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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 남발 사회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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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 남발 사회문제로
  • 청양신문
  • 승인 1990.11.29 00:00
  • 호수 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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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받은만큼준다” 리장통해 돌리기도, 하루 5곳 30만원 쓰는이도.

축의금-사람없이 봉투만 전달되고, 봉투는 쌓여도 식장은 텅비기 일쑤.

피로연-“편하게 살자” 모두 식당에 의뢰, 주인 손끝맛 사라진지 오래

 

결혼 시즌인 봄 가을 주말 또는 일요일에 집중되는 청첩장은 글자 그대로 홍수를 이룬다. 격무에 시달리는 우편 집배원들이 고초를 겪는 계절이기도 하다. 리장을 통해 집단으로 전달되거나 전화번호부에서 복사되는 사례를 포함 공직자의 직함이 찍히는 청첩장도 등장하고 있다. 우인 대표나 가까운 친척의 이름으로 얼굴을 가린채 남발되고 있는 청첩장!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자성의 소리와 함께 이에 대한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 이모씨(53. 화성)는 지난 한달동안 15만원을 축의금으로 지출하였는데 가을일과 겹치는 관계로 절반은 봉투만 전달 하였는데 참석치 못할떄는 마음의 부담까지 가중된다며 요즈음 일요일은 공포의 공휴일이라며 참석할수도 안할수도 없는 어정쩡한 사람에게서 오는 청첩장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 유지인 김모씨(51)는 결혼 시즌에는 한달에 20여토으이 청첩장을 받고 있다. 개중에는 모른체 하는 경우도 있으나 얼굴 때문에 마지못해 참석하는 예가 많다고 한다. “일요일은 병이 나도 누워있지 못합니다.” 간결한 한마디에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집중되는 각종행사와 청첩으로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릴수가 있다. 청양읍 읍내리 리장 장모씨는 청첩장을 한 보따리 가지고와 봉투에 이름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는데 부조로 생각하고 도와주고 있다며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청첩장의 남발로 성스럽고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이 상업성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은 축의금을 많이 받고 보자는 식이고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다음을 위해 투자해 보자는 식이어서 진정 축하하기 위해 보내고 받아야 하는 축의금이 계산대 위에서 저울질 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휴일이나 쉬는날에는 가족과 함께 또는 취미생활을 위해 활용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는데 일요일에 집중되는 고지서(?) 때문에 개인 생활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고 많은 사람은 말하고 있다.

 

또한 예식장에 간다해도 하객으로서가 아니라 빚을 갚으러 가는듯한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그저 돈 봉투를 전하러 가기 일쑤고 잘하면 결혼 당사자나 그 부모 얼굴 한번 보면 그만인것처럼 생각하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실제로 결혼식에서는 하객은 몇백명이 다녀갔는데 막상 식이 시작되자 식장은 텅 비어있는 사례도 있었다. 돈 봉투를 건네주고는 줄행랑을 치기 일쑤고 식당에 썰렁하게 차려놓은 음식상 앞에서 시간과 돈을 빼앗긴 보상심리랄까? 갈비탕이나, 국수한그릇을 비우고 밀려드는 손님을 위해 황급히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바르지 못한 예식문화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예식장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2년전만해도 자기 집에서 피로연을 베푸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금년 들어서는 단 1건을 경험했다”며 모두 식당에 의뢰하여 잔치를 치루는 경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일요일의 경우 하루 15~20건의 결혼식을 올리는 청양의 경우 단체 연회석을 갖춘 식당은 고작 10여개에 불과해 2건 정도는 한 식당에서 맡게 되는데 1회 2백명을 기준으로 4~5백명의 손님을 치루게 된다. 그것도 거의 점심 식사시간대에 중복되어 혼잡이 가중될뿐 아니라 전후 손님의 구별의 되지 않아 간혹 실랑이가 벌어지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청첩장의 남발과 예식문화의 변모는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로만 흐르는 현 세태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하겠다. 옛날 계란 한줄을 부조하고 채소 곡물등이나 일손으로 도와주던 마음에서 우러나는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은 사라지고 허식과 치레, 그리고 극단의 과소비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예식 문화는 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 김모씨(43. 상업)는 12월 8일로 예정된 누이 동새의 결혼식에 청첩을 생략하기로 하였다.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등에게만 전화 또는 서신으로 알리기로 하였다. 정산면에 사는 우모씨는 지난 25일 기자와 만나 “예식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질문에 “일자와 시간이 편중되는 것이 시정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일요일이라도 서양의 경우처럼 오후 저녁시간을 이용하는 방법도 바람직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금정리 정모씨(40)는 “마을회관을 개축하여 전통혼례장으로 그리고 잔치 마당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으며 가족과 친지만이 참석하는 조촐한 뜻있는 예식이라면 구태여 일요일을 택할 이유가 없다”며 사람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요일을 택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즐겁고 감사해야할 결혼식이나 회갑연등의 행사가 청첩장으로 인해 서로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며 무분별하게 발송되는 청첩장은 꼭 보내야 할 사람으로 제한하고 되도록 이면 청첩장을 인쇄하기 보다는 전화나 편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울러 돈 봉투만 전하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나 청첩장 발송, 축의금 액수 등으로 지위나 체면을 따지는 허례와 허식은 불식시켜야 할 문화라고 본다. 또한 식장의 안내, 음식의 접대등 친구와 친지들이 도맡아 해주던 아름다운 풍습도 돈봉투로 대신되는 현실은 바로 잡아 세워야할 과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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