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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삶의 변화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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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삶의 변화를 줍니다
  • 이순금 기자
  • 승인 2008.08.04 16:01
  • 호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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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_ 소통의 즐거움 함께 나누는 ‘책모임’

체로키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가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된 뒤 산 속의 인디언 할아버지 와 할머니, 친구들,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진실한 삶을 배워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스트리 카터 작). 화전민이 살다 떠난 산 속의 오두막에서 태양열 집전기로 모은 최소한의 전기로 방에 불을 밝히고 노트북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물론, 밭에서 방금 딴 신선한 채소가 반찬이 돼 냉장고가 필요 없다(‘산에서 살다’-최성현 작). 오늘 문화가산책에서 소개할 ‘책모임’ 회원들이 추천한 책들 중 일부이다. 바쁜 현대인들. 이들 중 대부분은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 권의 책 읽기도 힘들다고 엄살을 피운다. 기자도 반성할 부분이다. 하지만 ‘책모임’ 회원들은 책과 친구처럼 지내며 주변 친구, 학생들에게 책과 친해지도록 권한다. 또 자연스런 모임을 통해 함께하는 기쁨을, 다른 삶ㆍ다른 주제들로 가득 찬 책 소개를 통해 소통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교사들로 구성된 ‘책모임’을 만나본다.

소통의 다리 ‘책’
장마철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여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지난 달 22일 저녁시간. 비봉 신원리에 위치한 한 체험학교에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소박하게 차려진 저녁식사를 마친 이들은 곧바로 작은 방 가운데 우직한 모습으로 놓인 나무 탁자에 책 한 권씩과 무엇인가 빼곡히 적혀진 메모지를 펴고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여름밤 풀벌레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한 사람씩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렇게 맑은 느낌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태어난다면 작가님과 결혼할 수 있을까요’, ‘그의 책을 읽다보면 글과 생각, 삶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을 느낍니다’, ‘가장 겸손한 삶은 이웃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것인 것 같아요' 등.
두 시간이 넘었지만 이들의 토론은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여름밤이 깊어갔다.
이날은 매달 한 번씩 찾아오는 ‘책모임’의 정기모임이었고, 이들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토론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은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 작가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씨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이었다. 이들은 같은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사물을 봐도 생각이 모두 다르잖아요. 책은 더욱 그래요. 같은 책이지만 읽은 사람에 따라 독후감 내용은 많이 달라지죠. 혼자 읽고 그냥 책을 밀어둔다면 그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지만 이렇게 모임을 통해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다보면 각자 가졌던 가치관이 부딪치는 경험도 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죠. 책이 서로를 소통하게 만드는 다리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기자 회장의 말이다.

청양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모임'의 시작은 2006년 4월, 청양중학교 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총무를 맡고 있는 최은숙 교사가 청양중에 부임하면서부터이다.
“천안에서 근무 할 때 책모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청양중 부임 후 환영회 자리에서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죠. 그 다음 바로 이기자 선생님이 교무회의 시간에 공지를 했고 몇몇 분이 참여를 해 4월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은숙 총무의 말이다.
처음부터 함께 한 회원들은 모두 청양중 교사로 이 회장과 최 총무, 그리고 이명근 교감, 남기성ㆍ박영신ㆍ황영순ㆍ성기연 교사 등 7명이었다. 그리고 김종학ㆍ임동성ㆍ김정민 교사 등도 뒤따라 합류했다.
“초창기 회원 중 몇 명은 전근을 갔지만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박태원 선생님 같은 경우는 청양이 좋아 이사 온 후 타 지역으로 출퇴근 하면서 함께 하고 있고, 귀농하고 싶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청양을 오가며 참여하는 분도 있죠. 준회원들도 몇몇 있고요. 시작은 청양 중에서 했지만 지금은 여러 학교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최소한 한 달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얻은 지식과 생각을 서로 나눕니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 못지않게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는 것도 큰 공부가 되고 훈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 총무의 말이다.
책을 좋아해서도 이지만 청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서로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음으로 해서 사고의 확장,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삶의 지혜 책에서 얻는다
‘영혼의 성장과 자유를 위한 교사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 ‘길에서 주운 생각들’, ‘과학 읽어주는 여자’, ‘교실의 고백’,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일중독 벗어나기’, ‘방드르디, 원시의 삶’. 이는 책모임 회원들이 읽고 있는 책들 중 일부로 ‘교육, 농업, 환경, 사회문제, 자연, 삶의 진솔한 모습’ 등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다.
“신중히 책을 선정합니다. 또 읽어보고 추천할 만한 것들은 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에 넣어 읽을 수 있도록 하기도 하죠. 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얻지 못하는 지식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회원들의 한 목소리다.
회원들은 방학, 주말 등을 이용해 작가의 작업실 또는 작품의 배경이 된 곳들을 견학하고, 정기 모임에 작가를 초청해 작품세계를 음미해 보기도 한다.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을 번역한 최성현씨를 초청한 적이 있어요. 37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배달을 하면서 일본어를 배워 처음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고 하더군요. 본업은 숲 가꾸기이고, ‘바보이반'이라는 농장을 경영하면서 책 번역을 하는 분입니다. 책으로 먼저 만나고 초청 했는데, 작업복을 입은 채 7시간 트럭을 타고 기꺼이 와 주셨어요. 선물이라며 메뚜기도 잡아오셨고요. 그리고 책에 ‘진시황의 영화도 풀 한포기 만 못하다'라고 사인을 해 주셨어요. 그렇게 인연이 돼 저희들이 농장을 견학가기도 하고 그랬죠. 정말 좋았습니다."
 
‘미안, 니가 천사인 줄 알았어'
책모임 이 회장은 청양문학회 창립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또 최 총무는 대학 졸업 후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으로 교단에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엮은 산문집 ‘미안, 니가 천사인 줄 알았어'를 출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들도 독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사형제도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 데, 그 때 마침 사형제도 폐지 찬반의견이 오가던 때였어요. 저희들끼리도 물론이지만 학생들이 물어오면 객관적 근거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책 읽는 것이 자랑 거리는 아니지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책을 읽으며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 보려 합니다."
청양중 도서실에는 만화책도 많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도서실'에서 마음껏 무슨 책이든지 읽을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만화책이라는 것에 학교 측에서 배려한 것이다.
“특별한 수업이 아니라, 그냥 도서실을 열어주고 그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어려운 책을 찾아 읽기도 있고, 쉬기도 하더군요. 그 중 만화책을 가장 많이 찾았어요.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책 읽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을까요?"최 총무의 말이다.
‘책모임' 회원들은 계속되는 불볕더위, 독서로 이겨보라고 말한다.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생각의 폭과 이해의 마음이 넓어진단다.
본격적인 휴가철,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더위가 물러갈 동안만이라도 모든 것을 접고 가족들과 함께 산으로 계곡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것마저 언감생심한 일이라면 시골 고향집 정자나무 그늘을 벗 삼아 독서를 즐겨보자. 책모임 회원들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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