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7 17:12 (수)
아! 아, 대한민국
상태바
아! 아, 대한민국
  • 청양신문
  • 승인 1991.01.01 00:00
  • 호수 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지(청양읍 읍내리)

며칠전 어느 조간신문 국민기자석란에 아산군 남창국교 4학년 1반 학생들의 ‘우리말 버리면 망한대요’라는 글이 실렸었다.

 

 그 학생들은 학교앞 가게와 텔레비전 광고 가운데 우리말 상품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했는데 우리말 과자 이름은 22~26%, 텔레비전 광고중 우리말 상품은 18%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여진족이 자기네 말과 풍습을 버리고 중국것을 좋아하다가 사라진 민족이 되었는데 우리 민족도 여진족처럼 없어지는 민족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글을 걱정에서 끝내지 않고 그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어 참 대견스러웠다. 첫째, 외국글씨가 쓰인 옷을 사입지 말자. 둘째, 과자의 이름을 우리말로 짓자. 셋째,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영어를 쓰지 말자. 넷째, 장사하는 사람들은 간판을 우리말로 만들자. 다섯째, 국회의원과 정치하는 사람들은 외국 상표로 된 물건을 광고할때는 광고비를 2배 정도 비싸게 내는 법을 만들어달라, 한글 간판이 아니면 세금도 많이 내도록 법을 만들어 달라. 여섯째, 국민들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

 

오죽 어른들이 우리것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외국 것들을 선호했으면 국민학교 학생들이 그런 글을 썼을까. 그들보다 세상을 더 산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심한 부끄럼을 느꼈다. 고추파동, 돼지파동에 다 털린 빈주머니뿐이라도 너희만은 배워서 소파동, 배추파동 미리 알아서 손해보지 말라고 등록금에 용돈까지 주었는데 우리는 네스카페의 향긋한 유혹에 잊어버리고 발음도 제대로 안되는 메르꼴레디에 기가 죽어 부모님 다 털린 빈주머니 뒤집어 보기까지 했으니 정말 부끄러운 노릇이다.

 

외국상표로 된 과자들은 안사먹기 운동을 버리겠다는 아이들. 부모님들이 애써 만든 쌀, 감자, 고구마 등 우리 농산물을 많이 먹어달라는 부탁을 당당하게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우리말과 글과 풍습을 버리면 우리민족이 망할까봐 걱정하면서 진정 우리것이 무엇인가, 누가 지켜야 하는가에 대하여 갈등을 하면서 이 땅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은 한때 코카와 펩시에 맑은 정신을 삭이고 미스․미스터로 불러줌에 기분 우쭐해 하지 않았던가.

 

‘우리말을 버리면 망한대요’라고 외치는 아이들에게서 우리 어른들은 마땅히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라도 그 아이들에게 악수를 청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