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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 심는 젊은 마을 “풍성한 가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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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 심는 젊은 마을 “풍성한 가을 기다려요”
  • 청양신문
  • 승인 2008.05.19 00:00
  • 호수 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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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정산면 덕성1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정산면 덕성1리를 찾았을 때 아주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김성길(57) 이장, 조한복(79) 노인회장과 주민 조재온씨(69)는 비가 내리자 손꼽아 기다리던 손님이라도 찾아온 듯 반가워한다.
“비가 흠씬 와야하는디. 가물어도 보통 가문 것이 아녀. 78년도가 이렇게 가물었는디….”

보통 기억력이 아니다싶어 ‘30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정확한 연도까지 기억하고 있냐’고 묻자 ‘그 해 가뭄이 워낙 심해서 학암리 양수장 물을 다 퍼냈거든’ 하며 말을 잇는 조한복 노인회장.
‘지금 제일 비가 많이 와야 할 때여유. 농사짓는 사람들이야 언제나 하늘만 바라보고 살지 뭐. 지금 이보다 더 중한 게 어디 있겄어유.’ 그가 평생 동안 어떤 마음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왔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 마을은 벼농사와 밤농사를 많이 해유. 한 10년 전에 경지정리 했는데 기계화되어 편리해졌지. 그래도 여전히 여기는 지하수에 의존해서 농사를 져유. 저수지가 있기는 하지만 물이 안 닿는 곳이 많거든유. 지하수가 풍부해서 그래도 물 사정은 괜찮은 편이여유.”
덕성1리 주민들은 이렇게 벼농사에 의존하며 살았는데 대체작물로 30여 년 전부터 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현재 덕성1리는 정산면에서 남천리에 이어 두 번째로 밤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 전체 약 60헥타르 정도로 벼농사 면적보다 넓다고 한다.
“지금은 어지간한 집에서 모두 밤농사를 하고 있어유. 처음에는 밤값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 때 시세에 비해 60% 정도 밖에 안돼유.”
조한복 노인회장은 이 마을에서 밤농사를 제일 많이 짓고 있고, 가장 먼저 밤농사를 시작한 이다.

하지만 농사를 지어도 인건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전과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덕성1리 밤농사에 거름이 되어 틈실한 열매를 맺게할 이들이 있다며 김성길 이장이 요즘 덕성1리 밤농사에 이는 변화에 대해 들려준다.

친환경인증 밤 생산에 주력
“지난 해 일부 밤농가에서 친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올해부터는 밤농가 전체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전과는 달리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덕성1리 밤농사 일꾼들은 ‘덕성1리 밤 작목반’이 중심이 된 이 마을의 젊은이들이다. 밖에서 일하고 있는 조일상(46) 작목반장이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5년 전에 작목반 구성이 됐는데 2년 전부터 친환경 생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사짓는 나부터라도 먹을거리는 농약 덜 쳐서 오염이 안되게 해야하지 않나 해서요. 우리가 먹고, 농사짓는 물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우리가 약을 주지  말아야지유.”

작목반에서는 약을 적게 치는 저농약 친환경 농사를 위해 재배 방법을 달리했다. 올해부터는 항공방제를 하지 않게 되며, 천연 박제를 하고 있다. 처음에 8농가로 시작했던 작목반은 인근 마을의 가구수를 포함하여 18농가로 늘었는데 마을 전체가 똑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마을 전 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는 것이 덕성1리 작목반의 목표다.

더불어 덕성1리 밤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밤농사를 지었지만 노령화된 밤나무가 없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우리 마을 밤나무는 10년~15년생입니다. 저장성이 뛰어나고, 당도도 좋고, 과질이 단단한 품종으로 거의 개량을 했습니다.”

조일상 반장은 이를 바탕으로 직거래 판매를 늘리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다. 이미 직거래로 판매되는 제품이 30% 정도로 수매가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직거래로 판매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농사짓고 있는지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50대 미만 젊은이들 많은 덕재마을
수확철에 도시인들이 마을을 방문하는 행사를 열고, 마을 밤 밭을 직접적인 홍보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조일상 작목반장. 그가 많은 일을 계획하고 밤농사의 미래에 밝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은 그와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다른 마을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젊은 농사꾼이 많으니 어떤 일을 해도 일사천리로 잘 진행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옛날처럼 하면 안 된다며 교육도 잘 다니고, 또 이렇게 하자하면 모두들 잘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덕성1리 덕재에는 50대 미만의 젊은 세대주가 10여 명에 이른다. 농사를 전업으로 하지 않고 직장에 다니는 이들도 있지만 덕재마을 전 가구수의 반 수가 젊은 세대이니 무슨 일을 해도 추진력 있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초등학생 수도 많은 편이라는 김 이장은 이런 점이 마을에서 어떤 일을 계획해도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고, 한번 해보자는 단합된 힘을 나오게 하는 근원이 되는 것이 아니겠냐며 든든하다는 표정이다.

조 반장과 오래도록 밤농사 이야기를 나누자 옆에서 주민 조재온씨도 한마디 거든다. ‘나도 올해부터는 이 사람들처럼 밤농사 지으려고 하는데, 할일도 많고 신경쓸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지 전처럼 농사지어서는 안 된다’며 동네 사람들로 인해 자신도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덕성1리 밤맛은 남다르기로 인동에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이곳은 평지인데 산골 마을보다 서리가 먼저 오고, 밤낮 기온차가 크다’는 것이다. 일교차로 인해 다른 지역의 밤보다 더 달다는 주민들. 밤농사 짓기에 지형적인 조건도 좋은 편이니 품질 향상에 노력을 한다면 좋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비가 그쳤다. ‘성질 급한 아낙네 푸르르 화를 내다가 부엌으로 들어간 것처럼 금새 비가 그쳤다’며 잠깐 내린 비가 성에 안찬 표정이다. 밖으로 나가니 어느새 주민들이 물고랑을 손보려 밭에 나와있다.

“이제 밤농사는 전정도 다하고, 지금은 젖순을 따주는 시기입니다.” 일일이 손으로 젖순을 따줘야 하지만 이리 해야 더욱 틈실한 열매를 맺는다는 주민들. 방금 내린 비로 인해 물기가 묻어있는 밤 잎사귀가 건강한 빛을 띄고 있다. 아마도 이 마을은 젊은 농사꾼들의 밤나무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토실토실한 밤들이 열린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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