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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꽃보다 아름다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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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꽃보다 아름다운 인간’
  • 청양신문
  • 승인 2000.10.08 00:00
  • 호수 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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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충청남도지사

꽃은 신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은 꽃을 시와 그림의 소재로 삼아 왔다.
고려시대의 문인 이규보도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이를 시로 표현하려다 오히려 부족함을 느끼고는 “자기에게는 왜 이태백과 같은 재주가 없는가!”하며 탄식했다고 한다.
꽃은 왜 아름다운 것일까?
그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의 씨를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 종족보존을 위해 스스로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은 꽃이 가지는 아름다운 본능일지 모른다.
하지만 꽃이 정작으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러한 외형의 아름다움에 대한 과시가 아닐 것이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인간도 심성을 좀 더 밝고 맑게 하여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아름답게 살아가라는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낮에 꽃을 가꾸고 밤에 글쓰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알았던 헤르만 헷세와 같은 자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꽃을 키우고 가꾸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NASA의 보고서에는 미국과 유럽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비행 중 여가활동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꽃과 식물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니, 꽃과 식물을 가꾸는 것은 태고 이래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한다.
꽃을 가꾸고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 무한히 넓은 정원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은 안으로 넉넉한 여유와 그윽한 향기를 갖고 있어, 이웃을 항상 미소로 대하고 늘 덕을 베풀며 살게 된다.
그야말로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꽃과 같은 아니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자기의 애인으로 삼고 싶듯이 이런 사람들이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내 마음속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분이 계시다.
평소 아는 사람이나 후배들에게 자신이 직접 가꾼 꽃을 나누어주며 사랑과 깨우침을 주시던 故 신두영 감사원장님이 바로 그 분이시다.
내가 도지사 취임 인사차 예방했을 때 손수 가꾸던 난초 한 분을 주시면서 “이 난은 아직 내가 꽃을 보지 못한 것인데 어떤 꽃을 피울지 기대하면서 가꾸어 보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꽃을 가꾸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듯 도민 모두가 꿈과 희망을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인간다운 행정을 펼치라는 그 가르침은 공직과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흔히 21세기를 최첨단기술의 하이테크 시대라 하는데, 미래학자 죤 나이스빗은 이 하이테크 시대의 현대인에게는 고립적이고 비정서적인 삶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 즉 고감도의 감성을 가진 하이터치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도가 2002년에 개최하는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도 이러한 고감성의 하이터치로 각박한 국민정서에 부드럽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를 불어넣어 모든 국민에게 건전한 인간성을 심어주고 꽃처럼 아름다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되었다.
한가한 시골의 어느 여름날, 우리 어머니와 누이들이 울밑의 봉숭아 꽃잎으로 마음과 손톱에 행복의 물을 들이던 그런 정겨움으로 이제 우리도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계기로 이 세상과 우리의 마음 가득히 아름다운 꽃들을 활짝 피워보자.
그리하여 그 향기를 이웃에게 전하며 꽃 중에서도 가장 보기 좋은, 희망의 웃음꽃을 마음껏 피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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