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7 17:12 (수)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상태바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 청양신문
  • 승인 2001.02.17 00:00
  • 호수 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성중학교 3학년 김은아·이선영·강인선·정보람·김영미·임지혜
화성중학교 3학년 김은아·이선영·강인선·정보람·김영미·임지혜

푸른 공기 내음이 창공을 가르는 6월! 배낭 하나에 부푼 마음을 한껏 담고 우리는 그토록 기다리던 수학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 수학여행은 졸업을 앞둔 마지막 여행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한층 더 설레이게 했다. 드디어 36명의 재잘거림에 묻혀버린 버스는 출발을 했고 6월의 풍경이 밀리는 차창 밖으로 신록을 이룬 푸른 산들이 저마다의 곡선미를 뽐내며 다가왔다. 그 한폭의 수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리는 2박3일이란 긴 여정 동안 우리를 웃고 울릴 일들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 나갔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달리기를 몇 시간, 한참을 달린 버스가 드디어 멈춘 곳은 이승복 기념관이었다.(김은아)
이승복의 삶을 보여준 사진 속에선 너무나 큰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린 이승복의 집에 공산당이 침입해 가족들을 모두 죽여 땅에 파묻어 놓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혀를 자르려는 모습은 너무 징그러웠다.
우리는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밥을 먹은 후 백두대간 대관령을 넘었다. 영을 넘으면서도 귓가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이승복의 울부짖음이 생생하게 들리고 있었다.(이선영)
대나무의 시원한 떨림 소리가 들리는 오죽헌!
이 곳에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났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내가 서 있는 그 곳이 한없이 크게만 느껴졌다. 집 주위에 오죽이 많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오죽헌은 보물 제165호로 지정되어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 곧고 강직한 자태의 오죽을 바라보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사임당의 인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김은아)
이튿날 아침 일찍 스마일 모텔을 출발하여 통일 전망대를 향하여 달렸다. 푸르른 나무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지난 봄 일어난 산불로 산은 온통 까맣게 그을린 잿자국만이 보일 뿐이었다. 멍한 모습으로 창밖만 바라보다 어느새 버스는 통일 전망대 입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금강산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해금강이 어슴푸레 비쳐왔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라니. 몇 발자국만 옮기면 밟아볼 수 있는데…….
우리는 모두 통일을 마음속으로만 빌면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갈 수 없는 저 땅을 뒤로한 채....(강인선)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후 우리는 설악산에 올랐다. 차에서 내리면서 정말 놀랐다.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설악산이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설악산은 정말 아름답다. 올라가는 길은 정말 깨끗하고 물도 싱싱하게 맑았다.
무릎 부상을 입은 농암리 ○○양과 땀을 쏟아내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한 손에는 꽁꽁 얼어버린 생수병을 들고 더위를 잊어버렸다. 드디어 흔들흔들 흔들바위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참으로 놀라웠다. 내가 기대했던 웅장한 흔들바위는 아니었지만 하늘 위로 보이는 기암괴석의 울산바위와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워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설악산은 내려가는 길도 스릴이 넘쳐 너무 좋았다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비룡 폭포 가는 길이라고 씌여진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그냥 내려오는 길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설악산에 또 오게 된다면 꼭 가보련다.(정보람)
피곤한 산행을 마치고 우리는 뉴-스마일 모텔에 여정을 풀었다. 푸른 바다가 한껏 펼쳐진 멋진 숙소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모두가 해변으로 나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모래성을 쌓으며 우리는 마냥 즐거워 했다. 그동안의 쌓인 피로를 파도에 휩쓸려 보내며 주위에 펼쳐진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하여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사진을 찍었다.(김영미)
이 밤이 지나면 수학여행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친구들이 열심히 준비한 장기자랑을 본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 친구들이 장기자랑을 하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멋있고 이뻐 보였다. 자지 않는다고 결심했지만 피곤해서 결국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들과 해변으로 뛰어가 때늦은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그 시간만큼은 난 누구보다 행복했다. 나는 소원을 빌며 꼭 이루어 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보았다.
잠시 후, 우린 해변을 따라 낙산사에 도착했다. 의상대에서 보이는 바다는 한없이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낙산사 연못에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리에 동전을 넣어 보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낙산사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의 즐거웠던 수학여행은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임지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난생 처음 가본 그 곳, 강원도. 그 곳엔 풀뿌리 같은 우리의 민족혼이 움직이고 있었다. 설악산을 여행하면서 비록 땅은 작지만 그 어느 곳이든지 우리들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외국으로 여행을 하는 것보단 우리나라를 먼저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저 창밖 너머 푸르름을 더해 가는 나무들은 내게 그렇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강인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