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7 17:12 (수)
출향인 기고/‘우리 고향 갈마골의 앞날은 밝다 ②’
상태바
출향인 기고/‘우리 고향 갈마골의 앞날은 밝다 ②’
  • 청양신문
  • 승인 2000.11.04 00:00
  • 호수 3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암 김 영 석

<전호에 이어서>
내가 어렸을 적만해도 우리동네 마을의 규모가 80여가구가 넘었었다.
내가 태어난 자개울 동네 열두가구, 큰말이 48가구, 말미가 23가구나 됐었으나, 지금은 자개울 동네가 5가구중 2가구가 빈집이 됐고 큰말이 14가구요, 말미가 17가구중 빈집이 두가구나 된다.
이처럼 내 고향 우리동네가 자꾸만 쪼그라들고 있으니,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르면 몇 가구가 또 비어 있을지 걱정이 크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제일 젊은 세대가 50대 안팎이요, 대부분이 70세를 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 동네 마을의 규모는 더욱 축소되고 이곳에서 사는 마을사람들 역시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귀향운동이나 귀농운동을 전개하기에 앞서, 이곳 우리 고향의 내일을 살려내기 위해서 어떤 유인책이나 전기를 마련해 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우리 고향 농촌은 아주 살기 좋은 농촌이 돼 가고 있다.
깊은 산속 논밭다랭이들이 농지정리로 네모반듯한 농지가 돼 있고 농수로나 농로가 곧고 지하수 개발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풍부하며 마을 진입로도 산꼭대기인 자개울까지 포장되어 승용차는 물론 화물트럭들도 거침없이 들락거리게끔 됐다.
농기구 역시 마음대로 모든 전답들을 오갈 수 있도록 돼 있기에 영농기계화 작업이 가능하며 농업기술의 발달로 고수익 특수재배 농작물의 재배가 가능하자 농촌경제가 윤택해져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며 많은 재산을 축적하며 살고 있기에 농촌의 생활이 아주 편리해 지고 살림살이 또한 매우 간편해졌다.
이처럼 농촌의 이상적인 꿈들을 이룰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 있으나 도시로 빠져나간 많은 사람들은 이것들을 알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기가 피곤하고 어렵기만한 도시생활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를 못하고 있으니 그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오늘도 내일도 기약이 없는 하루살이 인생들만 즐기고 있으니 그것이 과연 행복한 삶이라 말할 수가 있을까?
도시에서의 생활은 빈부의 격차가 심하기에 잘사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부를 만끽하며 잘 살고 있지만 못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기조차 어려워 집에도 못들어가고 노숙하면서 자선단체에서 먹여주는 무료급식으로 요기를 해결해야하는 무리들도 많이 있다.
노숙은 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날품을 팔아 열심히 벌어야 겨우겨우 식솔들이 먹고사는 가계들이 많이 있음을 상기해 볼 때 농촌에 들어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고 행복한 가를 모르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처럼 고도의 산업화가 시도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부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리이기에 부익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빈익빈의 우리속에 갇혀 살 필요가 있을까?
자연과 땅은 거짓이 없다고 했다.
산수 좋고 공기 맑은 자연을 벗삼아 기름진 땅을 갈고 가꾸면서 새로운 영농기술을 도입하고 신지식으로 특수작물을 재배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우리 고향이 기다리고 있는데 도시 근로자들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지금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농촌인구의 대체인력으로 도시근로에 참여하고 있거나 지식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미래의 이상향을 실현키 위해 우리의 고향으로 귀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생각한다.
영농기계화가 가능하고, 농지정리가 잘 돼 있으며 지하수 개발로 풍부한 물을 활용하여 무엇이고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살았던 경험들이 있기에 이들과 연계된 소비처를 만들어 놓는다면 유통 또한 손쓸 필요가 없기에 일거양득의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 유인책으로 도시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의 확충이다.
마을마다 도서관이나 영화관, 극장, 관람장, 전시장같은 고급문화의 시설들을 모두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마을회관이나 공공시설을 활용한 취미생활이나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생활공간 또는 활동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또한 인공위성 안테나를 설치하여 고화질 TV를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고속인터넷망을 깔아주어 시골 어디에서도 도시나 외국들과 수시로 정보교환을 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확보해 주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여기에 의료시설이 확보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있으면 길이 생기고 방법이 나오는 법이다.
자연부락은 마을 단위로 또는 이웃 마을과의 공유를 통해 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 부락 그 마을의 실정에 맞는 공동체의식을 발현토록 유도함이 좋겠다.
이와 함께 일천오백여년을 지나오면서 명멸(明滅)돼 온 마을마다의 전설들을 재현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경제적 지원이 요구된다 하겠으나 하나하나 시작하기 쉬운 것부터 착수해 나간다면 이 또한 쉽게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마을의 역사가 뿌리깊은 마을은 그만큼 옛 향수가 뿌리깊히 잠재해 있기에 그곳 마을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내면 되는 일이다.
