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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정교육의 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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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정교육의 요체’
  • 청양신문
  • 승인 2000.10.02 00:00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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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탁 청양대학장

일찍이 마르틴 루터는 ‘가정교육은 곧 인간 생활의 기반’이라고 했다.
가정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생활터전일 뿐만 아니라 어린 생명을 사람답게 길러내는 인격 형성의 도장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늘날 처럼 엄청나게 커진 교육 수요와 사회 구조의 다양화로 인해 크게 늘어난 교육기능을 학교 교육만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격과 인격의 개별적인 만남, 믿음과 사랑의 교류를 통해서만 가능한 인성교육의 상당부분은 가정에서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요즈음 ‘집은 있으되 가정은 없다’는 말을 혼히 듣는다.
가정이 삶의 터전이요 인격 형성의 기초를 다지는 요람으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한채 단순히 가족들과 함께 먹고 자는 주거공간으로 전략해 버린 것이다.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가옥은 많아도 푸근하고 따사로운 정이 흐르는 안식처는 드물다.
온갖 전자제품과 호화가구를 즐비하게 갖추어 놓은 집은 얼마든지 있지만, 가족간에 서로를 다독거리고 쓰다듬어 주며 끈끈한 정과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존경과 애정을 깊이 체험하는 가정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기능에 머무를 뿐, 삶의 지혜와 도리를 가르치고 체험시키는 교육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생명을 줄 뿐만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고귀한 정신문화와 훌륭한 생활방식도 물려 주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부모들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자녀 교육의 모델이기 때문에 언행과 품성에서 늘 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부모는 과연 어떤가?
아버지는 직장과 생업에 쫓겨 자녀들 얼굴 보기가 힘들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부업이다, 맞벌이다, 사회활동에 시간을 빼앗겨 자상하고 섬세하게 자녀들의 뒤바라지를 할 틈이 없다.
이처럼 가족끼리 만날 기회가 적고, 함께 보낼 시간도 없으며 대화가 단절됨으로써 부모의 지도력이 미칠 수 없게 되었음은 물론 끈끈하게 밀착되었던 가족간의 관계가 성글어지고 느슨해 졌다.
자녀 교육에서 걱정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편견과 과욕이다.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가위 세계 제일이라고 할 만큼 높고 강하지만, 교육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기 보다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여기는 빗나간 교육관과 과열 경쟁이 문제인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들의 허영과 성취욕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도구나 대리 인생도 아니다.
그들 나름의 독특한 의미와 보람을 위한 자신의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행복이고 행복의 요체는 자아실현’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음미해 보면 가정교육의 목적와 역할은 자명해진다.
즉 교육은 자녀들의 행복한 삶을 가꾸는데 일의적인 목표를 두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모든 교육활동 내용은 자녀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자녀들이 보람있고 가치로운 생애를 영위할 수 있도록 슬기롭게 삶을 설계하고,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재능을 익히도록 이끌어 주는 일이 가정 교육의 본질적 기능이며 책무이다.
그러면 자녀들의 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지향해야 할 가정교육의 구체적인 증거는 무엇인가?
첫째, 자녀의 소질과 개성 존중이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 재능, 개성 등을 조기에 찾아내어 그와같은 잠재적 특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도와줌으로써 자아실현의 기쁨과 성취만족을 극대화 해야 한다.
성취만족은 자기의 적성이나 소질에 맞는 일, 그래서 꼭 해 보고 싶은 과업에 자기의 모든 재능과 열정을 완벽하게 쏟아 부을때에만 차지할 수 있는 충만한 행복이다.
따라서 소질과 개성에 맞는 공부를 시키고, 본인의 희망이나 적성에 맞게 진로를 설정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실현과 함께 사회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이다.
둘째, 공부하는 것 자체에서 재미와 기쁨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일류대학, 인기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이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로 생각하는 한 공부가 재미있고 즐거울리가 없다.
배우고 깨달으며 터득하는 그 자체의 기쁨, 재미, 보람에서 만족을 찾아야 한다.
삶의 기쁨을 위한 탐구, 불후의 명저 속에서 선현의 명철과 위대한 사상을 접하는 독서는 그 자체가 희열이고 경탄이다.
이처럼 진리와 도를 터득하고 깨닫기 위한 공부, 교양을 쌓고 사유의 폭과 깊이을 더하기 위한 학문적 정진 등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가치의 추구를 목적으로 삼을 때에 배우는 일은 비로소 흥이 나고 즐거울 수 있다.
셋째, ‘나’자신을 이길수 있는 극기력을 길러줘야 한다.
한 인간의 생애는 끊임 없는 경쟁의 연속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 타인과의 경쟁, 운명과의 대결이 끊임없이 계속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는 자 만이 보다 크고 풍성한 성취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기치 않은 도전,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흥겨운 오락이나 안일한 나태를 물리칠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교육은 항상 미래를 지향하되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
가정 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녀들 하나하나가 존엄한 가치를 지닌 독립된 인격체이고, 그들 각자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향해, 자기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가치로운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부모는 모름지기 자녀를 심신의 조화로운 인격체로 키워서 그들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며 성실한 삶의 자세로 격조 높은 생애를 완성해 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곧 자녀의 행복을 가꾸는 올바른 가정교육의 요체이며,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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