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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내탓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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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내탓이요
  • 청양신문
  • 승인 1990.10.01 00:00
  • 호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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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의 매 백마디 설교보다 “내탓이요” 한마디가 큰 교훈으로

명제준(43)

 

예나 지금이나 어떤 잘못에 대해 그것은 내탓이요 하고 나서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잘된 일에 있어서는 서로가 입을 다투어 모두 자기 탓이라고 말하는데 잘못을 가릴때는 꼭 남의 탓으로 돌리고 마는 것이 우리네 습성처럼 돼 버린지 오래인것 같다.

 

자동차 접촉사고 현장을 보면 쌍방이 모두 과실이 있는데도 모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상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몰아치고 자기의 잘못은 아예 입밖으로 표시도 하지 않는다.  또한 일방과실인데도 일단은 상대에게 소리부터 지르고 보고 경우에 몰리면 늦게서야 잘못을 시인하는 그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어렸을적 선생님에게 크게 꾸중을 들을 잘못을 저지르고 선생님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종아리를 때리시고는 회초리를 나에게 주시면서 너를 바르게 가르치치 못한 나도 잘못도 있으니 종아리를 걷으면서 때리라는 것이었다.  내 어찌 선생님의 종아리를 때릴수가 있었겠는가? 그 자리에서 나는 선생님을 끌어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몇 대의 매보다 백마디의 설교보다도 “내탓이요”그 한마디가 얼마나 무섭고 가슴을 때리는 교훈이었는지 모른다. 40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 그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

 

며칠전 김수환 추기경께서 자신이 타는 승용차 뒷 유리에 “내탓이요”하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 옛 선생님의 따뜻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분이 바로 성자이셨고 참선생님이셨다. 그 짧은 말 한마디로 큰 가르침을 주셨으니 말이다. 내탓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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