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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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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을 아십니까
  • 청양신문
  • 승인 1990.06.14 00:00
  • 호수 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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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5개 밥그릇 10개로 시작한게 이제는 2억 재산가

취재건의 협의중 제일 먼저 거론된 이름이 황충익이라는 이름이었다. 의지의 사나이, 굉장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작 본인은 “한것도 없는데”하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사정 말씀을 드렸더니 어지간 하면 활자화를 안하겠다는 조건을 듣고서야 질문에 응해주었다.

 

*현재 사업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요

- 모돈 70두 비육돈 5백두 논 12천2백평 밭 2천평정도 밖에 안됩니다. 현금으로 하면 약2억 정도는 될까요.

 

*언제 이곳에 자리를 잡으셨는지요

-본래 고향은 경기도 강화입니다. 그곳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을 따라 청양으로 왔고 78년 이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어떠했습니까?

-숫가락 5개, 밥그릇 10개, 쌀 1말과 이부자리를 경운기에 싣고 남의 눈을 피해 밤에 이곳으로 와서 돼지 10두로 시작했습니다.

 

*가장 고생스러웠을때는 언제였습니까?

-큰 기대를 안고 이곳에 온 다음해인 79년도 였습니다. 돼지 먹을 거리가 없어서 남의집 닭똥을 파다 말려서 톱밥을 섞여 먹였지요. 먹을 쌀이 없어서 굶은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죽지않고 살은 것만해도 행운이었습니다. 당시 또 가슴 아픈일은 집사람이 아기를 낳을 때 병원 갈 돈이 없어 집에서 낳다가 결국 사산했던 일이었지요.

 

*요즘 농촌을 버리고 떠나는 후배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을 넘기면서도 이렇게 지켜왔습니다. 조그마한 어려움이 있다고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농업정책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은

-사실 농업정책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농민들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어서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양돈업의 경우도 투기 산업화 되지 않고 가격안정으로 평생동안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딛고 살아오신 생활신조는 무엇입니까?

-절대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너무 흔히들 하는 말인데 실감나게 예를 들어주십시오.

-이곳에 있는 축사나 주택을 지을때도 모래 한 삽, 물한그릇 남에게 의지하지 않았지요 돼지 사육케이지(싯가 7천만원)들도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똥물 한방울 남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진공분뇨 경운기도 특별히 구입했지요. 가끔 친구들은 저를 보고 ‘바보같은 녀석’ 이라고들 하더군요

 

*부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서로 얼굴도 모르고 부모님 말씀만 듣고 결혼했지요. 아직 짜장면 한그릇, 화장품 세트 하나 사주지 못했습니다. 못난사람 만나 고생시킨 것이 미안할 뿐이지요.

 

*가장 큰 소망이 있으시다면?

-집 식구에게 더 이상 고생을 안 시켜주는 것이 소망입니다.

 

*그동안 살아온 40년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무나 어려움이 많았지요. 이제까지 넥타이 하나 사보지 못했고 한 번  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길을 최선을 다해 살아 왔으니까요.

 

대담을 하는 동안 옆에서 거드시며 남편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다정히 눈웃음을 짓던 부인 임인순씨는 얼마전 누군가 TV에서 100번을 기워 입은 옷을 가보로 물려준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며 눈물을 흘렸다며 금새 눈이 붉어지면서 먼 하늘을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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