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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씨 여섯 번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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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씨 여섯 번째 시집 출간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8.12.15 11:25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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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사물 통해 근원적 그리움 드러내

남양면 대봉리가 고향인 공광규 시인이 등단 22년째에 여섯 번째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간)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 공 시인은 시래기 한 움큼, 관광마차를 끄는 말의 말똥 한 덩이, 주택 담장의 덩굴장미 등을 통해 도시의 소박한 단면을 그리면서 다른 한켠으로 어머니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1987년 계간 실천문학에 현장시들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역으로 등장한 공 시인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현실과 함께 호흡하는 시를 써왔다. 전작 ‘지독한 불륜’(1996)에서는 자본과 권력의 불륜을, ‘소주병’(2004)에서는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가장들의 삶을 담아냈다.

소주병 이후 4년 만에 출간하는 ‘말똥 한 덩이’를 펴낸 공 시인은 시편마다 우리네 삶의 상처와 회억을 고스란히 스케치하고 있다.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이/광교 위에 똥 한 덩이를 퍽! 싸놓았다/인도에 박아놓은 화강암 틈으로/말똥이 퍼져 멀리멀리 뻗어가고 있다/자세히 보니 잘게 부순 풀잎 조각들/풀잎이 살아나 퇴계로 종로로 뻗어가고/무교동 인사동 대학로를 덮어간다/건물 풀잎이 고층으로 자라고/자동차 딱정벌레가 떼 지어 다닌다/전철 지렁이가 땅속을 헤집고 다니고/사람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고물거린다.’ - ‘말똥 한 덩이’ 전문

시인은 말똥 한 덩이를 보면서 현란한 수사 없이도 사람들의 인식을 단번에 뒤집어 놓는다. 어렵지 않은 말을 사용하면서 상상력을 통해 사회 현실을 관통, 변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공 시인의 시집에 대해 도종환 시인은 “좋은 시는 어렵지 않다. 좋은 시는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모순 앞에 정직하고 진솔하다. 공광규의 시가 그렇다”며 “가혹한 운명에 대해 노래하면서도 꽃나무 한 그루 옆에 세워 두고, 요절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도라지꽃 한 송이 피워 놓는다. 상처와 아픔을 불교적 서정으로 덮는 내공도 깊을 뿐 아니라, 흔들렸다가는 다시 수평으로 돌아오는 수면처럼 평상심을 유지하는 사유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일독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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