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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젊은이 많은 마을 그게 명당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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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젊은이 많은 마을 그게 명당이지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08.08.04 16:34
  • 호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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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_ 목면 안심1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스르륵 스르륵~' 잘 자라고 있는 벼들이 바람에 흔들려 몸을 부비는 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목면 안심1리 건지동. 난데없는 종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진다. 땡땡땡땡~~.
“이것만 때리면 다 나와. 동네 사람들 모이게 하는 데는 이게 최고여유."
종이 매달린 정자나무 옆에 있는 이는 귀를 막고 있어야 할 정도로 종소리가 크다. 종을 친 지 불과 몇 초 지났는가 싶었는데 벌써 반응이 온다.

“거기 무슨 일이래유."
다리심이 없는 나이든 주민들은 차마 소리의 근원지인 정자나무 아래까지 달려오지는 못하지만 종소리가 왜 울렸는지 궁금하다는 표현의 하나로 대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참 반응이 빨리 오는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한 아주머니가 당도했다.
“밭에서 일하다 달려왔어유."
종소리가 그렇게 멀리도 간단 말인가.

“이웃 마을에서도 다 들려유."
전화와 방송 시설이 생겼다 해도 여전히 안심1리 주민들에겐 마을 사람들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데는 이 종소리가 최고란다. 이 쇠종은 어른 팔 길이만한 크기로 길 다란 쇠통을 자른 것으로 종이라고 부르기에는 종다운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 소임만큼은 확실히 했다. 급한 일 있을 때 마을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다급함을 알리려고 달았다는데 이것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마을에 불이 났을 때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불났을 때는 이것만 한건 없어유. 작년 그러껜가 축사에 불났을 때도 한몫 했지.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모였으니까."
주민들은 종소리가 왜 울리는지 미리 약속을 해두었다. 
“대동계 열리는 날은 네 번, 부인회 관련 일은 두 번 치고, 불나거나 마을에 다급한 일이 있으면유 그야말로 급하게 마구 쳐야지유. 이렇게유. 땡땡땡땡~~"
연신 종을 쳐대는 이에게 옆에서 그만하라고 말린다.

“오늘은 불 난거 맹키로 급한 일은 아닌데 이렇게 급하게 쳐 대서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걱정 하것시유."
이렇게 하여 ‘무슨 일이래유'라며 달려온 주민들이 눈 깜짝할 사이 스무 명이 넘었다. 대단한 연락 통 덕에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줄 주민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이다. 종소리 하나로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모이다니 마을 사람들의 단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목면장이 섰던 장터 마을
목면 안심1리는 장터, 마근동, 건지동 등 3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78가구 190여 명이 살고 있는데 한때 인구가 지금의 배가 넘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에 장터에 시장이 서면서 4, 9일장으로 장이 섰어유. 목면장이 서면서 우시장까지 생겼어유."
박공순(57) 이장은 장터 마을이 있는 곳은 청양~대전간 직행버스가 서는 곳으로 예전에도 청양으로 가려면 이곳을 꼭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 왕래가 많았던 곳이라고 말한다. 주막이 한 채 있었는데 당시 마근동에 살던 한 주민이 시장설립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자금 조달에 앞장 서 시장터를 매입하면서 시장의 역사가 시작된다.

“목조로 장옥을 짓고, 짚으로 지붕을 해일은 가게가 죽 들어섰어유. 사람들을 모이게 하기 위해 시장 개설 기념 씨름대회를 열기도 하고, 80년대 중반까지 사람들이 북적댔습니다."
점점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공주와 정산이 가까워지고 시장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었고, 현재는 몇몇 가게가 자리하고 있다.
너른 중보들 앞에 자리한 마을이 마근동. 10여 그루의 수구막이가 아름답게 서 있는 마을이다.
“경지정리 할 때 수구막이가 없어질 뻔하기도 했어유. 수구막이는 마을의 좋은 기운 빠져나가지 말라고 심는건데 그거 없애면 안 된다 싶어 주민들이 나무 베는 것을 반대했어유."

주민들이 지킨 수구막이는 마치 중보들을 지키고 서 있는 듯 불어오는 바람에 간간히 흔들릴 뿐 듬직한 모습이다. 한 여름 작열한 태양아래 낟알이 익어가는 중보들의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수구막이와 어울린 중보들을 보니 밭보다 논이 적은 편이지만 수원이 좋아 옥답이라는 주민들의 말이 이해가 갔다.
중보들을 지나 한 모퉁이 길을 돌아서면 건지동이다. 건지동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투구봉이라고 부르는 산이 병풍을 두른 듯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 안고 있다.

“마을에 장군이 나오는 형국으로 뒤에 투구를 쓴 장군이 서 있고, 저 앞으로 깃발과 깃대를 상징하는 산들이 있어유. 바로 장군이 출정을 앞둔 모습이지유."
건지동은 옛부터 장군대좌격고형이라는 명당이 있다고 말하는 주민 김재복씨(79)는 지관이다.
“마근동은 만호 이상이 들어설 자리라고 했고, 건지동은 장군이 출정하는 형국으로 우리 마을이 좋은 땅이지유."
하지만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민들은 명당의 의미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큰 인물이 나거나 재물이 많아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우리 마을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거 하나는 최고지유."
김재복씨는 젊은 사람이 마을 가구 수의 반이 넘는다며 이들 젊은이들이 성실히 살아가기 때문에 안심1리는 사람이 살만한 좋은 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느티나무 아래 모인 젊은이들이 어떻게 농사짓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가장 든든한 재산으로 사람만 한 게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안심 1리 주민들은 자긍심이 많습니다. 목면에서 가구 수도 많고 제일 인구도 많거든요. 특히 땀 흘려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으니 그것만큼 큰 재산이 어디 있어유."
느티나무 아래 사진 촬영을 위해 웃는 모습으로 앉은 주민들을 보니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 느티나무 아래서 웃음꽃을 피우며 살아갈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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