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입니다. 하지만 인구수는 많은 편이예요.”
한 마을이었던 서정리가 1리와 2리로 분리될 당시 40여 세대였던 서정2리는 현재 가구수가 세배 이상 늘었다. 농사를 짓는 세대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공동주택 등 살림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이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지만 인근 4개면의 경제 활동 중심지와 가깝기 때문에 주거 지역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라상수 이장은 면 소재지와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서정2리가 최고 주거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며 이것이 마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산면과 이웃해 있으면서도 오동산 자락 아래 깨끗한 자연환경이 서정2리가 최고의 주거 지역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여기에 교통까지 좋으니 주민들은 앞으로 서정2리가 사람이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물안이샘’
서정2리는 깨끗한 공기를 자랑하는 산기슭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이 때문에 예전에는 살기가 힘들었다.
“농지정리가 안됐을 때는 농사짓기가 어려웠어요. 7, 8월 장마나 져야 물이 있지 어디 물이 있었나요. 그나마 물안이와 산정말 두 고랑 사이엔 물이 있어 간신히 농사를 졌어요. 천장호에서 물이 넘어오기 전에는 기우제를 얼마나 많이 지냈는지 몰라요. 멀리 금강까지 가서 제를 지냈어요.”

장영규 노인회장은 물이 참 귀했던 시절이었는데 물안이와 산정말에 샘물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물안이 마을에는 ‘물안이’라는 마을의 유래가 된 샘물이 있다. 주민들과 함께 물안이 마을 샘물을 보러 나섰다. 
“샘물은 이게 진짜여.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예전에는 온 동네 사람들 다 이 물 먹고 살았지요.”

물안이 주민 김풍호씨는 오동산 자락에 자리한 샘물은 오염원이 없어 깨끗하다며 지금도 그 물을 여전히 먹고 있다고 샘물 자랑을 했다. 식수로 활용하니 행여 오염될까 샘물에 덮개를 만들어주고 잘 관리하고 있다. 윗샘물이 여전히 동네 사람들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면, 이 샘물이 아래로 흘러가 논가에 또 하나의 샘이 생겼다.
“이 샘을 아랫샘으로 부르는데 여름이면 여기가 우리 동네 피서지가 돼요. 주변 밭에서 일하다가 세수도 하고, 발도 담그고 얼마나 시원한데요.”

논 아래 길 옆에 자리한 아랫 샘물은 무엇보다 수량이 풍부하다. 요즈음 같은 겨울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지금은 물을 흘려보내지만 여름에는 물구멍을 막아 더위를 쫓을 수 있을 만큼 물이 많다. 이 겨울에도 그리 차갑지 않다며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주민들을 보니 물안이 샘물이 마르지 않고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퐁퐁 쏟아지길 빌어 본다. 

산정말에도 샘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사용치 않고 있다. 이 두 고랑에 물이 있었으니 물이 적은 마을에서도 그나마 농사를 지었다는 주민들은 산정말 뒤쪽 만세봉을 넘어 천장호 물이 넘어온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지도 못했다며 천장호 물이 마을로 들어오던 때 이야기를 했다.
“천지개벽 같은 일이지유. 가뭄에 가슴 타 들어갈 때 저렇게 높은 봉우리 속으로 물길이 나서 물이 넘어올 줄 생각이라도 했것시유. 그 덕분에 우리 마을도 지금은 물 걱정 안하고 농사짓게 됐어유.”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물 걱정 덜어낸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딨냐는 주민들. 이제 한 해를 정리하면서 주민들은 또 다음 해 살림살이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1월 3일은 서정2리의 큰 일이 있는 날로 더불어 대동계도 열린다.
“이 날 마을 사람들이 전체 다 모여서 제사를 지내요. 자손이 없이 돌아가신 어른의 제사를 지내고 점심을 함께 먹어요. 그리고 그날 주차장 준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날 점심 먹으러 꼭 오라’는 헤어짐의 인사말에 정이 듬뿍 묻어난다. 마을의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서정2리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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