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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칼럼 - 명의식 전축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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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칼럼 - 명의식 전축협중앙회장
  • 청양신문
  • 승인 2000.09.17 00:00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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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축산업을 지키기 위해 경계해야 할 것들’
농축산업 한계론에 바탕을 둔 비교우위론을 경계하면서

나무나 꽃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신적이 있습니까?
물론 겨울입니다.
겨울은 이들에게는 따뜻한 숨한번 쉬기조차 어려운 계절입니다.
그러나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무, 꽃 들에게 정작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봄입니다.
겨울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고통이자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가을이 지나면 나무와 꽃들은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우선 갖고 있는 잎들을 떨구어 내고 또 꽃들은 뿌리에 온힘을 모아 다음해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봄은 그렇지 않습니다.
봄햇살은 따뜻하고 훈풍은 그지없이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나무와 꽃들은 이때를 맞아 새순을 준비하고 꽃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이런 봄날에 꽃샘바람은 느닷없이 닥치고 이런 모든 노력들을 일순간에 허사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게 예사입니다.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이렇듯 우리 사람들의 세상살이에도 실로 무섭고 경계해야 할 것들은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준비할 틈을 좀처럼 주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방심하도록 현혹하는 아름다움이나 부드러운 모습으로 위장을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사실은 우리의 농축산업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싼가격, 편리함을 이유로 농축산물을 전부 수입해 먹는 것이 옳다고 드러내놓고 주장하는 사람은 별반 없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우리 농축산업이 지켜져야 하는가를 설득할 수 있고 또 우리농민, 양축가들은 나름대로 땀흘려 준비를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못한듯 합니다.
쇠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 수입개방으로 양축농민은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들도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농축산업은 물론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축산업 분야는 어느정도 포기를 하고 다른 산업분야를 지키는 편이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옳지 않는냐, 그러나 그동안 공업성장 뒷그늘에서 상대적 피해를 입은 쪽이 그들인데 또다시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은 적절한 보상책이니 전업대책을 마련하면서 장기적으로 농축산업은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
정말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온 위험한 생각입니다만 봄날의 훈풍속에 숨어있는 꽃샘바람처런 우리를 현혹하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 농축산업을 다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 농축산업이 보호되어야 할 가장 능동적 이유는 바로 우리 농축산업이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비교우위의 하락은 공업발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투자가 미흡했던 것이다.
다시 투자를 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농축산업의 구조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분명 우리 농축산업은 전부는 아닐지라도 부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록 농축산업이 기후, 토지조건 같은 자연조건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요지부동의 고착적인 것이 아닙니다.
곡물수입국이었던 영국이 다시 수출국이 되고 곡물수출국이었던 구소련이 지금은 수입국으로 전락한 사실과 또 우리보다 국토가 좁은 네덜란드가 농축산물 전체로는 오히려 수출초과국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공업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모두 농업수출국이라는 사실은 농축산업이 더이상 공업발전의 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축협같은 생산자 단체나 양축가, 농민들은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우리 농축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할 당위성은 또 있습니다.
오히려 농축산업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농축산업은 비교우위론이나 경제성으로만 따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농축산업은 생명산업이라는 점입니다.
식량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식량의 생산을 맡고 있는 농축산업의 포기는 바로 우리의 생명과 안보를 남의 손에 맡겨둔 채 살자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하겠습니다.
지금처럼 수입농축산물을 싼값에 수입해 올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최소한의 자금능력을 갖추고 있을때나 가능합니다.
최소한의 자금 능력조차 없을때 수출국들은 지금처럼 싼 값에 수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석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석유파동때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로 농축산업은 우리의 자연과 고향, 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지키고 가꾸는 정서산업이라는 점입니다.
농축산업은 생산현장 그 자체가 자연이고 또 자연과 인간의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입니다.
들판의 논과 밭, 또 목장은 바로 우리 고향의 풍경이고 우리와 우리 2세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이 되는 것입니다.
농경문화에 바탕을 둔 우리민족의 전통도 농축산업이 계속 될 때만이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농축산업의 이러한 비경제적 기능들은 다른 어떤 산업으로 대체할 수 없고 또 농축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되살리는데 장구한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거나 또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농축산업은 전체산업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1%는 나머지 99%가 할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독일 농업장관의 말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미 지어진 빌딩이나 공장을 허물고 목장을 만들고 논밭을 일구기는 어렵습니다.
또 농축산물은 모자라면 공장을 풀가동해서 단시일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은 아닙니다.
앞에서도 말해듯이 정작 무서운 것은 우리에게 그 무서운 모습을 감추고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수입농축산물을 먹으며 양축농민들에게 미안함을 갖기 보다는 먼저 국가의 장래, 내 아이들의 미래에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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