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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나누어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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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나누어 갖기
  • 청양신문
  • 승인 1990.07.12 00:00
  • 호수 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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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숙 (주부․청양읍 송방리)

거므스름한 구름 사이에 잠시 햇살이 쏟아져 나와 몸에 배어 있는 칙칙한 습기를 빨아들이는 듯 하여 맑고 고운 아이들의 웃음같이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집은 큰 길 옆에 있어서인지 여러 사람들이 자주 다녀가곤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정해진 시간이 다로 없이 정말 몸이 불편하고 가여운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남루하게 가장한 해상인과 술에 만취하여 버스비가 떨어져 집에 갈 수 없으니 차비좀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씩 정말 불쌍한 노인과 아녀자들이 찾아들땐 시장 한번 덜 보고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정기적으로 공공요금이라도 받으러 온 사람처럼 정정당당한사람과 별로 불편하지도 않아 보인는 다리의 바지를 걷어 올리며 처자식을 파는 능력없는 일시적 절름발이 아저씨들.

 

그런데 어느때 어떤 사람이 찾아와도 늘 한결같이 인사하는 네 살난 큰애는 엄마 마음이 동정에 젖어 있는지 아니면 마지못해 어쩔수 없어 돈이나 쌀을건네주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쌀을 주려고 부엌으로 들어갈때면 언제든지 쫒아와 ‘엄마 나누어 먹는거지? 그것이 사이좋게 지내는 거지? 그치? ! ’ 엄마가 자주하는 말을 저도 이런때 써 보며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 버린다. 한결같이 “안녕하세요.”“안녕가세요.”발음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지만 언제나 맑고 고운 목소리로 오시는 손님 반갑게, 가시는분 정답게 인사하는 큰 앨 보며 몇푼 안되는 돈 마지못해 건네 주는 것 보다 더 큰 것을 준다는 것을 느껴본다.  그러나 인사를 받는 사람은 알까? 이 아이의 꾸밈없는 진실된 단어를 말이다.

 

얼마전 국민학교 일학년된 쌍둥이 조카중에 큰애가 도내 그림 그리기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한참 가슴이 부풀어 있고 친구들은 한 턱 내라고 우르르 몰려 다니는데 작은 애는 똑같이 출품했는데 상을 받지 못해 울상이 되어 교실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런 동생을 발견하곤 얼른 달려가 하는 말이 “동생! 속상해 하지마 메달은 내가 갖고 상장은 네가 가져 응?!” 동생의 속상한 마음을 안 형과 비록 이름한자가 틀리긴 해도 형이 준 상장을 품에 안고 좋아하는 동생을 보며 함께 기뻐하는 형제의 미소는, 요즘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도덕성과 윤리성이 낮아질대로 낮아진 세상살이와 부동산 투기하여 얻어낸 두툼한 통장을 들고 기뻐하는 사장님, 사모님들의 미소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지루한 장마처럼 신선함이, 상쾌함이 적어지는 세상에 이런 동심의 마음처럼 꾸밈없고 진실하고 소박함의 미소와 사랑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장마속에 잠깐 잠깐 비치는 햇살같이 가슴속엔 언제나 작은 행복이 누구에게나 일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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