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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有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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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有情
  • 청양신문
  • 승인 1990.07.26 00:00
  • 호수 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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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도 신문사 총무부장 이정현

우리 기성세대는 누구나 고향이 있다. 고향땅에  뿌리 내리고 살고 있지는 않지만 늘 어린시절의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내고향은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물좋고 산좋은 두메산골, 거기서 우리부모는 늙으셨고 우리형제는 자라서 거기서 학교엘 다녔다. 나는 초가집 뽀얀 흙마당에 차일을 치고 온동네 사람이 지켜 보는 가운데 색시를 맞았다. 그집과 더불어 버료도 누가 갖지않을 땅 몇마지기와 조상의 뼈가 묻힌 선산이 있는 고향, 나이를 먹을수록 정이 깊어만가고 어릴적 생각이 나를 사로 잡는다. 어린시절 소꼴을 베러, 겨울에 땔감을 하러, 논에 풀을 하러 산을 헤메고 다녔고 버섯이나 산나물, 약초를 캐기 위해선 더 깊고 험한산을 누비고 다녔다.  중학교시절 40여리의 산길을 3시간여씩 걸어서 학교에 다녔는데 초겨울 하학길은 언제나 어둔운 밤기루이었다. 소로를 따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에 가노라면 산속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만 나도 머뭇끗이 쭉쭉서는 그런 무서웠던 길이었다.

 

지금은 예외없이 넓게 확장되어 아스팔트가 포장되어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고 고향 냇가엔 여름철이면 피서 인파로 들끓어 어릴적 정취를 반감한다. 허나 인간이 들끓는 서울의 복잡한거리, 복잡한 생활구조, 복잡한 직장생활, 매연과 열기를 뿜어내는 아스팔트위에서 생활하던 우리로선 고향을 찾는길의 아스팔트는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보다도 더 좋은것같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공기를 신선하여 그릇에 담아가고 싶다. 그런데 요즘 도시의 젊은세대는 구런 고향이 없는 불행한 세대이다. 집없는 사람은 셋방살이의 설움보다는 치솟는 전세값을 가당할수 없어 이사를 다녀야하고 작은 집이라도 가진 사람은 재산의 가치를 늘리느라 기를쓰고 이사를 다닌다. 모두 돈의 노예가 돼서 말이다. 그들 자녀에겐 고향이 있을수 없다.

 

고향 !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인정의 샘이있고 장유유서의 질서와 윤리가 있는 그곳에는 마음 탁 풀어놓고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 화합과 합동이있고 전설과 동화를 엮어가는 삶의 대화가 있는 그런 고향을 가진 우리세대는 참으로 행복하다. 젊은 세대에게도 고향을 만들어 주자, 그리고 모두 고향에 정을 갖고 그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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