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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사회적 시스템이 유기농업을 가능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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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사회적 시스템이 유기농업을 가능하게 하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08.07.21 14:22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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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가다 …3

곡물과 석유값의 급등은 비닐로 지은 하우스와 멀칭, 난방유, 화학농약, 그리고 각종 농기계 등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행농업을 파탄지경으로 몰고 있다.
반면, 수입 농수축산물은 최근의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지엠오(유전자조작), 각종 유해성 농약 함유 등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농업을 향해 근본적인 대안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우리 농업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그 답을 구하고자 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취재했다. 이번 쿠바 취재는 5월 17일부터 10일 동안 진행됐으며, 전국의 7개 지역주간신문이 함께 했다.

[글 싣는 순서]
1. 쿠바는 왜 유기농을 택했나
2.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시농업
3. 쿠바에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4. 좌담회-청양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
5. 청양 유기농업의 과제

유기농의 성공은 아래로부터

쿠바에서는 교육과 의료가 모두 무료다. 혁명이후 쿠바정부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통해 미국에 조차 뒤지지 않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냈다. 쿠바의 문맹률은 0%에 가깝고, 라틴아메리카에서 1인당 의사 수는 가장 높고, 영아사망률은 가장 적다. 쿠바에서 농촌지역의 의료서비스는 도시 못지않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공책과 실험기구 등이 모자라는 등 교육환경은 상당히 열악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쿠바의 학교에선 생태를 중시하는 교육을 한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며 인재를 양성한 덕택에 쿠바의 인구는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과학자는 10%를 넘고 있다. 쿠바 전역에 200개가 넘는 연구소가 있고, 3만5000명이나 되는 연구자와 기술자가 있다. 이중 62%는 여성이다.

쿠바는 이미 1980년대부터 바이오 기술의 개발에 힘써왔는데, 이 기술들은 오늘날 유기농업 실현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정책과 기초과학자들, 바이오 기술, 컨설팅 숍, 엔피오(NPO, 비영리기구), 도시농업연구소, 농민시장과 직판장 등이 있었기에 오늘날 생태도시 쿠바가 탄생된 것이다.
컨설팅 숍이나 각종 연구소, 엔피오에서 일하는 도시농업 보급원이나 연구원들은 농업부장관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등 사회적 대우도 좋고 각자가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취재진은 쿠바의 유기농업이 사회주의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잘 짜인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이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기농 실현 주체는 농민
앞서 소개한 대로, 유기물 함량이 부족한 토양에서 유기농을 가능하게 만든 생산기술 수단인 오가노포니코 외에도 쿠바에는 유기농을 위한 여러 요소들이 갖춰져 있다.
우선, 각종 농자재와 교육, 상담을 담당하는 컨설팅 숍이 있다.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리사군에 있는 코로넬라 컨설팅 숍에서는 유기질 비료를 비롯 씨앗, 분변토, 퇴비를 공급하고 있었다. 컨설팅 숍은 리사군에만  4곳이 있으며, 아바나 시 전체에 52곳이나 있다. 컨설팅 숍에 근무하는 농업기사들은 농장이나 농가를 방문해 현장지도를 하기도 한다.

코로넬라 컨설팅 숍에서 만난 실습생 씨오멜리씨(19)는 2년전 농업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의 학생들에게 농업이 인기가 없다는 질문에 “쿠바에서도 아이티(IT)나 관광에 관심이 많지만, 농업에 뛰어들려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며 “농업대학에 진학해 농업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숍은 종자와 퇴비 등을 농민에게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숍에서 일하려면 전문 면허가 필요하며, 토양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파견 나와 일하기도 한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또 도시농업 보급원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작물재배법을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바이오농약, 병해충 대응방법, 지역생산과 소비 등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을 실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보급원들을 뒷받침해주는 이들이 있는데, 바로 농업연구소의 연구원들이다. 쿠바에는 열대농업기초연구소, 축산연구소, 벼연구소 등 33개의 농업관련 연구소가 있다. 연구원들은 예컨대,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지렁이 퇴비를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이 높은 품종을 고르거나, 바이오 농약을 개발한다.
쿠바에는 생산자 조합원들을 위한 종자은행도 있다. 이를 통한 종자의 보급은 재래품종의 부활을 가져왔다. 재래품종이 거의 전멸한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새 농업정책은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요구했다. 배급과 암시장이 활발했던 쿠바의 시장을 개혁하는 법 개정이 1994년에 있었는데 이를 통해 농민시장 개설과 개인농가의 자유판매를 인정한 것이다. 쿠바의 농산물은 농민시장과 농장에 부설된 직판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쿠바에서는 치료보다 예방의학이 발달했다. 이 모두 경제봉쇄의 파생물이다. 의료기나 약품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쿠바에서는 동양의학까지 접목시켰다. 그 결과 도시의 텃밭에서조차 약초를 심기에 이르렀다.
전체적으로 쿠바에서는 전통농업이 부활됐다. 농민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은 땅심을 떨어뜨리고 결국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구소 연구원들의 지도에 따라 윤작과 혼작 등의 전통농법을 재현되었지만, 유기농업을 실현한 장본인들은 결국 농민 자신이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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