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독자투고 - 김사건 (장평면 미당리)
상태바
독자투고 - 김사건 (장평면 미당리)
  • 청양신문
  • 승인 2000.09.06 00:00
  • 호수 3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것

우리 집에는 옛 것(골동품)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도 내가 제일 아끼고 간직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쓰시던 삼층장, 시아버님께서 쓰시던 문갑, 요즘 화려한 문갑이나 장보다는 모양은 없지만 귀목으로 짠 아주 탄탄한 것입니다. 또 친정어머니께서 쓰신 천자문, 모란을 수 놓은 바늘방석, 재봉침,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옛날 물건 사러 다니는 사람들이 팔으라고 졸라도 팔지 않고 나는 아직껏 간직하고 있습니다.
문갑은 안방 화장대 옆에 놓고 귀한 서류를 넣어 두고 씁니다. 그 문갑은 지금 아버님이 안계시지만 항상 우리 방을 지켜 주시는 듯 하고 살아계실 때 베푸신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시어머님이 쓰시던 삼층장은 철가름 옷을 넣어 두고 사용하노라면 어머님의 가르침을 받는 듯 합니다.
친정어머님이 수 놓으신 모란꽃 바늘 방석은 명주실을 고아서 수 놓으신 것인데 1세기가 다 되다시피 세월이 지났어도 지금 피어나는 듯 하며 나에게 끝없는 사랑을 속삭여 줍니다. 또 재봉침은 최초로 나온 싱거인데 지금까지 고장이라고는 없이 사용하며 애들 키우는데 큰 몫을 하였으니 감사의 정을 금치 못합니다. 또 어머니께서 쓰신 천자문은 붓으로 쓰신 것인데 세월이 지나 표지가 떨어졌지만 항상 나에게 교훈을 주는 듯 합니다.
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분들을 사모하고 교훈을 받는 귀한 것들입니다. 나는 이 옛것들이 얼나마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70이 넘어 언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지 모르니 이 귀한 것들을 어떻게 할까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빠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옛것은 고사하고 제가 쓰던 것도 아낌없이 버리니 말입니다.
일전에 잠실 사는 친구가 집을 고쳤다며 구경 오라고 하도 해서 친구들과 갔습니다. 60평 아파트를 3천만원 들여서 고쳤다는데 전에 쓰던 가구일체를 다 버리고 대리석 가루 흰색에 옥색무늬를 놓은 붙배기 장, 찬장 등 가구 일절을 붙배기로 고쳐서 집안이 다 흰색뿐이었습니다. 그 좋은 가구를 어떻게 다 버렸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쓰던 것들을 어떻게 미련없이 버렸을까?
내가 집에 돌아와서 방문을 여니 가구들이 반가워 하는 듯 합니다. 나는 옷을 갈아 입고 그동안 주인없이 먼지 앉은 가구들을 닦으며 새것도 좋지만 이렇게 정든 것들을 어떻게 버렸을까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