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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고향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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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고향을 생각하면서
  • 청양신문
  • 승인 1990.09.06 00:00
  • 호수 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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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전산담당관실 전산지도계장 복철규>

요즈음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한다.  그만큼 도시는 비정한 숲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도시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고향을 찾는다.  버스를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도심을 빠져 얼마쯤 달리면 나지막한 산 밑에 개울이 흐르고 개울가엔 버드나무가 서있다. 바로 거기가 아버지의 고향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아버지의 고향을 실감하고 고향이 어떤 곳인가를 비로소 알게된다.

 

 나의 고향은 ‘충남의 알프스 청양’청양의 알프스 대치면 탄정리 일명 ‘천방’이라고 부르는 그곳이 나의 고향이다. ‘천방’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옛날 옛날 아주 옛적에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그곳에 절이 있었는데 그 절의 방 수가 천칸이 있었다 하여 ‘천방’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직도 전설로 알려져 있지만 현지에 가보면 기왓장이 흘어져 남아있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란 향수어린 나의 고향임에 틀림없다.

 

고향은 자연을 등반한다. 대개는 마을뒤에 산이 있고 마을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흐르는 시냇가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있기 마련이다. 버드나무 숲이 우거지면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새들이 날아와 온종일 속삭여 준다. 그러기에 고향은 평화롭기만 하고 어머니 가슴처럼 정겹기만 하다. 내가 살던 바로 집앞 늙은 정자나무 가지에서 아침 저녁으로 지저귀던 까치 소리는 지금도 잊을수 없다. 어린시절 내 귀를 밝혀준 까치소리와, 꾀꼬리 소리, 그 소리는 유년을 키워준 성년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맑은 까치소리 가락과 더불어 어머님은 텃밭에서 일을 하시곤 하였다. 언제나 하얀 무명치마와 저고리를 입으셨고 흙을 일구시던 어머니는 나에게 하얀 순백의 정신과 흙의 가르침을 무언으로 일깨워 주시곤 하였다. 책보따리를 허리에 질끈메고 물장구치며 아침 저녁으로 다니던 국민학교 길. 그러다가 요즈음처럼 무더운 여름이 오면 마을앞 개울가에 이르러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물속에 몸을 던지던 어린시절, 겨울이 되면 산토끼 사냥과, 자치기를 하던 친구들.

 

이제 서로가 바빠서 자주 만날 수 없지만 그 추억 또한 아름답기만 하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변모했고, 그나마 자주 다니던 친구네 사랑방은 빈집이 아니면, 간데 온데 없는 폐가가 되어 허전하기만 하다. 그러나 내 고향 천방은 다정다감 하기만 하다. 나는 기회만 있으면 내 고향 천방을 찾으리라. 그리하여 선영도 찾아 뵙고, 늙은 정자나무도 만져보고 텃밭을 일구시던 어머님의 하얀 모습도 떠올려 보리라. 그리고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진정한 고향맛을 일깨워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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