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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민속놀이 - 전통명절로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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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민속놀이 - 전통명절로 되살려야
  • 청양신문
  • 승인 1991.03.14 00:00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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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와 지역적 연대의식을 다지는 계기

동신이 마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면서 마을의 동티를 막아주고 풍년을 약속한다고 믿고 동신에 제의를 바치며 그 과정을 통해서 마을 사람들이 지역공동체의 횡적 유대와 이웃간의 사회적 통합 및 지역적 연대의식을 보름민속놀이가 정월 열나흗날(2월28일)과 보름날에 군내 각리에서 동화제, 산신제, 장승제, 노신제, 탑제, 유황제등의 형태로 열렸다.

 

그중에서 정산면 송학리 동화제는 상고시대때부터 그 역사가 이어져 내려와 4백여년이나 되며 87년,8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탔고, 89년11월에 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군내 다른지역의 산신제나 장승제는 동신에 제를 지내는 것을 목적으로하며 제의 형식이 매우 까다로우나 송학리의 동화제는 제의식 목적보다는 집단적인 노래와 춤 농악을 통해 공동체 성원이 더불어 하나가 되는 대동적 일체감을 확보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동화제는 정월 열나흗날 아침부터 낮 1시까지 집집마다 가시나무 한 짐씩을 해다 마을입구에 놓고 오후 4시가 되면 왼쪽으로 꼰 동아줄을 만들며 이때 동화줄의 수는 5개나 7개로 홀수이어야 한다. 각각의 나뭇짐을 한데 묶는 것을 동화대라고 하며 예전에는 가구수가 많아 1백여짐이 되었으나 올해는 50여짐정도여서 동화대가 작았다. 동화대를 만들때와 세우는 작업을 할때는 동네의 장정들은 모두 나와 합심을 하며 이때 단결을 위하여 농악과 매김소리, 지게풍장을 친다. 동산에 달이 떠오르면 동화대 앞에 제상을 차리고 제를 지낸다. 동산에 달이 떠오르면 동화대 앞에 제상을 차리고 제를 지낸다.

 

제의식은 축문을 읽고 소지를 올리는데 다른 마을의 동신제보다는 비교적 간단하며 마을의 남녀노소가 다 참석할 수 있어 엄숙함보다는 축제분위기 이다. 제의식이 끝나면 마을에서 정하는 사람이 동화대에 올라가 불을 붙이는데 장가 못간 노총각이나 아들이 없는 사람등이 불을 붙이면 소원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동화대를 가운데 두고 둥글게 원을 지어 동화대에  불이 붙으면 한해의 소원을 비는데 이는 다른 마을의 달맞이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으며, 동화대의 불길이 사라질 때 까지 농악과 함께 흥겹게 춤을 춘다. 동화대가 쓰러질 때 마을 바깥쪽으로 쓰러져야 좋다하며 마을쪽으로 쓰러지면 밀어내기도 한다. 동신은 마을과 땅을 지켜주는 공간신이며 지역신으로 마을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해소시켜주고 그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마을수호신이다. 그러므로 혈연과 관계없이 지연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심점으로 혈연을 초월해서 같은 공간에서 모둠살이를 하고 있는 공동체 성원전원을 한 동아리로 묶어주는 구실을 한다.

 

동신제의식은 제관의 선출, 경비의 추렴(송학리의 경우 마을재산이 있어 그것으로 지냄), 제수의 음복등으로 민주적 원리에 입각해서 마을의 자치적 연량등으로 이루어 지고 잇어 지연적인 공동체의식과 더불어 이웃 사람들끼리 평등원리에 입각한 횡적유대가 강화되고 있고 음복으로 신령의 육화를 통한 영적인 일체감까지도 갖게 된다.

 

설이 되면 사람들은 차례와 세배를 올리기 위해 자기마을을 떠나 핏줄을 찾아 모여드는데 이는 혈연의 날줄을 튼튼히 하며 보름이면 마을에 금줄을 쳐 외부의 접근을 막아 지연의 씨줄을 튼튼히 한다. 이로써 설과 보름명절은 두갈래로 맞서서 갈라져 있는 사람들의 의식과 삶을 구조적으로 이어주고 유기적으로 합일시켜주는 대립적 통일성을 갖게 해주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대립적 통일성이 깨졌다.

 

설날에 귀성열차가 붐비는 것을 보면 혈연의식은 여전하나 보름민속놀이는 사람이 없어 제대로 이어가기가 어렵다. 이웃관념이나 지역의식은 없고 지역감정만 남는 서울로 모두 일자리를 찾아 떠났으며 이로인해 보름민속놀이가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들을 갈라놓는 것은 많고 이어주고 붙여주는 것은 적은 때일수록 설과 보름민속의 통합적 기능을 조화있게 살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보름을 우리의 전통명절로 되살려야 한다.  대동놀이의 신바람과 신명성이 되살아나야 민족적 동질성과 민중적 대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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