부자가 망해도 3대(1백년)는 간다고 했지 않은가?
우리마을 사람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불러 일으킨다면 이 또한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강촌냇가 모래밭이 내려다 보이는 큰마을에 정자도 짓고 정목제도 다시 지내고 저수지 뚝에 수구막이 숲도 다시 만들고 옛 선각자들의 공덕비도 더 세우고 정자나무도 새로이 옮겨다 심는 등 할일들이 많지만 그리 큰 일들은 아니다.
다만,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족한 것이다.
이곳에서 살다가 가셨던 선조님들이나 선각자들의 족적들을 살펴보고 세월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면면히 오늘날까지 내려온 마을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좋은 점은 살려내면서 나쁜 점은 과감히 버려 두번다시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번 흥하면 한번 망하고 한번 망했으면 또다시 흥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의 여로(旅路)가 아닌가? 일희일비(一喜一悲)에 마음을 두지말고 좀더 크고 넓게 그리고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한다.
우리 고향 갈마골은 옛부터 대단히 살기좋은 고장이다.
높지도 않은 법공산을 진산으로 끼고 좌 청룡, 우 백호의 긴 날줄기에 푹 싸인 마을로써 풍수지리상 좌 청룡의 날줄기가 낮고 끊긴 곳이 많아 장손들이 좋지 않다는 풍수쟁이들의 입방아들이 심심찮게 구전되면서 장손들의 앞길을 막아 놓은 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장손들이 아니면 자손들이 우리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잘 유지해 오고 온정과 우애로써 마을의 공동체를 잘 이끌어 가며 경제적 부를 많이 축적하여 자식들의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아온 결과, 모든 이곳의 지력(地力)은 아직도 그 힘이 남아있음을 알게 한다.
늙으신 부모님들에게 효도하는 효자와 효부들이 많이 나와 장수마을로 이름이 나있고 이곳 출생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근에 있는 가남초등학교가 과학우수 학교로 지정돼 이곳의 어린 과학자들이 자연을 벗삼아 푸른 꿈을 안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갈마음수형 저수지와 수구막이 숲, 풍부한 지하용수가 이곳 마을을 살찌게 하고 있으며 또한 대처로 나가 공부하던 자녀들의 사회적 활약상이 눈부심을 볼 때 갈마형국의 선비정신을 본받아 가고 있음도 알려주는 대목이 아닌가!
두뫼산골인 자연부락에 살면서도 강촌냇가와 정자나무에 얽힌 운치를 여전히 살려주고 있는 우리 고향 갈마골이야말로 외지에 나가 살고 있는 우리 출향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푸른 숲이 우거지고, 이름 모를 산새들은 물론 희귀새까지 들어와 살며, 소음하나 없는 깊은 산속, 법공산 너머로 둥근달이 떠오를 때면 고즈넉한 자연부락은 은빛세계로 물들며 온 세상의 번민들을 감싸주는데 그 누가 이런 곳을 싫다고 한단 말인가!
언제 누가 들어와 살더라도 우리 고향 갈마골은 아주 살기가 좋은 지상낙원이 될 것이다.
사면으로 둘러싸인 야산속 소나무숲에서 ‘피톤치드’라고 하는 생큼한 향기가 우리의 찌드른 오장육부를 삭혀주며 공해병에 시달리는 도시사람들의 질병 또한 자연적으로 치유해 줄 것이다.
맑은 청정의 지하수 샘물이 아무데서나 콸콸 솟아나와 무오염 식수가 되고 있기에 공해로 찌드른 육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생명수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산수(山水)가 좋은 이곳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어디에 있드란 말인가!
‘두산’이라고 하는 두뫼산골의 작은 마을인 자개울과 큰말, 그리고 말미라고 하는 자연부락의 신선미가, 갈마골이라는 풍수를 등에 엎고 명실공히 살기좋은 지상낙원이 돼가고 있음을 이곳에서 살아왔던 나는 5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됐다.
우리 고향 갈마골의 앞날은 매우 밝고 서광이 비칠 것이다.
갈마음수형국도 좋고 갈마형국도 좋다.
이러한 지형을 잘 인식하고 거기에 맞는 생활태도를 견지해 나갈 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지기(地氣)를 온 몸에 듬뿍 받아 더욱 발전하리라 기대하면서 오늘도 나는 옛날의 전설처럼 내려온 구전의 이야기들을 되씹어 본다.
아직도 삼정승 중에 두명의 정승이 더 나올 곳이란 이곳의 풍수 이야기가, 이곳 마을의 젊은이들에게 지금도 큰 희망과 야망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는 것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