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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농산물 가꾸며 새롭게 꿈꾸는 장승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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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농산물 가꾸며 새롭게 꿈꾸는 장승마을
  • 김홍영 기자
  • 승인 2008.07.28 13:19
  • 호수 7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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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정산면 용두리
▲ 용두리 노루목의 장승. 이연우 노인회장이 장승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산면 소재지를 지나 청양으로 가는 길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마을이 정산면 용두리다. 도로변에 아름드리나무로 깍은 장승과 솟대가 서 있어 장승제를 지내는 마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곳은 최근에 만든 장승공원이고, 진짜 장승제를 지내는 장승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저기 정자나무 밑에 있시유.”

도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한눈에 ‘저곳이구나’ 하고 알 수 있을 만큼 푸르른 정자나무가 있다. ‘쯔르르르르’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따라갔다. 나무 아래 한 켠에 장승이 서 있다.
“이게 올해 장승제 때 깎은 건데 저기 앉아 있는 저 사람이 깎았지. 장승을 깍는 자격이 따로이 있는 것은 아니구유. 장승 깍을 손재주만 있으면 돼는 것이니까유.”

이연우(73) 노루목 노인회장은 장승제를 지내는 정성이 있어 마을이 아무 일없이 지나간다고 말한다.
“우리 마을이 칠갑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예전에는 호랑이, 멧돼지 등 야생동물 때문에 피해가 많았다고 해유. 일년 내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은 주민 모두 한마음이죠.”
정월 열나흗날 제를 올리고 제주 집을 오가며 농악놀이를 하며 주민의 무사안일과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용두리 장승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주민들이 장승제에 갖는 자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에 일하다가 더우면 여기 와서 쉬고, 장 보고 집으로 들어가다 무거운 장바구니 놓고 쉬어 가고, 여기가 우리 동네 쉼터예유.”
노루목 입구의 정자나무 아래에는 사람들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정자와 의자가 있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자는 따로 있다.
“이렇게 넓은 바위 본 적 있으세유.”

자연석으로 이렇게 평평한 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바위는 상을 펴놓은 것처럼 넓다. 예닐곱 명은 앉을만하다. 바위에 걸터앉은 주민들 사이사이로 뭔가 그려져 있다.
“장기판을 새겨놓았어유. 이건 고니 놀이판이구유. 일 하다가 짬짬이 쉴 때 내기 장판 한판 두면 힘든 거 다 가셔유.”
김영국 이장(54)의 말을 들으니 주민들과 삶의 고락을 함께했던 정자나무가 남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어느새 더위도 잊는다.

▲ 청양~정산 간 도로에 자리한 정산면 용두리의 장승공원.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리는 쉼터 마을
“여기서 청양 가려면 이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칠갑산 고개 넘어 한티까지가 열두고랑 이라고 했어유. 예전에는 20리 거리마다 주막이 있었거든. 칠갑산 넘어서는 한티에 주막이 있었구, 청양서 정산 넘어오면 마치와 우리 마을에 주막이 있었지.”

용두리의 가장 큰 마을인 노루목은 청양으로 가려면 넘어야할 큰 고개로 이것이 노루목에 해당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그 고개 아래 주막이 있었던 마을이 주막뜸이다. 현재 작은 카페가 있는 자리다. 사연을 듣고 보니 아무 이유없이 그냥 그 자리에 쉴 곳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길 위의 나그네들 숨 한번 크게 쉬고 가라고 쉼터를 만든 옛 사람들의 정이 느껴진다.

청양으로, 정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하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마을의 이점을 살려 요즈음 용두리는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장승과 솟대가 서 있는 길가에 넓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서정권역 농촌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소득 증대와 도농교류를 위해 조성된 시설물들이다.

“우리 마을이 산 자락에 위치하다보니 경지면적이 적어유. 생산량이 적은 편이지만 산 자락에 자리한 만큼 공기좋고, 물이 깨끗합니다. 이런 청정 이미지를 살려 소득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산면 용두리는 서정권농촌종합개발이 추진되면서 오랜 장승제를 지낸 마을의 역사를 소득 사업과 연계하여 장승공원을 만드는 등 방문객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마을 주민이 참여한 영농조합법인 결성이다.

청정환경의 농산물·전통식품 판매
“우리마을이 구기자, 고추, 콩을 많이 심는데 안정적인 판로와  소득 증대를 위해 품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도로변 장승공원 옆으로 장류가공시설물과 구기자체험관, 음식체험장 등을 만들었다.
“외지인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농산물을 직접 따고, 그것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거나 가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기자 따기와 술 담그기, 고추 따기와 고추전 만들기, 고추장 담그기 등의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여의주 마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의 최광석 대표는 체험장 주변을 친환경단지로 조성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을 밝혔다. 
“고추, 참깨, 구기자 등에 무농약 인증을 받았습니다. 현재 오미자와 복분자 등을 시험재배하고 있는데 앞으로 구기자는 물론, 오미자, 복분자가 유명한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점점 경쟁력있는 작물의 재배를 늘리고, 농사짓는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도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는 구기자 등을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시중 판매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농산물을 수매해 주민 소득에 보탬이 되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한 품질좋은 농산물을 전량 이용하여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추장, 된장 등 주민들이 직접 담근 전통식품과 구기자· 콩 등을 소포장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청정 환경에서 키운 농산물을 이용하여 소득사업을 벌이고,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장승제의 오랜 역사를 알리는 정산면 용두리. 이제 그 마을의 장승공원을 지나갈 때는 정자나무 아래 서 있던 장승과 그곳에서 주민들이 들려주던 마을 이야기를 매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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