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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숙원사업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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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숙원사업 그 후
  • 청양신문
  • 승인 2008.01.01 00:00
  • 호수 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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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향상 위한 숙원사업 ‘낮은 진척’

1년 6개월에 걸쳐 매주 청양군 산서지역 각 마을의 현안문제를 다룬 ‘우리동네 숙원사업’을 소개했다. 또한 75개 마을의 총 160여 개에 달하는 숙원사업의 진척 정도를 3회에 걸쳐 점검한 바 있다. 이번 주에는 청양 산서지역에 대한 우리동네 숙원사업 시리즈를 총정리하면서 숙원사업이 남긴 과제를 알아본다.

숙원사업 160개 중 완료사업 25% 불과
농사관련 사업은 그나마 조금 나은 정도

“우리 마을에는 언제 찾아올 건가요?”
1년 6개월에 걸쳐 ‘우리동네 숙원사업’이 소개되면서 주민으로부터 마을의 방문을 재촉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또한 다른 일로 마을을 방문했다가도 주민들로부터 빨리 찾아와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주민의 요청은 우리동네 숙원사업을 소개해달라는 마음의 표현이었고, 여기에는 숙원사업이 하루빨리 풀렸으면 하는 주민들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진척정도를 점검해 본 결과,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6년 7월 10일부터 시작해 2007년 12월 3일까지 소개한 숙원사업은 75개 마을에서 160여 개에 이르렀다. 일차적으로 청양읍 등 산서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에 평균 2개 정도의 사업을 소개했는데 이중 완료된 사업은 25%에도 못 미치는 37개에 불과했다.
청양읍을 시작으로 대치·남양·화성면, 운곡·비봉면 순으로 그동안의 진척 정도를 점검했는데 취재했을 당시와는 다른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마을은 숙원사업 3개 중 2개가 완료됐습니다. 주민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비봉면 이 마을의 경우는 보기 드물게 숙원사업 완성도가 높은 마을로 그동안의 사업 진행 정도를 이야기하는 이장의 목소리에서도 좋아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그대로 배어 나왔다.
“하나도 없습니다. 언제 이뤄질지 막막합니다.” 반면 숙원사업과 관련, 전혀 변화가 없는 마을의 경우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완료사업 중 농사관련 사업 8개
160여 개 숙원사업은 농수로관 공사·경작로 포장·공동 건조기 설치 등 농사관련 사업, 상하수도·마을안길 개선 및 공동주차장과 마을회관 관련 등 정주 여건 개선 사업, 소득증대 사업, 산신당 개축·정자나무·공동우물 살리기 등 전통문화 관련 사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완료율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농사관련사업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마을은 농사와 관련 있는 숙원사업을 적어도 하나씩 갖고 있었다. 완료된 사업 40여 개 중 농사관련 사업이 8개로, 전체 숙원사업 진척률이 낮은 상황에서도 그나마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동네 숙원사업 중 그 다음으로 다수를 차지했던 분야가 상수도개선사업이었다. 이는 청양 지역의 수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청정을 표방하는 청양도 이제 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상수도 개선을 요구했던 마을은 10개 마을로 이중 새로운 상수원을 개발한 마을은 청양읍 정좌1리 등 4곳에 불과했다.
“먹는 물로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물을 계속 먹을 수밖에 없는 심정을 아느냐”며 “허리를 구부리고 이웃 마을로 물 뜨러 다닌다”는 주민들의 항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주민들 또한 스스로 먹는 물을 지켜려는 의지를 엿보였는데 정화시설을 병행하여 실시할 때 상수원이 지켜짐을 잘 알고 있었고, 정화조 설치를 요구했지만 공사가 이루어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소득증대사업 한곳도 이뤄지지 않아
녹색농촌관광마을로 선정되면서 이와 관련한 사업들도 여러 가지 나왔다. 대개 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을 위해 마을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들로, 마을 안길 포장·꽃길조성·마을회관 증측 등이다.
마을 안길을 포장하여 도시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는 녹색농촌관광마을을 비롯해 마을 안길 포장을 원하는 마을이 청양읍 학당2리 등 여러 곳 있었다. 마을 안길의 경우 포장한 지 오래돼 재시공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80, 90년대에 포장 한 도로는 20~30년이 지나면서 확장과 포장이 필요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마을회관 관련 사업의 경우, 지은 지 오래돼 방수공사 등 부분 개선을 요하는 부분이 있었고, 시설이 비좁아 2층 증축을 원하는 마을도 있었다. 여기에는 마을회관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주민들의 뜻이 담겨있다.
마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관광마을의 경우는 외지인을 맞이하는 공간으로서 활용하거나 마을의 대소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 또는 건강교실 등 주민들이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마을회관 시설은 2곳이 개선됐다.
새로운 소득원을 찾으려는 주민들의 바람은 다양한 소득사업을 요구했지만, 이루어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농사짓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소득원이 필요하다”며 숙원사업 취재 당시 강한 의지를 표현했지만, 그 완료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소득증대 사업과 관련한 사업은 정말 이뤄지기 힘든 모양”이라며 힘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청양읍 숙원사업 진척도 가장 높아
한편 숙원사업의 진척 정도를 지역별로 따져보면 청양읍 12개, 비봉·대치면 각각 7개, 남양면 6개, 운곡면 3개, 화성면 2개로 나타났다.
지역에 따라 숙원사업의 진척 정도가 심한 편차를 보이는 것은 숙원사업을 소개한 시점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청양읍의 경우 2006년 7월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취재하여 예산 확보와 공사 기간 등에 상대적인 여유가 있었다. 이와 달리 운곡과 화성면의 경우는 2007년 하반기 이후에 주로 취재가 이뤄져 숙원사업이 진행될 여지가 짧았다.
청양의 여러 마을들을 돌아다닐 때 한 마을의 이장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의 말은 사람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되기 위해선 어떤 사업들이 이뤄져야 하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을의 숙원사업 하면 공사, 포장, 증축 등 외형적인 개발에만 치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진행이 안됐을 경우 사업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실망하고, 소외감을 느낍니다. 숙원사업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업보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시행으로 끝나는 단편적인 사업이 아니라  스스로 정주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는 숙원사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방법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김홍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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