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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값 싸다고 마냥 사들일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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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값 싸다고 마냥 사들일 수는 없지”
  • 청양신문
  • 승인 2008.06.02 00:00
  • 호수 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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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우시장을 가다 1

소는 농가의 큰 재산이다. 그래서 우시장은 희망과 활기가 넘치는 장터다. 미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한우 농가의 시름이 커지는 즈음 오일장으로 열리는 청양 우시장을 찾아 가봤다. 소를 팔고 사가는 이, 그리고 누런 송아지들이 자리한 우시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두시간 남짓, 우시장 개장 시간은 짧았지만 그 속에는 소를 기르는 이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청양 우시장을 찾아간 날은 지난달 17일로 이후 소값 변동이 있음을 밝혀둔다. <2회에 걸쳐 청양 우시장을 스케치 한다>

▲ 소를 사겠다는 사람과 소를 팔려는 사람 사이에 중개인이 흥정을 하고 있다.

어둠이 깔려있는 청양 우시장 앞. 문이 열리기까지는 아직도 1시간 넘게 남았지만 소를 실은 트럭이 벌써 도로를 꽉 채우고 있다. 어두워서 바짝 다가가야 서로 분간할 수 있을 정도지만 좋은 소를 고르려는 사람들이 부지런을 떤다. 소 얼굴이 잘 생겼다느니, 엉덩이가 살찌게 생겼다느니 하는 것을 보니 소를 제 식구처럼 여기고 사는 이들은 어둠 속에서도 볼 건 다 보는 것이 틀림없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트럭이 있다. ‘송아지 좋다’ 하며 한마디씩 건네며 사람들이 오간다. 아무 말 없이 서 있지만 분명 소 주인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면 그만큼 좋은 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 파는 이와 사가는 이의 사이에 가격 흥정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송아지 2마리가 새 주인을 만났다. 운곡에서 왔다는 이는 ‘잘 생긴 송아지’를 가지고 온 덕에 이미 우시장 문을 열기도 전에 4마리 중 반을 팔았다. 그런데 씁쓸한 표정이다.
“가격이 시원찮아유. 먼저는 이 정도 송아지면 비쌌지. 210만원은 받았는데, 오늘은 190만원 밖에 못받았어유.”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버린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최바닥 값은 면했다며 다행스럽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비봉에서 20여 년 가까이 소를 키웠다는 노 모씨. 시세를 알아볼 겸 송아지 4마리를 싣고 우시장에 나왔다 한다. 청양 우시장은 그래도 송아지 시장이니 웬만큼 거래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송아지 값이 싸니까 청양 우시장은 집에서 소를 먹일려고 하는 실소유자들이 많이 나옵니다. 요즈음 송아지 값으로 보면 송아지 사다가 기를만 하죠. 비육우는 거래량이 떨어지지만 송아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가는 이가 늘 있습니다. 하지만 사료값이 비싸서 관망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6개월 기준으로 수송아지가 2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평균 잡아서 180만원에서 190만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사료값이 1만2000원까지 하는 상황. 비거세우인 경우 15개월 이상 580킬로그램, 거세우인 경우 24개월 650킬로그램 정도까지 키워 팔려면 품값, 축사운영비도 안 남는다. 그러니 송아지값 내렸다고 마냥 사들일 수 없다 한다. 한마디로 투자한 만큼 값이 안나온다. 그래도 농촌에서 제일 돈이 되는 것이 소밖에 없으니까 소를 기르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송아지 매매가 그나마 잘 되고 있는 이유다.

사료값 인상으로 농가 부담 커
새벽 5시 30분, 요즈음 소를 키우는 이들의 사정을 듣고 있으니 어렴풋이 어둠이 걷히고 우시장 문이 열린다. 트럭 밖으로 끌어내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송아지들은 엉덩이를 뒤로 빼고 나오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우시장에 온 이유를 알기 때문일까. 어미를 찾는 어린 송아지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새벽 일찍부터 이리 저리 흔들리고, 낯선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커다란 눈망울을 껌벅대던 송아지들이 우시장 바닥에 쉼없이 오물을 쏟아낸다. 

 “오늘 주말이라 그래도 소가 많이 나왔는데 아직 한 마리도 거래가 안됐습니다. 하하.”
우시장 중개인 이 모씨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8개월 된 송아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가 있다. 주인은 240만원을 부르는데 사는 이는 비싸다는 것이다. 이 중개인이 230만원까지 가격 차이를 좁혀 보지만 결국 발걸음을 옮긴다. 보기에 좋은 소 같은데 왜 그냥 가냐고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사료값이 비싸서 안 맞아요. 2백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도저히 가격이 안맞네요.”
‘왜 이렇게 안돼….’ 혼잣말처럼 내뱉던 중개인이 2백만원이 넘어가면 잘 거래가 안된다고 덧붙인다. 예전에 비해 그만큼 소값이 떨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200만원 넘으면 송아지 매매 어려워
부여에서 왔다는 이는 두 마리를 175만원씩 샀다며 ‘적당한 값으로 샀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축사가 많이 비어 있어요. 이왕 있는 시설 놀리면 뭐합니까. 가격 잘 맞으면 더 사려구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인해 소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키우던 소들을 미리 갔다 팔았거든요. 송아지 다시 사다가 또 키워봐야죠.”

한우 농가에서 소값을 염려하고 사료값이 부담돼도 또 송아지를 사다가 다시 키워보겠다는 이들이 이 사람 뿐이 아니라는 것이 송아지를 판매한 이의 말이다. 또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사료 구매 자금을 융자받아 송아지를 사간다고 귀뜸한다.
서천에서 15마리의 송아지를 팔려고 가지고 온 이는 이미 12마리를 팔았다. 남은 소들은 왜 팔리지 않는 걸까. 개월 수가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4개월 된 송아지 앞에 한 사람이 멈춰 섰다.

인은 이전에 송아지가 작기 때문에 거래가 되지 않았음을 잘알고 있기에 ‘사료 5만원치만 먹이면 저만큼 큰다’고 6개월 된 송아지를 가리키며 너스레를 떤다. 그 송아지에게 앞으로 먹일 사료값에 대한 농가의 부담이 컸기 때문일까. 이후에도 여러 사람이 그냥 지나쳐 간다.
‘다 팔고 가셔야죠’ 하고 말을 건네니 ‘그러면 좋지’라고 대답하는 소 장수는 ‘아무래도 더 키워서 와야 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도 개월 수가 너무 작아 쉽게 팔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파장이 가까올 시간까지 그 소가 새 주인을 만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다음호에 계속>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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