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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장꾼들이 정산장 좋다고 칭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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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장꾼들이 정산장 좋다고 칭찬해요”
  • 청양신문
  • 승인 2008.06.23 00:00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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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정산면 서정1리

“지금이 가장 좋을 때여유.”
정산 면소재지인 서정1리가 언제 가장 살기 좋은 때였냐고 묻자 임용대(56) 이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5일, 10일 오일장이 열리는 날, 정산장은 여느 시골 장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막는 물건이 길가에 쌓여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 저기 늘어놓은 좌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의 정경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아주 편리하다. 현대시설로 완전하게 변한 것이 현재 정산장터의 모습이다.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사꾼들이 정산장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해요. 장이 널찍하니 물건 놓기도 좋고, 주차하기도 편하다고 말입니다.”
전국의 장꾼들이 칭찬하는 이곳 정산장은 예전에는 ‘읍내장’으로 통했다.
“지금은 청양이 읍이니 그곳 장을 읍내장으로 부릅니다. 이름이 같으면 혼동이 되니까 읍내장이었던 여기를 지금은 정산장으로 불러요. 하지만 지금도 정산 사람들이 읍내 장에 간다면 정산장 간다는 말입니다.”

정산이 목면, 장평, 청남의 중심지였다는 것이 읍내장이라고 부른 것에서도 알 수 있지 않냐는 임용대 이장과 백남례(61) 부녀회장이 정산장으로 길을 나선다. 원래 정산장은 현재 장이 있는 위치보다 더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용두리에서 내려오는 물이 여기 저자거리 내로 이어지고 이 물이 다시 탑이 서 있는 녹야들로 흘러가 그 물로 농사를 지었지요.”
저자거리 하천을 복개하면서 1970년대 현재의 자리로 장터가 내려 앉게 되었고, 정산장이 전국의 장꾼들이 칭찬하는 넓은 장터를 자랑하게 됐다.

오랜 정산 역사 말해주는 유적도 많아
“예전에 물이 없으면 장을 세울 수가 있었나. 저자거리 하천에 물레방앗간이 있어 방아를 찧었고, 닭을 잡아 팔기도 했지. 냇물이 복개공사로 없어지니까 넓은 터로 내려온 거지.”
지금은 누구네 집이 무슨 자리였다는 주민 윤홍수씨(77)의 이야기를 듣고 장터 모습을 상상하면서 옛 장터로 올라갔다. 임 이장이 걸음을 멈춘 곳은 비선거리. 옛 현감들의 선정비와 불망비가 많아 비선거리라 불리우는 이곳에는 아직 몇 기의 비가 서 있다.

“원래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 비들이 서 있었는데 길을 새롭게 내면서 여기 한 곳으로 모아놨어요.”
제 자리를 떠나 자리한 비의 모습을 보고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비에 얽힌 이야기가 이어진다.
“청양서 철비가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어요. 선정비나 불망비는 모두 석비인데 여기는 철비로 만들었어요.”

석비든 불비든 긴 세월 비바람을 맞고 견뎌온 흔적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지만 ‘청양에서 유일한 철비’라는 불망비는 ‘읍내 면장 000 불망비’라는 글귀를 아직도 또렷이 지키고 있다.
“여기 철비를 만들 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집에서 가져온 철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다른 지역의 불망비에 비교해서 그 의미가 다른 거죠.”

당시 면장의 공적을 짐작할 만하지 않냐는 뜻으로 이야기하는 이장은 그 옆의 석비를 들여다본다. ‘자오교 중수비’라고 씌어져 있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지만 비가 서 있는 바로 옆에 자오교가 있었고, 여러 번 중수했음을 알리는 비가 이 석비다.

고향 다르지만 동향인처럼 화합
정산의 역사와 현재 남아있는 흔적들을 돌아보고, 시장 안으로 다시 들어섰는데 누군가 이장을 알아보고 불러 세운다. 들어와서 시원한 음료수 한잔 마시고 가란다. 마침 한낮의 더운 날씨로 인해 목이 말랐는데 잘 됐구나 싶어 따라 들어갔다. 시원한 매실차가 한잔 나왔다. 매실차를 몇 통 담았는데 벌써 다 먹고 이것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시장에 오가는 사람 그냥 보내지 않고 불러 세워 차를 대접하는 주인의 정이 느껴진다.

“지금은 시장 많이 변했지요”라고 주인이 말을 꺼내자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마을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는 농사짓는 사람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요. 근데 요사이 농사짓는 세대가 조금 느는 추세입니다. 그래도 요즘 상권이 적정하게 형성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상권이 좁아서 외지 사람들이 안 들어왔는데 지금은 인구 규모나 인근 주변 상황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서정1리는 장터가 있다는 특성상 토박이들보다 외지에서 장사를 위해 이주를 한 이들이 많다.
“주민들중 외지 사람이 많지만 주민들 사이 화합은 잘 되고 있어요. 좋은 마을 만드는 일에 고향, 타향 따질 필요 있나요.”

25년 전 옥거리로 이사를 온 부녀회장은 애경사시 ‘부녀회원들은 당연히 하는 일로 알고 참여한다’는 말로 부녀회원들의 화목을 이야기한다. 부녀회원들 못지 않게 노인회의 지역 봉사 활동도 인근에서 알려져 있다. 한달에 한번, 등교 시간에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 봉사를 하고, 시장 청소를 하고 있다.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고향사람처럼 허물없이 정을 나누며 산다는 주민들. 요즈음 걱정이 하나 생겼다.

“외곽도로가 생기면 정산을 거치지 않고 지나치는 차량이 많이 생기니 상권이 줄어들까 염려됩니다. 정산이 교통의 중심지로서, 상권이 지속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요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정1리 미래를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귀중한 문화재가 많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마을로서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나왔다.
또한 교통의 중심지라는 장점을 발휘해 다중들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한다. 주민들의 이런 고민을 발판으로 서정1리가 정산 면소재로서 읍내장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길 바란다.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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