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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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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일기 3
  • 청양신문
  • 승인 2000.12.26 00:00
  • 호수 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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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희(운곡면 모곡리, 군의원)
경진년의 저무는 해, 농민의 목메이는 슬픈 이야기를 쓰려니 나 자신이 부끄럽고 한스러울 뿐이랍니다.
오십년간 민주화와 인권투쟁에 신명을 바쳐왔고 급기야 대통령에 취임한지 3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으셨습니다.
한나라의 나랏님이 세계에서 존경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세계에선 높이 평가받는 나랏님이 국내에선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나랏님께서 3년전에 우리 농민들에게 약속하신 말씀, 지금도 뇌리에 선하답니다.
“현 정권은 모든 정책에서 실패했지만 특히, 농촌정책에서 최고로 실패한 정권입니다. 전국의 사랑하는 농민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선진국 농민같이 농민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제가 집권하게 되면 농민을 업신여기고 농촌을 무시한 현 정권을 심판해 농촌을 살릴 수 있도록 약속하겠습니다.”
여의도 의사당 앞 15대 취임식장에 참여한 나는 너무나 감격하여 눈시울이 불거지고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그리고서 3년, 농민의 지지와 기대속에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농민의 정부가 옳다고 했던가요.
농촌의 번영을 국정 최우선의 정책으로 실시한다고요.
농정실패로 기인된 농가부채 해결,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농정개혁방안은 농림부의 노력탓으로 넘기고 쌓아온 나락더미를 불태우는 연기는 벼가 타는 것이 아니라 450만 농민의 마음이 타는 것이랍니다.
농가부채경감 말입니까?
꼽새 등에 진 짐이 아니랍니다.
불쌍한 농민, 갈 곳없는 농민, 나랏님이 좀 살려주세요!
지금 나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희 농민만의 무리한 요구라고 할지 모르나 천하지대본의 주인된 권리로 정당한 약속을 이행하옵길 바라오니 농민의 아픔을 이해하여 주시길 바라옵니다.
나랏님, 정치하는 높은 양반들, 현재의 농가부채는 우리 스스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 팔짚고 일어설 수 없어요.
이번 한번만 부채를 탕감해 주시면 지금 이대로 가난하더라도 좋은 정책자금, 시설융자금 얻어쓰지 않고 농사를 계속 지으며 앞으로는 큰 부채 짊어지지 않고 살아가렵니다.
농업이 없는 나라, 농민이 없는 민족, 농촌이 없는 도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거랍니다.
나랏님께선 노벨경제상을 수상한 쿠즈네츠 교수의 일성을 들으셨는지요.
“농업발전 없이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철칙은 도시문제의 뿌리가 농촌에 있음을 인식하시옵고 농촌을 살리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를 빨리 내려주셔야 겠네요.
빚에 쪼들려 잡초처럼 살아가는 농민들을 더 이상 흥분되지 않게 도와주시구요, 우리 농민 김영래씨를 잡아둠은 국익에 손상됩니다.
이총리외 23명 내각장관, 국회의원, 국방을 책임진 분, 치안을 책임진 분,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 현재대론 모두가 좋은 세상인데 농민도 사람대접받는 세상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요.
나랏님께서 농정을 최우선시 하지 않으면 국민의 정부엔 농업정책은 없다고 봐야 하겠네요.
난 농사꾼이자 우리 군 열사람 중 한사람의 군의원이랍니다.
지난 여름 주민들이 먹을 것 못먹고, 입을 것 못입고 바친 세금가지고 외국 나들이 열흘할 수 없었네요.
4년 임기중 한번의 기회지만 시원씁쓸, 홀가분한 맴이었답니다.
의원입네 건뜻하면 일 잘하는 공무원 행정간섭은 물론 자기말 들어주지 않는다고 담당공무원 불러 혼쭐내고 대안제시도 안된 말로 공무원들의 판단을 흐려놓고 있음을 군민이 비판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선거할 때 잘못 뽑아 놓고 일 잘못한다고 나무라면 뭘합니까?
군의원을 누가 뽑았습니까?
군의원을 뽑았으면 뽑은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뽑은데 대한 책임은 없고 뽑힌 사람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되겠지요.
며칠 있으면 신사년(辛巳年)이 밝아 오겠지요.
새해엔 온 국민이 살맛나는 농촌이 돌아올 것을 꿈꾸겠네요.
2000년 1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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