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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바로 비료” 무투입 자연농법 밤농사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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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바로 비료” 무투입 자연농법 밤농사에 활용
  • 이순금 기자
  • 승인 2008.12.15 14:24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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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농소리 ‘섭이네 농장’ 석병민·홍현옥씨 부부
‘올해는 밤을 맛있게 숙성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서 생각보다 쉽게 밤을 판매할 수 있었다. 저온창고에서 25일 저장한 뒤에 꺼내 먹어보니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것이 참 좋았다. 하지만 작은 밤보다 큰 밤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해 충고를 많이 들었다.’
오늘 소개할 석병민·홍현옥씨(섭이네 농장·대치면 농소리) 부부가 한 인터넷 개인 웹사이트에 그날의 생활상을 올린 글이다. 농부로 4년째,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올해는 밤을 맛있게 숙성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서 생각보다 쉽게 밤을 판매할 수 있었다. 저온창고에서 25일 저장한 뒤에 꺼내 먹어보니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것이 참 좋았다. 하지만 작은 밤보다 큰 밤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해 충고를 많이 들었다.’
오늘 소개할 석병민·홍현옥씨(섭이네 농장·대치면 농소리) 부부가 한 인터넷 개인 웹사이트에 그날의 생활상을 올린 글이다. 농부로 4년째,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 부부는 ‘기러기 농사꾼’
석병민(51)·홍현옥씨(52) 부부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청양을 오가며 생활하는 자칭 ‘기러기 농사꾼’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농소리 ‘섭이네 농장’에서 보내고 있지만, 아직 주민등록을 옮기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직 학생이에요. 그러다보니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합니다. 특히 막내가 몸이 좀 불편해서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저희들은 이제 어디가면 청양에서 농사짓는다고 할 정도로 청양사람이 다 됐습니다.”

도심의 북적거림 속에서 살던 이들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말을 건넬 주민 한명이 없을 정도로 한적한 농소리 한켠에서 농부가 돼 갈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인 석낙영씨(78)의 노력이 컸다.
“아버지의 고교 동창분 중 농소리에 사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께 현재 농장 자리를 소개받으셨다고 합니다. 18년 전이고, 약 10만여 제곱미터 정도죠. 산소로 쓰려고 했는데 산소만 있으면 후손들이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나무를 심으셨답니다.”

석씨 부친은 산을 구입한 뒤 그곳 일부에 가족 묘지를 만들었으며, 5년이 지나면서부터 나머지 산을 개간해 친구 3명과 함께 7년에 걸쳐 3000그루의 밤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6년 전 집을 짓고, 또 그 다음해부터는 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밤나무가 1년이면 3배 늘어나니까 수확도 3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첫 해 수확 후 관리인을 고용해 농장관리를 맡겼죠. 두 번째 해에 수확량이 늘기는 했지만 가격이 폭락했고, 아버지께서 손을 떼셨습니다. 마침 건강도 안 좋아 지셨고요. 그 뒤에 제가 그 일을 이어받았죠.”

자가제작 포충기와 자연비료 풀
“첫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나무에 벌레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약을 쳤고 벌레 퇴치를 위해 공부도 많이 했죠. 그렇게 배워가면서 밤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석씨는 첫해 밤농사를 지으면서 벌레 때문에 고생한 경험으로 벌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직접 포충기를 만들어 사용한 것도 연구 결과다.

“지난 해 3개의 포충기를 설치해봤는데, 포충기를 설치한 주변에는 벌레가 얼씬도 못하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6개로 늘렸어요. 산을 빙 둘러 깔았죠. 포충기를 설치하면서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았고, 떨어진 밤도 작은 것은 줍지 않고 볏집, 쌀겨와 함께 퇴비로 썼죠.”
석씨가 포충기를 사용해 벌레를 없애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우리도 사용해 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물론 포충기를 만들고 전선을 땅속으로 매립하는 작업 등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망설이긴 했지만, 먼 훗날을 생각한다면 그리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 석씨의 말이다. 그는 포충기 외에도 맛있는 밤 생산을 위해 무투입자연농법을 사용한다. 무투입자연농법은 비료든 농약이든 인공적인 것은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는 농사방법이다.

“산에 풀이 엄청나게 자랍니다. 풀을 뽑는 데 인건비만 1000만원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풀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석씨는 풀을 잡초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속에 각종 생물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농약을 쓰지 않으니 지렁이가 살게 되고, 지렁이가 영양분을 만들어내니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밤농사에 활용한 것이다. 

이밖에도 석씨는 유황을 사용한 벌레 퇴치법을 생각했다.
“유황가루를 밤나무 옆에 묻어 주는 방법입니다. 우유 작은 것 한 팩 정도 분량씩이죠. 이것은 올해 처음 시도한 것이라서 아마 내년부터 효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유황은 해충은 죽이지만 사람에게는 해가 없는 것입니다.”
아직 새내기 농사꾼이지만 석씨는 하루하루가 참 바쁘다. 자신의 농사뿐만 아니라 주변에 도움이 되는 일거리를 만드느라 그렇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
“처음엔 미친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우리 집에도 포충기를 깔아볼까, 유황 좀 나눠줘’ 하는 말씀들을 듣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농장 개방’
“지금까지 3년째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았고, 내년엔 친환경인증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친환경을 하다보면 수확이 조금 줄어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석씨의 농장에는 밤 말고도 매실, 벚나무, 철쭉, 진달래, 백일홍, 은행나무 등 과실나무며 꽃나무가 가득하다.
“10년 정도 후면 철을 달리해가며 이런저런 꽃들이 온 산을 아름답게 장식할 거예요. 원래 아버지께서 조경 전문이셨거든요. 먼 훗날을 보시고 산에 이것저것 심으셨다고 합니다.”
석씨는 농장 한쪽에 펜션 단지를 만들어 볼까 고민 중이다. 과실나무와 꽃 외에도 고사리, 취나물 등 도시민들을 위한 체험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섭이네 농장은 4년 전부터 개방됐다. 이후 주민들은 산에 올라와서 고사리, 취나물 등을 채취해 먹기도 하고 판매를 하기도 한다. 함께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석씨 부부에게는 요섭, 준섭, 태섭 등 세 아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끝 자를 따 ‘섭이네 농장’으로 이름을 지었다.
“제가 당뇨를 앓고 있어요. 그래서 사업을 정리해 이곳으로 왔죠. 이곳에 와서 건강이 좋아졌어요. 이곳에 3년째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 2년 정도만 더 투자하면 진짜 농장다운 농장으로 변화할 것 같아요.”
자칭 기러기 농사꾼 석병민·홍현옥씨 부부는 청양에서 농사꾼으로 생활하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쾌적한 공기와 넉넉한 인심을 매일 만날 수 있어서이다.
“놀러오세요. 사계절 넉넉함이 있는 곳입니다”라는 석병민·홍현옥씨 부부의 초대장이 정겹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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