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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전원형 작은학교”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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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전원형 작은학교”를 만들자
  • 청양신문
  • 승인 2000.09.17 00:00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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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작은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대표/순천향대 교수
2004년까지 도내 27개학교 신설

지난달 충남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3천7백25억원을 들여 2004년까지 27개 학교를 도내에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학급당 학생수를 OECD 수준인 35명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충남도의 경우 과밀학급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학생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도의 초중고교 학생수는 1995년의 37만2천2백15명에서 1999년에는 34만8백53명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초등학교 학생수는 큰 변동이 없으나 중학교 학생수는 10만4천4백12명으로 크게 줄었다.
학생수가 계속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남도 교육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학교를 신설해야 하는 것은 학생 분포의 불균형 때문이다.
천안, 공주, 보령, 홍성 등의 도시지역에는 학생수가 늘어나고, 주변 농어촌 지역은 계속 줄고 있다. 비단 충청남도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한때 4백~5백명의 학생들을 수용했었던 도시 주변 농어촌 학교들이 이제는 1백명 미만으로 학생수가 줄어 폐교위기를 맞은 곳이 전국적으로 허다한 실정이다.
농어촌 인구가 감소한 것도 이유지만, 농어촌 지역에 살면서도 굳이 도시학교로 자녀들을 통학시키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농어촌학부모 도시학교 보내는 까닭은
농어촌 학부형들이 도시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이다.
우선 학원수강과 같은 과외활동 등의 편리함 때문이다. 자녀들이 학교 수업 후 곧 바로 학원에 갈 수 있고, 학원버스가 집에까지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두 번 째로 도시학교는 유능한 교사들과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학생수가 많아야 경쟁심을 유발해 자녀들이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네 번째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적극 추진해 온 교육부가 농어촌 학교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비정상적인 학교라는 인상을 농어촌 학부형들에게 주입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농어민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도회지로 이주하거나 마을 근처의 학교를 제쳐 두고 멀리 도심의 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도시학교에 다니면 공부를 잘하고, 농어촌 학교에 다니면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그릇된 선입견일 뿐이다.

정서적으로 도시와 농촌학교 어떤환경이 교육에 더 좋은가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주변의 농어촌 학교는 도심의 과밀학교보다 훨씬 우수한 교육환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교사의 수준이 도심학교나 농어촌 학교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두 같은 신분의 교육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학생수가 적은 농어촌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간의 긴밀한 유대감이 형성되어교육효과가 도시학교보다 더 높다.
시설면에 있어서도 절대비교를 하면 도시학교가 낫지만, 학생수를 고려했을 때는 오히려 농어촌 학교가 훨씬 낫다.
예를 들어, 도시학교에서는 정해진 시간에만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학생수가 적은 농어촌 학교에서는 언제든지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로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정서와 인성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주변 환경도 도시학교가 훨씬 불리하다.
도시학교 주변에는 각종 상가가 들어차 있고, 심지어는 러브호텔과 같은 퇴폐오락시설에 둘러싸여 있는 경우도 있다.
반면 농어촌 학교는 산과 계곡 등 수려한 자연환경에 둘러 싸여 있다. 정서적으로 어떤 학교가 더 좋은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서울 인근의 양평, 가평, 여주 등지에서는 농어촌 작은 학교를 찾아 낙향하거나 귀농하는 젊은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입시제도가 달라지면서 대학들이 성적보다는 인성과 다양한 특기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고 있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대학입시에도 유리하게끔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원형 작은학교 전교생 3백명, 학급당 30명이하로
교육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21세기에 맞는 양질의 교육을 펼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도시학교의 신설에 앞서, 도시외곽의 농어촌 작은 학교로 도시학교 학생들을 분산,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7월에 치러지 충청남도 교육감 선거에서 강복환 현 교육감을 비롯한 당시 모든 후보자들은 교육감으로 당선되면 도시외곽의 농어촌 학교들을 “전원형 작은 학교”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전원형 작은 학교”란 도시 외곽 반경 10킬로미터 내외에 있는 농어촌 학교로, 해당 지역의 농어촌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근에 거주하는 도시학생들의 입학도 허용하는 학교이다.
농어촌 지역에 위치하지만 도심학교와 버금가는 시설을 갖추고, 전교생은 3백명, 학급당 학생수는 30명 이하로 유지한다. 도시학생들에게는 통학버스를 제공한다.
선진국의 학교는 이미 도심을 벗어나 전원학교로 바뀐지 오래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 대부분으 학생들이 노란색 통학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처럼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 학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외곽 한적한 숲속에 학교를 지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원형 작은 학교”를 육성하려면 우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과밀학급·거대학교가 소재한 도심지역 학부모들이 도심학교와 “전원형 작은 학교”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군제를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전원학교로 지정된 농어촌 학교에 대해서는 시설투자와 교사 증원을 해야 한다.
하나의 전원학교가 1백명의 도시학생들을 더 수용할 경우, 이때 필요한 예산은 한 학교당 3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통학버스 구입 운영과 학교 시설 보수 및 확장에 소요될 예산이다.
충남도내 학생들을 분산시킬 수 있고, 이때 소용되는 비용은 90억원에 불과하다. 한 개 학교를 신설하는데 드는 평균 1백40억원에 비해 훨씬 적은 예산이다.

과외대신 특기교육 등, 자연친화향 인간교육 필요한때
도시 주변의 농어촌 학교를 “전원형 작은 학교”로 개편해 도시학생과 농촌학생이 공유토록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보다 질좋은 교육을 제공할 것이고, 과밀한 도시학교와 과소한 농어촌 학교가 공생하는 방법이며, 교육예산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학부모들의 이해와 참여다. 과연 학부모들이 도시학교를 포기하고 “전원형 작은 학교”로 자녀를보내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도시학교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추고, 우수한 교사를 배치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줄이고, 과외학원에 다닐 필요 없이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한다면 많은 학부모들이 호응하리라 생각된다.
도시교육과 농촌교육이 공존하는 “전원형 작은 학교”는 사교육에 찌든 우리나라 공교육을 자연친화형 인간교육으로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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